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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1+블레이드 러너=프로메테우스

12.06.15 16:03






(우선, 이 글엔 적나라 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스포일러를 암시하는 글이 있습니다. 무조건 극장으로 쳐들어 가겠단 마인드가 확고하신 ‘님’들은 눈물을 머금고 ‘뒤로가기’ 후퇴를 하시기 바랍니다.)


인간에게 불을 전파해 주다가 제우스로부터 고통의 심판을 받은 프로메테우스. 그러나 여기선 신화의 이야기가 아닌 우주선 아니 ‘선’을 넘으려는 인간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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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헐리웃은 ‘작가’(AUTEUR)는 없지만 최고의 ‘장인’(METTEUR)들이 모인 곳이라 말한다. 작가가 자신의 개성과 철학을 토대로 작품을 예술의 경지까지 이끌어 얻게 된 영화계 최고의 존칭 이라면 장인은 상업영화 내의 전문분야에 완벽주의를 추구한 감독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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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은 그러한 시각에서 볼 때 분명 장인의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며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도전하려는 ‘작가’였다.

이제 어엿한 거장의 호칭을 붙인 그는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였다. 그것도 바로 자신이 감독으로서의 초석을 이룬 과거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을 하려는 시도였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의 기획은 리메이크로 출발했다. 글레디에이터 이후 여러 블록버스터 제작-연출을 맡았지만 이렇다한 재미를 보지 못한 그에게 만만한 것은 자기에게 명성을 준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하고 싶었던 욕심이 앞섰던 그였기에 계획은 원작 ‘에이리언1’의 우주선이 발견했던 우주선이 최초 에이리언과 어떻게 접촉 했는지를 이야기 하려는 비기닝 계획에 이어 1편의 우주선이 아닌 반대편에 있던 또다른 우주선이 에이리언과 만난다는 식의 변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렇듯 여러 연막전을 펼치던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깬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들고 컴백을 예고 했다. 공개된 프로메테우스의 줄거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에이리언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그보다 더한 인류의 탄생과 관련된 미스터리 파헤치기라니 이것은 엄청난 스케일과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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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를 들고 나타난 것에 대한 스콧 감독만의 답변 이랄까?

아무튼 우려와 기대속에 출발하며 수많은 루머를 양상하던 ‘프로메테우스’의 제작은 순항을 시작했고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 였을까? 아님 감독의 안전빵 이었을까?


1. 에이리언1

예의상 스포일러 까진 노출 할수 없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재활용’ 이자 ‘짬뽕’이다.

즉, 상대방의 과거를 알면 그의 의도와 본심을 알수 있듯이 리들리 스콧의 대표적인 전작만 알아도 이작품은 자연 스럽게 해석이 가능하다.

그 중 원작격인 ‘에이리언1’의 영향은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부에 프로메테우스호가 우주를 항해하고 이어지는 우주선의 내부의 장면을 비롯한 여러장면들을 보면서 “이거 어디서 본거 같다” 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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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에이리언1을 봤다면 프로메테우스의 이 익숙한 장면들은 바로 원작 장면의 패러디 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리들리 스콧은 ‘에이리언1’의 뼈대에서 프로메테우스를 이야기 하려 하고 있다. 지구인들이 외계인들이 있을것 이라 믿었던 장소는 1편에 나왔던 에이리언 생명체들의 기괴한 서식지의 장소로 추정되고, 검역절차를 놓고 쇼와 비커스가 대립하는 장면은 1편의 리플리가 에어리언의 내부 침투를 막기위해 분투하던 장면들의 패러디 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나레이션과 장면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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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그러고보니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이 영화는 공간이라는 장소에서의 진행 위주 였다. 여태까지 그가 제작한 대작들을 본다면 큰 배경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움직이는 화면이 많았는데, 유독 에이리언은 우주선 이라는 공간을 통해 긴장감을 조율하는 매력이 강했다. 프로메테우스 또한 초반과 중반에 잠깐 보여지는 외계 행성의 모습을 보여준것 빼고는 나머지는 우주선들을 왔다갔다 하며 공간에 배경을 넣어 이야기 하는 반대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것을 내포하는 우주의 비밀과 같은 이야기는 거대하다. 그래서 외계 생명체를 하나둘씩 조금만 노출해 주기만 해도 강한 주제의식과 더해진 긴장감은 저절로 배가된다.

무엇보다 에이리언1과의 확실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바로 그의 개인적인 B급 정서가 녹아 내린 점이었다. 원작의 잔인한 장면을 꼽으라면 사실 에이리언에게 잡혀 먹거나 당하거나 얼굴이 녹아지는건 머리가 적나라하게 잘려지는 장면에 비해 별거 아니다. 휴머노이드 이면서 우주선내 과학관련 업무를 책임지던 애쉬가 바로 그 당사자 인데, 그는 그러한 최후를 당하고서야 진실을 말했고 마지막에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을 조롱했다. 이는 프로메테우스 에서도 분리되어 해석된다.

