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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 리뷰: [큐브]에 갇힌 '파리대왕' 소년들

14.09.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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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2014]
감독: 웨스 볼 
출연: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윌 폴터, 토마스 생스터, 이기홍
 
줄거리
삭제된 기억, 거대한 미로로 둘러싸인 낯선 공간. 모든 기억이 삭제된 채 의문의 장소로 보내진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는 미로에 갇힌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매일 밤 살아 움직이는 미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죽음의 존재와 대립하며, 지옥
으로부터 빠져나갈 탈출구인 지도를 완성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미로의 문이 열리고 그들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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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두 개의 작품이 연상되었다. 하나는 문학작품이고, 또 하나는 영화였다. [메이즈 러너]는 이 두 개의 작품으로 정의된다 해도 무방했다. 
 
문학 작품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 이었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비행기 사고로 외딴 무인도에 상륙한 25명의 소년이 어른들이 부재된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권력에 의한 분쟁이 발생한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을 사회적인 시각에서 우화적으로 그려낸 수작이었다.
 
[메이즈 러너]는 그러한 '파리대왕'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약간의 인위적인 설정을 추가했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미로에 갇히게 된 소년들은 미로에서의 공동체 내에서 적응하기 위해 질서가 잡힌 집단을 형성한다. '파리대왕'속 세계가 어른들이 부재로 아이들이 공동체를 형성했던 것과 달리, 영화 속 아이들은 어른들 혹은 누군가에 의해 정체불명의 공간에 강제로 갇히게 된 점이 다르다.
 
리더의 역할을 맡은 3명의 소년, 그 밑으로 각자의 역할을 맡은 팀, 그중 가장 위험한 역할을 맡은 팀 '러너'가 있다. 러너들은 미로의 입구가 열리는 아침에 미로의 구도와 함정을 파악해 탈출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임무다. 이때부터 영화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1999년 작품 [큐브]의 형태를 빌려오게 된다. 사각형 방에 연결된 통로로 그다음 이어지는 방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는 숨겨진 함정이 있다. [메이즈 러너]속 러너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녁때 마다 바뀌는 미로의 특징 탓에 3년 동안 이곳의 비밀을 풀지 못한 채 미로 속에 숨겨진 함정과 괴물들에게 당한다.
 
[큐브]가 저예산 규모에서 최선의 장르 영화를 만들려 했던 것과 다르게, [메이즈 러너]는 그와 다르게 조금 큰 스케일로 미로 속 함정의 공포를 표현하는데 몰두한다. 로봇과 괴물의 피부를 합친 괴물 '그루버'는 빠르면서도 잔인하고 영리한 괴물로 표현되었으며, 미로속 세상은 한없이 어둡고 무서운 공간으로 그려진다. 초반에 미로속 세계에 적응하던 아이들이 미로의 새로운 비밀을 파헤치다 혼란을 겪는 부분은 인간과 십 대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적 공포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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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체제와 분열에 관한 문제를 그냥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규칙이 정해진 사회에서 주인공들은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튀는 인물들로 정의된다. 주인공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 또한 아이들이 만든 법칙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지만, 이로인해 집단의 분열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이같은 장면도 진부하면서도 전형적인 클리셰 처럼 다뤄져 그다지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중 하나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요소들이 혼합되다 보니 재미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진부하게 다가와 강렬하지 않다.
 
[메이즈 러너]는 그러한 사회적 드라마와 메시지를 우선으로 하는 영화이기 보다는 SF 호러 장르의 특성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얻어낸 작품으로 보는게 더 쉬울 것이다. [헝거게임] [다이번전트]와 비슷한 특성이 있었지만, 그 작품들이 지닌 청춘 간의 사랑, 고민, 갈등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고 오로지 탈출과 생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몰두한다.
 
그래서 영화를 호러적 장르와 SF 미스터리 요소에서 즐긴다면 재미있게 감상할 것이며, 그 이상의 다양한 완벽한 요소를 원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메이즈 러너]는 지금까지의 영어덜트 소재와 다르게 묵직한 장르 영화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으며, 나름의 메시지 전달에도 충실했던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원작의 특성상 후속 시리즈가 등장할 것으로 보여 이후의 큰 스케일이 1편의 공포적 요소를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비주얼:★★★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 movierising@hrising.com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movie.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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