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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같은 배경, 상반된 분위기의 두 영화 [해적] VS [해무]

14.08.06 15:56

 
영화 [해적]과 [해무]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설정상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두고 있고, 제목도 비슷해 같은 분위기의 작품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두 영화는 각각 상반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재미' 그 하나만으로 만족스러운 [해적:바다로 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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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바다로 간 산적,2014]
감독: 이석훈
출연: 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이경영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해적)의 시작은 거창하다. '위화도 회군' 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 발단을 언급하고 이성계, 정도전과 같은 실제 역사적 인물까지 등장시킨다.
 
게다가 첫 장면부터 갑자기 진지해진다. 유쾌한 분위기를 예고했던 영화가 시작부터 진지하게 나가자 조금은 당황스러운 분위기였다. 게다가 좀 더 활발할 거로 생각했던 손예진의 해적 이야기도 처음부터 이렇게 진지하게 나갈 줄 몰랐다. [해적]은 초반부터 비장미를 강조하며 인물들의 진지함에 초점을 맞추려 할 때 어설픈 전개를 이어나갈 것 같은 우려를 준다. 어설픈 구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손예진의 캐릭터를 문어체적 대사에 묶은 설정 탓인지 그녀의 연기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해적들 사이에서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공들였던 CG도 어색하게 느껴지며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빌린 듯한 설정은 독창성 부족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처럼 [해적]은 작품 완성도의 관점에서 평가하자면 아쉬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해양 어드벤처를 구성해야 할 캐릭터의 공감대 부족과 특수효과의 결과물에 기대치는 더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이 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유머'에 의해 지워지게 된다. [해적]은 코미디 어드벤처 기준에서 감상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김남길, 유해진, 박철민, 조달환 등 캐릭터들에 의해 충분히 발휘되는 재치있는 연기를 비롯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와 설정은 의외로 영리했다. '장사정'의 산적 일행이 처음 마주한 바다에서 산전수전을 겪는 장면과 능글맞은 캐릭터를 선보이는 김남길의 연기는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어드벤처 적인 요소로 연출된 특수효과는 어설퍼도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다.
 
진지한 자세만 일관하던 해적들의 대결에 산적 떼들이 합류하게 되는 어의없는 상황이 바로 이 영화의 특징이란 것을 보여준다. [해적]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구성원들의 캐릭터를 영화 버전에 잘 맞춰 나름의 공감대적인 유머를 발휘한다.
 
[해적]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랬다면 실망할 수 있다. 아쉬운 결과물이지만 웃고 즐기는 잠깐의 행복한 시간을 원했다면 그 시간만큼은 낭비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을 선택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요소를 잘 선택한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 주었다.

작품성:★★☆
오락성:★★★☆
비주얼:★★☆
연출력:★★★
연기력:★★☆
 
총점:★★☆
 
 

[해무] 무엇이 바다를 공포의 공간으로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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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2014]
감독: 심성보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김상호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의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어선. 이 조그만 어선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IMF로 온 세상이 불경기를 맞이하자 한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았던 '전진호'는 감척 사업의 대상이 된다. 배를 읽을 위기에 몰린 선장 '철주'(김윤석)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거액이 들어간 '밀항' 업무를 맡게 된다. 생존의 갈림길에 선 배와 선원들이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한 '밀항'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비극의 시작이었다.
 
[해무]는 2001년 실제 발생한 여수 '제7 태창호 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엄청난 비극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연극계의 화제를 일으켰다. [해무]는 시작부터 '탐욕'적인 전진호 선원들의 모습을  비춘다. 배의 선원인 '경구'(유승목), '창욱'(이희준)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욕구인 '돈'과'성욕'에 의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군상으로 그려진다. 전진호의 선장 '철주'는 가장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졌지만, 자신과 한평생 함께한 배와 만선에 대한 탐욕에 집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그의 집착에 갑판장 '호영'(김상호)은 묵묵하게 따를 뿐이다. 이러한 비이성적 인물들 사이로 인간적인 심성을 가진 '완호'(문성근)와 '동식'(박유천)은 이와 대비되는 인물들이다.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영화는 전진호의 내부를 전체적인 시퀀스로 설정하며 배 안에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6명의 개성적인 인물들만 승선하던 배에 다양한 성격을 지닌 조선족 밀항자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초점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우호적인 관계에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천만한 갈등으로 번지게 된다. 이는 밀항이라는 불법적인 상황, 거친 바다 환경 그리고 선원 VS 밀항자 사이에 벌어지는 대립이 어우러지면서 '폐쇄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유발하게 된다. 하지만 [해무] 특유의 진수는 공포 영화의 분위기와 만나게 되면서 발휘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해무' 현상과 함께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 상황이 전개되면서 폐쇄형 스릴러는 미스터리와 결합된 공포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영화는 치밀한 심리전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잘 이어왔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상황은 여태까지 긴장감을 유발했던 심리 스릴러의 상황과 정반대되는 장면이다. 이는 긴장감을 놓지 않고 보던 이들에게는 약간의 당혹감과 아쉬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해무]의 갈등과 긴장감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져야 했던 설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해도 과장이 아닌 [황해] [화이]에 이은 김윤석의 폭력 장면이 다소 불편하거나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다. 탐욕에 인해 괴물이 된 인간을 표현 했다 한들 암울한 이야기에 등장한 '광인'인 탓에 관객들이 이 캐릭터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전개가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탐욕'이 불러오는 비극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였다 한들, 영화 특유의 개성을 잃어버린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중반부까지 폐쇄 스릴러와 심리전의 진수를 잘 보여주던 영화는 어두운 색채와 메시지를 강조한다. 탐욕적 인간들이 불러온 비극의 드라마가 전체를 지배할 것 같은 암울한 상황 속에 이러한 분위기와 상반된 '로맨스'가 등장한다. 돈, 성욕과 같은 욕망에 사로잡힌 중년의 성인들과 다르게 순진함을 상징하는 동식과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의 로맨스는 암울한 영화의 분위기의 '유일한 빛'이다. [해무]의 본 메시지는 두 남녀가 열연했던 순수한 사랑이 아니었나 생각할 정도로 인상 깊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탓인지 [해무]에 대한 관객들의 온도 차는 극과 극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해적]:롯데엔터테인먼트, [해무]: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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