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을 원하는 당신, 떠나라!
12.06.15 15:44
누구나 그런 적 있을 것입니다.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왔을 뿐인데, 지금 당장 가방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때. 서류더미가 쌓인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피서 계획으로 고민이 될 때.
이런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로드무비’. 여행을 소재로 하는 ‘로드무비’는 단순히 영화의 내용을 떠나, 여행에 대한 충동을 마구 부추기는 매개체이기도 하죠. 제3자가 되어 화면으로 감상하는 영화에서 벗어나, 내가 직접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 여행의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게 하는 영화 여섯 편을 소개합니다.
1. 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는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46년이 지난 지금,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버킷 리스트’는 잃어버린 꿈이 남긴 쓸쓸한 추억에 불과할 뿐.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는 돈 안 되는 ‘리스트’ 따위에는 관심이 있을 리가 없죠. 기껏해야 최고급 커피 맛보는 것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도 없으니깐 말이죠.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남자는 너무나 다른 서로에게서 너무나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릅니다.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많은 것을 나누게 됩니다. 인생의 기쁨, 삶의 의미, 웃음, 통찰, 감동, 우정까지…
이 영화를 보면서 죽기 전까지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몇 가지 수첩에 적어 두고 실천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2. 원위크(2008)
그녀도 세상도 모두 두고 떠나는 1주일!
사랑하는 약혼녀와의 결혼을 앞둔 선생님 벤은 어느 날 갑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해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그에게는 모든 것이 힘겨울 뿐인데… 병원을 나온 벤은 우연히 모터사이클 마니아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평소에 가지고 싶어했던 모터사이클을 사게 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을 두고 홀홀 단신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원위크>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감독은 주인공 벤의 시선으로 다양한 풍경을 선보이죠. 특히 서드베리의 최대 원뿔형 천막집, 알베르타 공룡공원 그리고 로키산맥 풍광 등 각 마을을 대표하는 큰 건축물이나 거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면을 통해 영화는 캐나다라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보여줍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전하기도 합니다. 무모하지만 자전거로 캐나다를 횡단하겠다는 소년들, 암 투병을 이겨내고 사랑의 의미를 전하는 중년의 남자, 고향을 지키며 헤어진 아들을 그리워하는 여인 등 벤은 그들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살아있다는 소중함을 깨닫게 되죠. 또한 누군가 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레이션 효과는 결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 의식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3.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
세상이 그를 부르기 전, 세상이 그를 알아주기 전, 그의 삶을 바꾼 여행
“길 위에서 지낸 시간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 체 게바라
- 체 게바라
이 영화는 혁명가의 삶에 대한 사명 따위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연출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이죠. 체 게바라 일행이 광산 노동자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들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노동자 한 명이 체 게바라에게 “당신은 왜 여행을 하죠?”라고 물었죠. 체 게바라는 자신은 그냥 여행하기 위해 여행한다고 대답했구요. 이 장면은 중산층의 여유 있는 여행과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여행을 선명하게 대비시켜 주었습니다. 이 상황에 체 게바라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자신의 성찰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아무래도 체 게바라의 개인적 삶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짙어서 두 주인공간의 교감이나 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알베르토는 약간 철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체 게바라가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 강하죠. 체 게바라에 대한 회고적 성격이 배어있는 영화라 그런 약점이 있겠죠? 그 시절 체 게바라나 알베르토가 느꼈을 갈등이 좀더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두 인물의 묘사에 균형감을 잃은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남미에서 체 게바라가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체 게바라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남미의 멋진 풍광을 즐겨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영화 촬영 팀은 체 게바라가 거쳐간 여행길을 세 번이나 꼼꼼히 답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이죠. 마치 반지의 제왕의 뉴질랜드를 연상시키는 안데스 산맥의 멋진 겨울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4.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자아, 행복 그리고 치유의 여행기
복잡하고 힘든 현실을 벗어나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일년간의 여행을 그린 베스트 셀러 동명 에세이를 영화 한 작품입니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데요?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는 자유로운 사랑을 하는 내용입니다.
뉴욕의 잘 나가는 저널리스트가 남편과 이혼하고 직장도 그만 둔 채, 발리와 이탈리아와 인도를 돌아다니면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분명 위화감 조성하는 판타지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 표면을 살짝 들추고 안을 들여다 보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치유'에 대한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를 비롯,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상처가 있고 그 상처는 모두 ‘관계’에서 온 것들이며, 그 상처는 때로는 멘토를 통해, 때로는 서로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조금씩 아물어갑니다. 스토리 전개가 중간중간 조금 처지는 느낌은 있지만, 배우들의 흡인력이 그 빈틈을 메우기에 충분합니다.
5. 로맨틱 아일랜드(2008)
크리스마스에 만나는 가장 로맨틱한 상상!
떠나는 순간 현실이 되는 그 곳에서 어떤 행운의 로맨스가 기다리고 있을까?
일상에서 단 한 번 마주친 우연도 없었지만 현실을 떠나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보라카이에서 만난 이들. 낯선 곳이면 무조건 돌아다니기, 가이드 친구한테 묻어서 관광하기, 꼭꼭 숨어있기, 생면부지의 돌아가신 아버지 흔적 찾기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의 여행은 운명처럼 얽히게 됩니다. 2박 3일의 아쉽기 만한 짧은 일정 속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모두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로맨틱한 판타지가 조금씩 현실이 되는데…
바쁜 일상, 반복된 일상 속에서 늘 어디론가 떠나기를 갈구하는 건 요즘 현대인들의 로망이 아닐까요?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 속의 등장 인물들에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쌓여있는 서류더미에서 탈출하고픈 직장인이나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취업생 등 다양한 캐릭터가 몰입도를 더욱 높게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여러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사연으로 필리핀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예기치 못한 로맨스가 바로 영화의 주 스토리로 이어지죠. ‘여행하면 로맨스' 라는 법칙이 제대로 성립하는걸 볼 수 있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로맨스를 꿈꾸는 청춘들이라면 이 영화, 강력추천!! 올 여름, 제대로 된 인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6. 미드나잇 인 파리(2012)
소설가 길과 약혼녀 이네즈의 동상이몽 파리여행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덤스)와 파리로 여행 온 소설가 길(오웬 윌슨). 파리의 낭만을 만끽하고픈 자신과는 달리 파리의 화려함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네즈에게 실망한 길은 결국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산책하게 됩니다.
매일 밤 12시, 시간을 넘나드는 로맨틱 야행이 시작된다!
열두 시 종이 울리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이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1920년대 파리! 그 곳에서 그은 평소에 동경하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 전설적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어 매일 밤, 꿈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게 된 길은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매혹적인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과연, 세기를 초월한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파리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핑계로 여유롭게 파리의 여러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의 ‘미드나잇 인 파리’는 단순히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 혹은 파리의 모습 만을 담고 있지만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완성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렇게 다들 한곳에 모여 있었다는 것도 놀라움이지만 그들의 특징들을 잘 담아내고 있고, 그들을 만나게 되는 순간들을 그리고 그 과정들을 매우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장면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파리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주인공 길의 열정적인 말들처럼 이 작품은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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