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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비디오] 리뷰: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대하셨나요?

14.09.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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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비디오,2014]
감독:김영탁
출연:차태현,남상미,오달수,김강현
 
줄거리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차태현). 독특한 시력으로 놀림 받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뛰어난 순간포착 능력을 인정 받아 CCTV 관제센터 에이스로 떠오르게 된다. 어느날, 장부는 CC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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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능력을 말한다. 주인공 여장부는 이러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남들이 부러워 할 수 있는 타고난 재능 같지만, 여장부에게 이 능력은 저주와도 같았다. 너무나 유별난 능력 탓에 일상생활이 힘들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찾는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답게, 영화는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던 주인공의 세상 적응기에 초점을 맞춘다.
 
모든 것이 '슬로우 비디오' 처럼 보이는 여장부에게는 CCTV 속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아서 여장부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를 유심 있게 지켜보게 되고 그들에게 깊은 관심을 두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여장부는 용기를 내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보통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드라마라면 시작은 평범한 사람들, 개성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다 마지막은 '운명의 상대'와의 만남이지만, 여장부의 인간관계 형성은 그와 반대다. 주인공이 처음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계기는 평소 유심히 지켜본 운명의 상대 즉, 관심을 두고 있었던 여성 때문이다. 운명의 상대 '수미'(남상미)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장부는 그 사건을 계기로 여러 사람에게 다가가기 시작하고 자연스러운 접근을 시도하며 사랑하는 과정과 방법을 배우게 되고, 각박하게 살아야만 했던 그들을 하나의 인간관계로 연결해 준다.
 
[슬로우 비디오]는 그만큼 '관계'를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작품이다. 그만큼 영화는 자극적 이지도 않고 배경이 되는 종로구의 골목길, 대학로의 잔잔한 분위기와 같은 조용한 유머를 지향한다. 다소 엉뚱한 장면과 설정을 등장시켜 유쾌한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도 눈에 띄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담긴 OST도 진지해 질 수 있었던 주제를 재미있고 아름답게 형성시켜 준다.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그 과정이 매우 즐겁다는 것을 음악과 영상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만큼 [슬로우 비디오]는 세심한 디테일을 이해한다면 감성적이면서 잔잔한 유머를 즐길 수 있는 휴먼 코미디이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차태현이 출연했던 전작의 작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 조금 다른 인간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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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초중반에서부터 조금은 갸우뚱 거릴 수 있다. 영화의 재미와 분위기에 취했다면 이같은 단점은 넘어갈 수 있을 테지만, 이 작품의 소재에 관심을 가졌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은 아쉬운 마음만 갖게 된다. 그것은 이 작품의 특별한 소재로 주목을 받았던 동체 시력이 밀려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초반 동체 시력에 관한 설명과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를 주제가 아닌 일부 능력이자 과거의 사건으로 치부할 뿐이다. 동체 시력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관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은 예상외로 적다.
 
여장부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동체 시력이 아닌 그의 직업인 CCTV 관제소 업무 때문이며(단지, CCTV를 통해서 동체 시력 능력을 봤을 뿐) 그들과 동체 시력은 아무런 연관성은 없다. 그래서 이로 인한 에피소드는 전무 할 따름이며, 이를 통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유머를 기대했다면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동체 시력과 같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남자의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영화의 에피소드와 설정은 하나같이 평범하게 느껴질 것이다.
 
영화가 동체 시력을 비중 있게 다루는 걸 포기한 대신 중점 있게 다루는 것은 여장부와 수미의 로맨스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감성을 통해 이를 인상 깊게 그리려 하지만 동체 시력을 중점 있게 그려내는 것을 포기한 인상만 줄 뿐이다. 물론 이 특별한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꽤 위험한 도박처럼 보일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비중을 낮춘 것은 이해하지만, 좋은 소재를 가지고 온 만큼 영화 속 중요장면과 일부 설정에 동체 시력과 관련된 유머나 깊은 인상을 남겨야 했던 장면에서는 조금은 다뤄줄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슬로우 비디오]는 영화의 소재인 '동체 시력'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드라마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좋은 소재를 비중 있게 그려내지 못해 평범한 이야기로 전락한 점이 아쉽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 유머 덕분에 좋은 감정을 느끼며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 movierising@hrising.com
 
(사진=20세기폭스 코리아)
movie.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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