우주 대원들은 외계행성 유적지에서 머리가 절단된 엔지니어(스페이스 자키 외계인들)의 사체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매개체로 쓰이며, 본편과 연결성을 가진 휴머노이드 데이빗의 최후 또한 애쉬와 똑같은 길을 걷는다. 리들리 스콧이 왜 이렇게 잘린 머리에 집착하는 지는 굳이 의미부여를 하는 것보다는 한번씩은 자기 작품에 장난이나 증표라도 남기고 싶어하는 본색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점에서 보면 이 잘린 머리 장면은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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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어딘가 모르게 에이리언 본편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많으니 보게 된다면 에어리언1을 꼭보고 관람하길 바란다.

 
2. 블레이드 러너

이제부터가 핵심이다.
아까 나는 절단된 머리에 의무부여를 하지는 말자고 했지만, 휴머노이드인 애쉬와 데이빗의 참수형은 묘한 연결점을 뜻한다. 이 두 존재는 프로메테우스와 에어리언1의 줄거리의 연결고리를 상징 하면서도 둘 다 아버지 격인 인간에 의해 탄생된 존재다.
                
아버지와 아들, 이 관계는 리들리 스콧 작품의 세계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버지에게 있어 아들은 자신을 증명하는 존재이고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때로는 넘어야 할 존재 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아들들은 아버지들에 도전하거나 죽인다. 그래야 ‘누구의 아들’이란 굴례를 벗어나 나 자신을 증명 할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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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관계를 가장 밀접하게 그린 것이 그의 또 다른 SF 걸작인 ‘블레이드 러너’ 이다. 이 작품의 설정도 인간이 만들어낸 복제인간인 ‘레플리컨트’들의 반항-저항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극 중 레플리컨트인 ‘로이 배티’는 자신의 아버지격인 과학자를 찾아 자신의 정체성과 생명연장에 대한 방법을 얻으려 하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고 절규하며 그를 죽이게 된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이후 리들리 스콧 작품속 캐릭터들의 트라우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글레디에이터’의 코모두스는 자신이 황제가 되기위해 공화정을 부활 시키려는 아버지 마르쿠스 황제를 죽이게 된다. 반대로 ‘킹덤 오브 헤븐’의 발리안은 오랫동안 잊혀졌던 친부가 등장해 자신의 후사를 이어가도록 하여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들이라는 명분을 증명할 기회를 준다. 이것은 변형되어 ‘지 아이 제인’과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지배자격 아버지인 ‘남성’에 도전하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상으로 그려진다.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은 바로 이 블레이드 러너의 캐릭터와 더 직접적인 연관성을 띄고 있는 21세기 레플리컨트 이다. 극 중 데이빗은 탐사의 모든 것을 총괄한 웨인필드 회장을 아버지라 부르며 그의 죽음과 자신의 존재성이 관계가 있음을 말한다. 레플리컨트 처럼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볼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가장 인간적 이면서 지적인 호기심을 통해 흥미를 찾아가는 모습은 인간에 대한 동경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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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데이빗은 인간에게 있어 필요한 대상이면서 경계와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본인도 인간에게 덜 혐오감을 주기 위해 프로그래밍 되었다는 것을 말했듯이 창조주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창조물에 만족하면서도 그 선을 넘어버릴 시에는 불안감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의 존재는 영화의 핵심이기도 한 인류 탄생의 ‘키’ 일수도 있다.

인간은 창조주인 ‘엔지니어’들 에게 있어 레플리컨트와 에이리언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존재에 대한 증명이면서 하나의 실험작 이었던 인간이 데이빗과 같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문제의 행성이 군사기지와 같은 곳이고 에이리언과 관련된 물질이 그런 한 목적을 뜻한다면 그들은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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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론

사실 프로메테우스는 명성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다. 에이리언 시리즈와 같은 계승성을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첫 스타트 였기에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아 의문만 증폭 시킨 부분들이 많다. 그렇기에 현재 평론가들 사이에도 갑론을박의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시리즈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따름이지만, 현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흥행이 제작비에 비해 순탄치 않다는 점을 볼 때 프로메테우스가 그 이후에도 순항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프로메테우스는 리들리 스콧이란 능력있고 야심많은 ‘장인’의 노력의 결과물 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이 분은 벌써부터 자신의 또 한번의 영광스런(?) 작품인 ‘블레이드 러너’의 리메이크를 2014년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들리는 바로는 주인공 데커드와 레이첼의 그 후 이야기 위주로 펼쳐진다는 말도 있어 또 어떤 연막을 치며 새로운 이야기를 할지 기대된다.

그보다 자신의 아이들 같은 창조물들이 다시 영광을 줄지 배신을 할지는 아버지 리들리 스콧의 조율에 달려 있다는 점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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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나 하는 생각인데 이 영화도 리들리 스콧의 전매 특허인 감독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콧이 끝빨 강한 양반이라 증명한 사례는 ‘블레이드 러너’의 아쉬움을 달래려 감독판 공개를 한것도 모자라 이 후 ‘파이널 컷’ 이란 두번째 편집본을 내놓음 으로써 명예회복 집착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몇년후 악평 소리를 들었던 ‘킹덤 오브 헤븐’ 은 무려 1시간 추가된 감독판을 공개 했을 정도니… 축구 경기도 90분 시간에서 결과를 내듯이 왠만하면 영화상영 2시간 내에서 명예회복을 하셨으면 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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