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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영화] 2부 -해적들-

11.11.06 13:53

이번 시간에는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영화와 IT산업에 대한 헐리웃의 시선을 영화로 통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해적들
 
스티브 잡스를 유일하게 직접적 으로 다룬 영화는 TV용으로 제작된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 이란 작품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80년대 화려했던 실리콘 밸리 부흥의 역사를 알고 싶으신 분들 이라면 볼만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그리 크게 주목할 만한 요소는 없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굴곡진 청년 시절을 영상화 한 점에서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여기에 또 다른 인물을 주축으로 내세우는데 바로 잡스와 운명적 라이벌인 MS(마이크로 소프트)빌 게이츠 입니다.  잡스와 다르게 친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부유하게 살아온 데다가 머리도 좋아서 아버지의 권유로 하버드 법대를 쉽게 들어갈 정도의 수재 였지만, 그 또한 평범한 것을 증오했으며 누구보다도 지는 성격 자체를 싫어한 승부사적 기질이 강했기에 스티브 잡스 못지 않은 괴짜적 기질이 강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영화 속에 둘의 인생은 극명하게 대립하면서도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애플사 에 해적 깃발을 계양 하는 모습을 통해 그의 인생 자체가 일탈 추구를 상징하는 것과 달리 빌 게이츠는 스스로가 운명적으로 엮인 부모의 부에서 스스로 일탈 하기 위해 일부러 자동차 교통 사고를 치려는 장면들을 보여 주게 됩니다.
거기다 이 둘은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전자에 언급한 거짓과 위선적인 모습을 닮더니 결국 이러한 행동 때문에, 주변인들과 각자의 절친 이자 조언자요 공동 창업자 인 스티브 워즈니악 과 폴 앨런과 같은 신화적 존재들과도 각각 결별하게 됩니다. 둘 다 두 주인공의 독단 과 배신에 못 이겨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듯이 천재들의 뒷모습 에는 스스로 외로워 지는 것도 재능이었나 봅니다.
(영화 속에서는 잡스의 결별만 보여주고 빌의 일화는 뺐습니다만 결별은 실제 였습니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인지 둘은 향후 친구가 될 만큼 서로 협력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엄청나게 틀어져 버립니다. 빌 게이츠가 애플에 협력 하면서 그와 관련된 운영체제에 대한 코드를 훔쳐와 윈도우를 제작 하면서 잡스는 분노하고 MS를 도둑으로 간주하게 되면서 입니다. (그 유명한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에서도 빌의 만행이 언급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영화의 후반부 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빌의 입장을 대변 하고 있습니다.
 

 
잡스: 난 너를 믿었고 신뢰하고 가족처럼 생각했어. 근데, 자네는 우리를 마피아 가족으로 생각했나 보군. 허를 찔렀어. 아예 우리 꺼를 훔쳤더군 어떻게 된거야? 완전 사마귀 였군. 먹이를 유혹한 채로 잡아먹는 사마귀 말야
 
빌: 세상엔 유사한게 많아. 자동차 핸들만 봐도 그래. 아무리 자기 발명품 이라곤 안 해
좀 솔직해 지자구. 우린 둘 다 부잣집 옆에 살았어. 그 부잣집 문은 뭐든 훔치라고 열려 있었단 말이야. 자네가 그 집에 들어갔을 땐 내가 선수를 친 뒤였다고, TV는 내 손에 있었다고 스티브!!! 그래서 화가 난 거지? “내가 먼저 못 훔쳐가서?” 그런 거야?
 
위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 하자면 사실 둘은 스스로 창조해서 성장한 인물이 아닌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해서 성공한 케이스 라는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SW 개발에 있어 타사가 버린 아이디어를 갖고 와 이를 변형 시켰고 MS 또한 위와 같은 케이스를 통해 성공했기에 이러한 점에서 서로들 ‘도둑’ 또는 ‘해적’ 이라고 스스로들 규정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결국 그들 또한 서로의 공통점을 잘 알았기에 이러한 배신의 굴례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보여주니 해적은 해적인 것 같습니다.
 
 
2. IT 산업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
 IT 산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역사가 짧고 딱딱한 면이 있는데다 산업 자체가 앉아서 일 하는 스타일 이기에 동적인 요소가 부족해 헐리웃의 관심을 받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헐리웃은 이러한 딱딱한 소재도 재미있게 을 장르 적으로 아기자기 하게 꾸미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경제 산업 분야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도 멜로, 스릴러, 액션으로 바꿔 충분히 그럴듯한 작품을 건져내듯이 IT 산업 또한 그렇게 간접적으로 그려 집니다.
 
