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리뷰: 지하에서 재현되는 [추격자]
14.10.01 17:37
[맨홀,2014]
감독:신재영
출연:정유미,김새론,정경호
감독:신재영
출연:정유미,김새론,정경호
줄거리
서울의 한 동네, 6개월 간 10여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종된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그들을 데리고 갔는지 작은 실마리조차 풀리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맨홀 뚜껑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머리카락과 핏자국이 발견되는데…
서울의 한 동네, 6개월 간 10여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종된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그들을 데리고 갔는지 작은 실마리조차 풀리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맨홀 뚜껑에서 주인을 알 수 없는 머리카락과 핏자국이 발견되는데…
[맨홀]의 시작은 투박한 편집과 촬영으로 완성된 영상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가 어두우면서도 거친 영화가 될 것임을 암시하게 된다. 그 예상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어두운 영상과 이야기를 유지한다. 처음부터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납치당하고, 납치당한 장소는 단순한 지하가 아닌 우리가 몰랐던 하나의 '세계'였다. 일말의 웃음기와 쉴 여유조차도 없이 영화는 도시 괴담을 통해 들었을 법한 공포 스릴러를 표방한다.
영화의 배경인 '맨홀'은 악역 수철(정경호)의 내면과 같다. 정신이상자인 아버지의 방화로 가족을 잃고 철저히 혼자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괴롭히고 죽이며 자신의 욕구를 채워 나가는 싸이코패스 그 이상의 살인마다. 그런 그가 사는 맨홀은 당연히 평범한 곳이 아니다. [괴물]에 괴물이 살았던 지하 하수도, SF 영화에서 볼법한 디스토피아 세계, 헐리웃의 B급 성향 감독의 작품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어두운 배경은 기본이고 맨홀에 들어온 이들을 막기 위해 설치된 함정, 그리고 시체들을 모아두는 지하 동굴은 그야말로 경악할만한 공간이다. [맨홀]은 이처럼 공간적 배경에서부터 음산한 분위기와 독특한 개성을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공간만큼 이곳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또한 긴장감있게 진행된다. 맨홀의 세계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수철과 맨홀의 지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맨홀에 들어선 사람들은 이곳의 지리를 이해하지 못해 수철이 완성한 함정에 당한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이들을 구하러 맨홀로 들어선 주인공들도 농락당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현대적 도구를 활용해 추적극의 묘미를 더하는 설정이 흥미를 돋구어 주었다.
[멘홀]이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소인 가족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맨홀]의 살인마 '수철'과 맞서는 이들은 형사와 경찰이 아니다. 그들은 무의미하게 그려질 뿐 딸과 여동생을 납치당한 아버지,언니와 같은 가족이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어두운 맨홀로 들어가 위협에 빠지면서까지 과감하게 수철과 대결하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간절한 상황을 불러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중, 자매 연기를 선보인 정유미와 김새론의 연기가 좋았다. 스릴러 장르에 출연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동생을 향한 애정을 보여준 정유미 특유의 연기는 극 중 연서 캐릭터와 매우 잘 맞았다. 여러 출연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선보인 아역 김새론은 이번에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여동생 수정을 애절하게 연기한 동시에 수철에게 개처럼 키워진 소년과 대화 없이 감정과 행동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어두운 영화의 배경에 인상 깊은 드라마를 선사했다.
악역 수철 역할을 맡은 정경호의 연기도 무난했다. 일반적인 살인범의 심리를 잘 표현한 동시에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맨홀 속 인물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그의 캐릭터는 한국형 호러 캐릭터의 한 획을 긋는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었다.
아쉬움도 없지 않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 것은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롱테이크 장면이 많고 대사가 적어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다. 의외로 너무 많이 관여된 주인공들의 등장 탓에 인물에 대한 이야기의 집중도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영화 내내 유지되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는 관객들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맨홀]은 신예 신재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일관성 있는 이야기, 과감하면서도 개성적인 세계관을 그럴듯하게 구현한 연출력을 선보여 당찬 신예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안정된 연출력을 선보인 만큼 이후의 행보 또한 기대되며, [맨홀]은 그의 첫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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