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한국영화 진출史
12.05.23 17:26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고 불리는 ‘칸 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올 2012년 영화제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재미있게도 두 작품의 감독 이름이 같다. 아무튼, 두 ‘상수’ 감독의 영화가 ‘칸’에서 선전하길 기대하며 역대 칸 영화제에 진출했던 우리나라의 작품과 자랑스러운 영화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자.
칸 영화제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영화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한국영화 역사상 칸 영화제에 입성한 최초의 영화는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였다. 1984년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지만 한국영화를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칸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영화라는 것에서 그 의미는 크다.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부터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영화 최초 수상작 <소풍>
1999년 ‘단편경쟁부문’에 초청 된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심사위원상’을 수상해 한국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다큐멘터리적인 기법과 정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은 영화다.
위에서 소개한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송일곤 감독의 <소풍>까지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알리는 맛보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칸'이 한국영화에 주목하게 된 그 시작점은 지금부터 소개할 임권택 감독으로 부터 시작됐다.
칸의 주목은 ‘임권택 감독’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국영화가 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되면서부터다. <춘향뎐>을 이후로 임권택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경쟁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춘향뎐>이나 <취화선>의 경우 칸의 부름을 받을 만큼 작품성이 뛰어났지만 너무 임권택 감독의 색이 짙기 때문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칸의 주목을 받았지만 관객의 주목은 받지 못했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박찬욱 감독’
칸의 물꼬를 튼 임권택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박찬욱 감독이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기 시작했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의 쾌거를 이뤘고, 이어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 수상한 것이다.
<올드보이>의 경우 탄탄한 스토리와 기가막힌 반전으로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잡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상도 타고, 흥행도 하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영화처럼 관객들이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가 많이 제작되길 기대해 본다.
상복이 많았던 2010년 하지만… 흥행은?
2010년은 칸 영화제에서 2개의 상을 받은 해이다. 이창동 감독의 <시>로 각본상을 수상,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 수상! 이로써 칸 영화제의 중심에 한국영화가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칸 영화제 수상으로 입 소문을 타기는 했지만 두 영화 모두 ‘수상’에 대한 관심만 끌었을 뿐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없었다. 수상작은 재미가 없다는 말에 공감가는 순간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
2007년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경사였다. 세계 3대 영화제 칸, 베니스, 베를린으로 봐도 지난 1987년 영화 <씨받이>의 강수연이 베니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20년 만의 일이고, 칸 60년 역사를 통틀어 동양계 여배우로는 2004년 홍콩 배우 장만위 이후 두 번째 수상으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여우주연상을 전도연이 수상한 것이다. 이런 전도연에 이어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배우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2012 ‘칸’ 레드카펫을 밟은 '윤여정'
2012년에도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자랑스러운 한국 영화인들이 많다. 대표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두 작품 모두 출연한 중견배우 ‘윤여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윤여정은 미카엘 하네케의 <아모르>와 <다른나라에서>에 동시 출연하는 이자벨 위페르와 여우주연상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제 2의 전도연이 탄생할지 그 결과가 궁금해 진다.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들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번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돈의 맛>의 경우 이전의 행보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흥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 만을 위한 영화, ‘작품성’ 만을 고집하는 영화. 이 둘의 벽을 깨고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