*IT는 위험하다?
 영화 속의 IT 최신 기술은 언제나 악의적 대상으로 사용 되었습니다. 스탠릭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의 컴퓨터인 할(HAL)을 필두로 [터미네이터] 의 스카이 넷 까지 인간의 편의와 진보를 위해 발전된 기술이 비인간화를 갖고 와 인간을 공격 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모든 감독들 에게 있어 공통적인 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기대감을 증폭 시키기 위한 영화계의 상업적인 바탕이 함께 했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시선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IT 산업 인력과 사용자들을 바라볼 때도 마찬 가지 입니다.  특히나 이들이 해킹과 같은 악의적 네트워킹 기술을 악용할 경우의 비윤리성을 경시한 영화들이 그러한데, 산드라 블록 주연의 [네트], 안젤리나 졸리가 신인 시절 출연한 [해커즈],[스니커즈] [워게임] 과 같은 작품들이 그러한 특징들을 같고 있습니다. 모두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기술을 악용 할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위험이 국가와 같은 절대적 지배층에 쓰인다면 더욱 암울하게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인 윌 스미스 주연의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 와 [이글 아이] 같은 국가적 통제용으로 쓰인 다면 지금의 우리모두도 충분히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부정적 시점은 IT 분야의 경영자에 대해서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갖고 있는 인식은 각각 ‘스티브 잡스=혁신가, 빌 게이츠=악덕 경영자’ 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빌 게이츠 또한 실제로도 스티브 잡스 못한 혁신적인 이미지와 비즈니스 능력을 가졌지만 그 방법에서 잡스와 많이 달랐기 때문 일 것입니다. 실제로 빌 은 법대 출신의 경력과 변호사 출신 아버지의 인맥을 통한 법의 힘을 이용하여 경쟁 또는 신생 회사들의 아이디어를 뺐어 훔치거나 없애버리는 게 그의 경영 방식 이었습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의 모습에서 헐리웃은 21세기형 악덕 경영자의 전형을 발견했나 봅니다. 아예 그 이미지를 빌려와 스토리를 만든 영화가 있을 정도 입니다. <패스워드>란 영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필이면 극중 악역인 팀 로빈슨의 안경잡이 CEO 캐릭터는 누가 봐도 빌 게이츠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극중 이 캐릭터도 CCTV로 직원들을 감시하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살해까지 하는 방식이 일화에서 알려진 그의 비지니스 방식을 비유한 거라는 걸 눈치채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는 살인은 안 했습니다. ^^;;) 물론 지금은 자선사업으로 많은 선행을 하고 있는 점은 인정해야겠지만, 당시의 경영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라 봐야 겠죠.
 
그나마 이 분야에 대해 약간 덜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려진 [테이크 다운] 이란 영화는 해킹 계의 전설적인 인물 ‘케빈 매카트닉’의 이야기를 통해 해킹과 같은 위험한 기술이 악의적 행동이 아닌 단순 호기심으로 인해 시작 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해킹의 위험과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 시켜 주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개인들 모두가 이러한 위험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최근 추세
 
 최근에 들어서야 이러한 IT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들은 점차 완화 되고 있는 추세 입니다. 70-80년대가 2000년대를 부정적으로 본 것과 다르게 세상은 영화 속 과 전혀 다른 현실 이었으며 오히려 스마트폰과 SNS와 같은 기술이 모두 우리 생활에 밀착 되고 긍정적인 효과를 이룸 으로써 그 에 따른 비판적인 시각이 완화 되었고, 심지어 이러한 기술력으로 영화계가 새로운 판로를 맞이 하고 있을 정도니 이제 영화계는 이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만 봐도 A.I(인공지능 컴퓨터) 와의 전쟁은 인간 스스로가 기계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만들어 스스로 자초한 결과로 보고 있지만, 결국 결론은 그에 따른 공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를 하나의 동화로 봤습니다.^^)
 또한 빌 게이츠를 통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던 IT 인력과 경영자에 대한 시선도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축에는 스티브 잡스 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CEO 들의 활약이 두드러 지게 되면서 이제는 그들의 한쪽 면이 아닌 양면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이야기 하려는 추세 입니다.
 
 

 
 최근작인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만 봐도 천재적 재능과 열정을 가진 페이스 북의 창시자 마크 주카버그의 집요한 노력을 보여 주지만 성공의 과정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인간성의 변화와 주변인들 과의 관계를 통한 인간관계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주카버그의 캐릭터를 봤을 때 마치 ‘잡스+빌’ 의 이미지를 빌려온 것과 같은 인상이 짙었습니다. 5억이 넘는 커뮤니케이션 사이트로 성공하고 세상을 바꾸지만 정작 이기심에 의해 주변의 친구들과 적으로 돌변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로인해 분명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친구를 얻었지만 정작 자신은 친구들과 적으로 돌변하게 되니 이러한 묘한 양면적인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 입니다.
 
 현재 스티브 잡스 의 일대기와 현대 컴퓨터 발전의 기초를 만들어낸 ‘앨런 튜링’ 과 같은 IT 산업의 신화적 인물들을 재조명 하는 영화들이 제작에 들어 갔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 분야에 대해 무조건 적인 암울한 메시지를 담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과 시선으로 IT를 재조명 하려는 영화계의 노력이 돋보이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3. 결론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한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와 그가 몸담은 IT 업계에 관련 된 영화를 통해 이 분야를 정의할 양면적인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했습니다.
 
영화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여 ‘헐리우드’ 가 만들어 졌듯이 IT 산업도 그와 같은 형태로 인해 ‘실리콘 밸리’ 라는 곳이 만들어 지게 되었습니다. 이곳의 누군가는 경영 방식에 따라 악덕 경영자 이거나 누군가는 혁신가 로서 인식 되어 지는 것은 여타의 경영 세계와 다를바 없는 것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단 한번에 세상을 바꿀수 있는 변화의 최전방에 있는 분야이며 이러한 그들의 도전 정신은 [시민케인]의 ‘로즈버드’ 와 같은 순수한 꿈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양면적인 시각 바로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앞으로 영화화가 될 개인과 주체들을 정의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실화 인물을 다룰 영화들에 있어 추세가 될 것입니다. 성공의 빛에는 언제나 그늘이 있다는 것을 재조명 함으로써 그들을 동경하는 모든 이들에게 좀 더 넓은 시각을 제시해 줄 것이며 또 다른 신화를 탄생 시켜 줄 것입니다.
 [소셜 네트워크]가 그렇게 보여 주었듯이 신화적 존재인 스티브 잡스를 영화화 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시각을 통해 다양하게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정의하며 배웠으면 합니다.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 에서의 스티브 잡스


P.S: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의 스티브 잡스 역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스필버그 제작 미드 [폴링 스카이즈]의 주연배우 '노아 와일' 
입니다. 잡스의 털 복숭이 젊은 시절을 연기 하는 모습이 지금 드라마 
에서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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