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리뷰: 웅장하고 처절한 위대한 서사시 그리고 최민식
14.07.22 16:11
[명량,2014]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류승룡,조진웅,김명곤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류승룡,조진웅,김명곤
줄거리
1597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서는데…
1597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서는데…
우리는 이미 이 영화의 결말과 사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역사책이 스포일러라는 농담처럼 '명량해전'은 단 12척의 배로 300여 척이 넘는 왜선들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신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 승리에 대한 역사적 비중과 관심은 다른 전쟁 史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최종병기 활]로 사극 장르에 가능성을 선보인 김한민 감독에게는 이미 알려진 전쟁에 대한 결과를 극복할 방안과 '명량해전'의 역사적 가치를 높여줄 과제를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명량]은 시작부터 과감한 생략에 들어선다. 정유재란의 시작, 백의종군, 원균의 대패로 수군이 와해된 과정은 TV 다큐에서 보는 편집방식으로 짧게 설명된다. 역사적으로 암울한 상황만 편집한 것 같지만, 그다음 이어지는 시작은 더욱 암울하다. 다시 돌아온 이순신이 맞이한 현실은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다. 고문으로 몸과 정신은 온전치 않고 장수들은 전쟁을 포기하고 육군을 지원하자고 한다. 상황은 어렵고 자신의 편이 없는 외로운 상황에서 화면 속 이순신은 고단하고 지친 인간군상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올바른 설정 같지만, 한편으로는 연출자와 제작진 모두가 이러한 이순신의 심리에 자아도취 되어 지루한 심리극으로 전개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김한민 감독과 제작진은 [최종병기 활]에서 봐왔듯이 유연하고 실용적인 전공법을 우선시하는 이들이다. 자칫 이순신이라는 한 개인에게 너무 빠져들어 핵심적인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영화가 주목하려 하는 부분은 '명량해전'이다. 영화는 이를 서사적인 전개방식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와 상황에 관해 이야기한다. 즉, 극중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엮은것이다. 전쟁에 승리했지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왜장들의 갈등, 조선 수군내 장수들의 불안한 감정과 그에 따른 배신, 영내 백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순신의 심리 모두 하나의 이야기와 사건으로 연결돼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사극물에 꾸준히 등장하는 그 흔한 회상씬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개봉한 [역린] [군도]가 시도했던 너무 많은 캐릭터들에 비중을 주는 방식도 과감하게 생략된다. 극의 중심을 이끌고 드라마를 형성시켜야 하는 주체는 이순신이며 그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조연 진들이 보조를 해주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전자의 영화들이 [명량]에 배웠어야 할 부분이었다. 이러한 실용적인 설정과 만난 전개 방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어 지루할 수도 있었던 전쟁 前 상황에 대한 전반부를 긴박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명량해전'을 위한 예고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61분간의 전쟁은 이 작품의 모든 것이자 전반부 내내 절망적이던 분위기를 '반전'시켜줘야 한다. 그러한 막중한 부담감(?)과 열의를 통해 완성된 영화 속 '명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전략만큼이나 영리했으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영화 속 '명량해전'을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 영화는 과거의 고증과 현대적인 설정을 절묘하게 합친다. 우선, 왜선과 조선 수군의 판옥선에 특징에 따른 전술형태가 눈에 띈다. 왜선이 빠른 물살을 이용한 공격적인 돌파력을 이용해 조총을 발사하며 돌진하는 공격적인 형태를 지녔다면, 판옥선은 물살에 따른 유연한 방식으로 배의 방향을 바꾸며 양방향으로 대포를 쏘며 장거리 공격으로 방어를 취하는 특징을 지녔다. 압도적인 숫자로 무조건 공격하는 왜선과 다르게 상황에 따라 방어 방식과 전술을 바꾸고 포를 쏘는 판옥선의 긴박한 상황은 배 안의 모든 인물이 팀웍을 이루어야 하는 과정처럼 그려진다. 한 공간에서 적을 막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되고 움직이는 과정은 마치 [크림슨 타이든]과 같은 현대의 잠수함 영화를 보는듯한 인상을 주며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영화는 판옥선을 전술적인 잠수함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적들을 맞이하는 외로운 장수처럼 그려낸다. 돌진하는 적선들을 다양한 포 공격으로 막아내지만 거친 물살을 헤치며 돌진하는 적선에 둘러싸여 백병전을 맞이하게 된다. 이 백병전의 과정에도 기가 막힌 전술 체계가 등장해 묘한 흥미를 자극한다. 그것은 이번에 개봉한 [300:제국의 부활]에서 조차도 다루지 않았던 부분으로 16세기 전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충분히 발휘한 결과였다. 좁은 공간의 판옥선에서 조선군, 왜병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장면은 처절함의 극치다.
