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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리뷰: 졸리를 위해 다시 쓴 동화

14.05.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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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2014]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샬토 코플리
 
줄거리
가장 강력한 마법을 가진 숲의 수호자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는 인간왕국과의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왕국을 다스리는 스테판 왕(샬토 코플리)의 딸 ‘오로라 공주’의 세례식 날,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저주를 내리는데….
 

[말레피센트]의 원작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로 과거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마녀 캐릭터를 토대로 작품을 완성했다. 권선징악의 요소가 담겨진 동화지만 원작을 뒤집고 재해석하는 작품들의 추세에 맞춰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을 공주가 아닌 저주를 내린 마녀 말레피센트로 바꾼것이다. 그렇다면, 원작대로 잔인하고 악독한 마녀로 그려냈나? 영화는 말레피센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성인까지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루는 데 집중했다.
 
말레피센트는 처음부터 마녀가 아니었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숲속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마법을 지닌 요정이자 수호자 였지만, 사랑하던 인간 남자의 배신으로 마녀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영화가 이같은 기원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간결하게 처리하는 것과 달리 영화는 이 부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만큼 말레피센트가 처음부터 악인이 아닌 상처받은 불쌍한 영혼이란 점을 강조해 관객들이 그녀로부터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녀는 한때 인간처럼 사랑의 감정을 지녔으며, 숲 속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슈퍼히어로와 같은 능력과 마법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가 완벽한 마녀로 변해 복수를 위해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고 마법의 숲을 어둠의 세계로 바꾸는 어두운 설정에서는 안젤리나 졸리 특유의 연기로 카리스마 있게 그려내 그녀에 대한 악 감정을 최대한 지우려 노력한다. 선역에서 악역으로 돌아서며 영화내내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주던 말레피센트는 오로라가 유년기를 맞이한 시기에서 급변화를 맞이한다. 말레피센트가 오로라의 성장기에 조금씩 관여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그녀가 다시 선한 요정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말레피센트]는 기존의 마녀 주인공의 인간성을 부각해 동화적 관념을 뒤집는 과감한 시도를 선보인다. 이는 평소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선보인바 있었던 안젤리나 졸리에 의해 완벽하게 그려진다. 창백한 얼굴 색깔에서 부터 앙상한 외모는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케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마녀 캐릭터로 완성한 것이다. 이같은 주인공의 변화로 기존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인물, 결말등 원작의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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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용기 있는 시도(?)는 말레피센트를 제외한 다른 중심인물들의 비중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든 시점을 비롯한 관객의 초점까지 말레피센트에만 맞춰진 탓에 대립상대인 스테판의 캐릭터가 광기에 사로잡힌 일차원적 악역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의 대립상대가 강렬함을 주지 못하니 영화의 긴장감은 크게 하락한다. 말레피센트의 또 다른 대립상대가 될 수 있었던 세명의 요정 캐릭터도 실수만 연발하고 이야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존재감 없는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러한 주변 캐릭터의 낮은 비중 설정으로 [말레피센트]는 긴장감조차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제 아무리 파격적인 설정을 했다 한들, 부가적인 인물들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니, 관객들로서는 말레피센트 하나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말레피센트와 오로라의 성장기를 모두 담아낸 긴 전개를 축약한 탓에 핵심적인 이야기들이 묻혀버린 것도 아쉽다. 이 때문에 이 영화가 대체 어떤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인지를 정의하는 것도 애매해져 버리고 말았다. 안젤리나 졸리의 말레피센트를 제외한 부가 캐릭터들과 핵심 이야기의 부재는 동화를 다른 시각으로 정의한 과감한 시도는 어정쩡한 결과물을 낳고 말았다.
 
그나마 말레피센트와 오로라의 관계를 원작과 다르게 묘사한 부분은 디즈니식 가족드라마의 전형답게 흐뭇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영화속 아쉬운 요소들이 기억 속에 묻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월트디즈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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