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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리뷰: '의리'만 외치는 아쉬운 작품

14.06.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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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2014]
감독:박상준
출연:이민기,박성웅,이태임
 
줄거리
촉망 받는 야구선수였지만 승부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환’(이민기). 빠져 나갈 곳 없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이환은 사채업과 도박판을 주름 잡는 부산 최대 규모의 조직, 황제 캐피탈의 대표 ‘상하’(박성웅)를 만나게 된다. 돈 앞에선 냉정하지만 자신의 식구들은 의리와 신
뢰로 이끄는 상하. 이환의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알아 본 상하는 다른 조직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상하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 이환은 타고난 승부근성과 거침없는 행보로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감춰두었던 야망을 키워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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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는 작년 [신세계]를 통해 다시 주목받게 된 한국 갱스터 무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2000년 초기 유행하던 조폭코미디의 색체를 벗어나 느와르적 배경에 인물 간의 치밀한 대립관계를 통한 긴장감 넘치는 서사적 이야기는 [신세계]가 제시한 새로운 한국형 갱스터무비가 나가야 할 길이었다. 하지만 [황제를 위하여]는 애초에 이와 전혀 다른 길을 걷기로 작정한 영화 같았다. 초반 자행되는 잔인한 칼부림 액션과 거칠면서도 투박한 이야기 전개와 인물에 대한 설정은 이 영화가 2시간 동안 유지할 특유의 색채였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것이다. 8,90년대 조폭물 특유의 투박하고 단조로운 이야기를 좋아한 관객들에게는 오랜만에 보는 남성미 넘치는 영화로 보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대부분 관객은 아마도 후자의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게될 관객층은 작년에 개봉한 [신세계]의 강렬함을 경험했던 이들로 불가피하게 이와 비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신세계]의 장점을 다시 살펴보자. 줄거리 때문에 [무간도]의 아류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러한 논란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세계]만의 독특한 설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의 첩자 역할을 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이자성', 껄렁껄렁 하지만 큰 형 처럼 든든한 '정청', 정청의 라이벌이자 야심가인 '이중구',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이용하는 전략가 '강과장'. 이러한 극명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과 이정재, 황정민, 박성웅, 최민식 같은 카리스마 강한 배우들의 연기가 만나 느와르 특유의 강렬한 드라마를 선보였고, 이 인물들의 대립이 자연히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에 비해 [황제를 위하여]는 어땠나?
 
영화 또한 큰 축을 이룬 네 명의 인물들을 설정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어둠에 세계에 들어온 이환, 잔뼈가 굵은 카리스마 조폭 상하, 팜므파탈 연수, 그리고 이들의 돈줄 한득. 모두 하나의 줄처럼 연결되며 갈등과 대립을 하게 되지만, 이상하리만큼 긴장감도 없고 공감이 부족하다. [신세계]가 짧게나마 4명의 인물의 성격과 세계관을 부각한 것과 다르게 [황제를 위하여]의 주인공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은 너무 일차원적이다. 이환은 다혈질에 분별력이 부족한 운좋은 캐릭터에 불과하며, 상하는 '의리'를 강조하는 카리스마 보스의 '폼'만 잡고 있다. 연수 역할을 맡은 이태임은 노출 연기 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이 모든 것을 조종해야 하는 한득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이를 받쳐줘야 할 이야기 전개와 편집도 어색하다. [신세계]가 회장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후계자 자리를 놓고 갈등하는 대립을 메인 줄거리로 설정해 긴장감을 유도한 것과 다르게, [황제를 위하여]는 두 인물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메인 줄거리와 사건이 없다. 인물들은 시간이 흐르며 탐욕에 인해 갈등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삐쳐버릴 뿐이다. 전반적인 이야기들의 부재를 잔인한 폭력과 섹스로 채우는 선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영상미와 편집은 영화를 지루하고 심심하게 만들 뿐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메인주인공 이환과 상하의 관계가 그다지 매력적 이거나 정감이 느껴진다는 인상이 없다. 그저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 환이를 도왔다는 상하의 대사가 전부를 말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속의 인물들은 모두 한순간에 의해 관계를 형성할뿐 드라마틱한 관계 형성을 위한 절차는 생략되었다.
 
강렬한 느와르 드라마를 완성하기에는 [황제를 위하여]는 기본뼈대가 튼튼하지 못하며 아쉬운 결과만 남겼다.

*감상포인트
이야기의 흐름 보다는 이민기와 박성웅의 연기와 캐릭터에 중점을 맞추고 감상할것을 권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오퍼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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