화면은 이 순간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초점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주인공 이순신의 시각에서 그려지는 전쟁도 아군과 적군에 대한 연민의 정같은건 없다. 오로지 아수라장인 전쟁터에서 살기 위해 내 앞에 있는 상대를 죽이려 하는 싸움만이 힘겹게 느껴진다.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이 미군과 소말리아군에 대해 관찰자적 시점에서 그려내듯이 [명량]의 전쟁은 시종일관 관조적인 시각에서 정의된다. 그만큼 전쟁은 현장 군인들의 이야기며 그들에 의해 드라마가 완성된다.
그러나 이 일당백의 '해양 백병전'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외롭게 혼자서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고 개인의 내면적인 아픔 속에서 대의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이순신 그의 내면을 형성 화한 것이다. 수백 척의 적선을 보고 후방으로 후퇴해 관조하고 있는 부장들을 뒤로한 채 자신이 타고 있는 대장선 1척으로 수백의 적을 상대하려는 장면은 이순신의 개인적 심경과 묘하게 일치된다. 시종일관 표정변화 없는 냉정한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대장 선에서 지휘를 하지만 그의 심리는 계속 칼을 휘두르며 자신의 적들과 싸우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웅 이순신'에 대한 묘사는 자세한 설명과 내면에 대한 연구 대신에 61분간의 처절한 드라마로 모두 설명된 셈이다. 판옥선이 처절한 싸움 속에 살아날 때 마다 영화 속 병사들처럼 관객들도 벅찬 감동과 감정의 변화를 느낄 것이다.
*But
전쟁 또는 극 중 드라마틱한 순간을 위해서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가상의 설정과 인물을 등장시키고는 한다. 철저한 고증과 사료, 인물을 중심으로 완성된 [명량] 또한 그러한 방식을 참고한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임준영(진구)과 그의 아내 정씨여인(이정현)에 관한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아쉽게도 이 부분은 긴박한 해양 전투에 의해 묻히게 되면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해양전에 치중된 전쟁인지라 반복되고 제한되는 상황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이 영화 내내 일본어로 연기하는 장면은 진짜 일본인 같다는 인상을 남겨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우들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노력한 모습이 보이지만, 세세한 부분을 따지는 일부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시선으로 비칠 수 있다. 전쟁을 표현한 CG와 특수효과는 감상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지만, 완성도에 대해 적지 않게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아 이점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민식이 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이러한 세세한 문제점과 단점들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명량]을 통해 기대하고자 했던 것은 화려한 전투를 떠나서 스크린을 통해 재현되는 '성웅 이순신'의 모습이 아닐까?
[명량]의 이순신은 그동안 우리가 위인전으로 접하고 '영웅'시 했으며 너무나도 완벽한 인간군상처럼 그려졌던 이순신이 아니다. 잦은 배신으로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끝없이 갈등하고 외로워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모습은 '영웅'이 아닌 무의미한 행동을 하는 '인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영화 속 이순신을 감명 깊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과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작품마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며 수많은 공감적 형성 대를 불러오던 최민식의 연기가 자연히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승리했지만 전쟁 그 후의 일을 걱정하며 다시 고심에 빠지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순신과 배우 최민식의 인간미를 함께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에서 우리의 내면에 이순신과 같은 용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 영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명량]은 김한민 감독 특유의 안정된 정공법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무리한 실험과 기교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철저한 초반 기획에 따라 완성되는 영화가 좋은 평을 얻을 수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완벽하지 않지만 장엄한 분위기와 강렬한 드라마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배우 최민식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린] [군도]와 같은 전통 사극 기대작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아쉬움을 충분히 덜어내 줄 것이며, 2014년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영화가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작품성:★★★☆
오락성:★★★★
비주얼:★★★☆
연출력:★★★☆
연기력:★★★☆
오락성:★★★★
비주얼:★★★☆
연출력:★★★☆
연기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