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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뺑덕] 리뷰: 파격이 되어 돌아온 고전 그리고 정우성

14.09.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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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뺑덕,2014]
감독:임필성
출연:정우성,이솜,박소영,김희원
 
줄거리
불미스러운 오해에 휘말려, 지방 소도시 문화센터의 문학 강사로 내려온 교수 학규(정우성)는 퇴락한 놀이공원의 매표소 직원으로, 고여있는 일상에 신물 난 처녀 덕이(이솜)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학규는 복직이 되자마자 서울로 돌아가고 덕이는 버림 받는다. 8년 후
, 학규는 작가로 명성을 얻지만 딸 청이(박소영)는 엄마의 자살이 아버지 탓이라 여기며 반항하고, 학규는 눈이 멀어져 가는 병까지 걸린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학규의 앞 집으로 이사 온 여자 세정.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학규가 세정이 8년 전 덕이라는 걸 모른 채 그녀에게 의지하는 사이, 청이 또한 그녀에게 집착하게 된다. 덕이 없이 아무것도 못하게 된 학규, 그리고 두 사람 사이를 눈치채고 위험한 질투를 시작하는 청이. 세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의 한 가운데, 마침내 주도권을 쥔 덕이는 학규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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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 단정한 양복 차림의 '심학규'(정우성)가 화사한 꽃이 핀 도로를 지나 버스에 내리는 장면에서 우리는 이 영화가 정우성의 단정하고 댄디한 이미지가 담긴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순수하고 청순한 소녀 '덕이'(이솜)의 등장은 이 둘이 잘 어울린 한 쌍의 커플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한 이 기대는 허황된 허구에 불과하다. 동화와 고전에 등장해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했던 이 캐릭터들은 현실을 통해 욕망과 본능에 집착하는 하위 인간으로 그려진다.
 
'애정'이란 이름을 가장한 욕망에 빠진 학규와 덕이는 단정하고 단아한 외형을 벗어던지고 본래 속살을 드러낸다. 이러한 본 모습은 정우성의 20년 연기 사상 보기 힘든 최고 수위의 파격 연기로 그려낸다.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고 하반신까지 거침없이 노출하는 시도는 물론, 욕망과 물질 앞에 하염없이 쉽게 무너지고 처절하게 망가지는 그의 모습은 영화속 학규에 철저하게 동화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심리적 갈등도 여과 없이 보여주며 특유의 인간미마저 놓치지 않는 절제된 연기는 일품이다.
 
이러한 배우들의 과감한 연기만큼 임필성 감독이 의도했던 [마담뺑덕]의 원작인 '심청전'의 과감한 비틀기의 묘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정우성의 파격만큼 이에 못지않게 여주인공 덕이가 순수함을 벗어나 한 남자에 집착하고 팜므파탈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또 하나의 흥미로 그려진다. 이러한 덕이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노출도 불사하며 극과 극의 인간성을 오가는 이솜의 파격 연기도 돋보였다. 그녀의 이러한 파격은 권선징악에 가려진 '뺑덕'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특히, 하이힐을 신은 채 학규와 정사를 가지는 장면은 덕이의 욕망과 영화의 주제를 한 번에 각인시켜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단순한 베드신의 차원을 넘어선 강렬한 장면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여기에 청이(박소영)가 학규의 잘못 때문에 납치되는 설정은 '심청전'의 공양미 삼백석 이야기를 물질 만능 주의의 허점을 교묘하게 비튼 설정이란 점에서 영화가 가진 또 다른 묘미를 발견하게 한다. 이 밖에도 지식인과 같은 명사의 명암과 인간의 욕구를 굴욕적으로 그려내는 상징적 장면들은 [마담뺑덕]만이 가진 특징을 잘 살려주고 있다.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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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뺑덕]은 파격적인 시도와 상징적인 설정을 장점으로 갖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주는 이야기와 기본적인 내러티브는 너무나 빈약하다. 정우성과 이솜이 선보였던 강렬한 비주얼은 배신, 복수, 비참함의 단계로 이어지는 치정극의 진부한 설정에 묻히게 된다. 이 과정에 익숙한 관객들은 그다음 이어질 상황을 쉽게 예측하게 되고, 이야기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특히, 학규와 덕이의 만남에 치중했던 과거의 이야기에 시간을 할애한 나머지 덕이의 복수가 시작되는 후반부는 지나친 급전개를 이어간다.
 
전반부가 연기, 영상미, 상징적인 화면을 통해 세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던 것과는 너무나 상반된 결과다.
 
물론 이러한 설정들이 치정극의 전형적인 전개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는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달리 표현 될수도 있는 부분이다. 전반부에 보여주었던 침착함이 중후반부에도 잘 유지되면서 학규, 덕이, 청이 세 사람의 관계를 이용한 심리극을 만들어 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임필상 감독은 주인공 심학규가 처절하게 망가지는 과정과 덕이의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며 오로지 결말을 향해 무의미한 짧은 컷을 통한 빠른 전개만 이어나가려 한다. 그러다 보니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들의 연기도 후반부에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연기로 보인다.
 
작품의 비주얼과 디테일한 설정으로 영화를 본다면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치정극으로 볼 수 있지만, 이야기의 세심함까지 원했던 관객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작품으로 볼수 있다. 완성도에 대한 호불호가 클 작품으로 인식되겠지만, 정우성 이라는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배우가 보여준 파격적인 변신과 연기 덕분에 오랫동안 화자 될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 엔터테인먼트)
movie.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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