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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에 빠진 광기의 사람들

12.06.21 14:41






당신이 아침에 집을 나서서 출근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CCTV에 노출되는지 알고 있는가?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만 해도 약 13만대. 대략적으로 따져보면 개인이 출근길 CCTV에 노출되는 횟수는 약 70회 정도라고 한다. 이것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당신의 은밀한 사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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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카메라, CCTV와 같이 이렇게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엿보기가 팽배한 이 사회를 '관음증'에 빠진 광기의 사회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관음증'이란 좋은 소재를 영화에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영화에 반영 된 '관음증'에 대해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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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터비아>는 가택 연금을 당한 '케일'이 옆집으로 이사 온 소녀 '애슐리'를 고성능 망원경으로 엿보다 또 다른 집에서 벌어지는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주인공 '케일'은 외부로부터 차단된 일상 속에서 권태를 느끼게 되고, 욕망이 더 커졌기에 '엿보기'라는 악취미를 즐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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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성이라면 '케일'과 같이 약간(?)의 관음증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벌어지면 기를 쓰고 그 장면을 보려고 하는 것은 남자의 본능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멈추지 않고, 깊게 파고 들어가게 된다면 '관음증'에 중독되고 만다.

의학계에선 관음증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성생활은 물론 내 앞에 있는 여자의 알몸을 봐도 성적인 흥분이 생기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당당하게 훔쳐 볼 수 있는 특권의 장소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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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잠재되어 있는 관음증을 발현시키는 최적의 장소다. 영화관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잘 되새겨 보자. 어둠 속에서 당신은 스크린 속 주인공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보려고 애쓸 것이다. 그리고 쾌감을 느끼거나, 감정을 이입한다.

이런 당신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 몰래 엿보기를 하는 관음증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당하게 엿보기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어두운 극장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관음증자요, 카메라에 찍히는 배우들은 노출증 환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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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영화 <후궁>은 훔쳐보기의 욕구를 완벽하게 해소시켜 주는 판타지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후궁>은 먼저 여성의 性을 무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를 바탕으로 옛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갖춰 완벽한 '훔쳐보기'용 영화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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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서민들은 접할 수 없었던 왕의 침실을 엿볼 수 있다는 점과 이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여배우의 노출을 냅다 던져놓고 관객들의 관음의 본능을 깨우게 만들었다. 극장의 찾은 관객들에겐 이런 아찔하고 쾌락적인 요소를 당당하게 볼 수 있는 특권이 생긴 셈이다. 이런 점에서 김대승 감독은 인간의 본능을 잘 활용한 천재적인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합법적 성인 에로물에서 불법 몰래 카메라까지

인간의 본능을 다룬 다양한 형태의 '관음증' 영화들은 왜 만들어 지는 걸까? 당연하고 간단한 답을 제시하고 싶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라는 답.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시작으로 '훔쳐보기' 영상물이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런 다양한 형태의 영화 속에서 관음증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알아볼까?


- 개인의 생활을 훔쳐보는 대중심리의 결정판 <트루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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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일생을 24시간 생중계하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그의 탄생부터 30이 가까운 지금까지 일거수일투족을 TV를 통해 보고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내용이다. 당신의 모든 행동을 누군가 아니 어느 집단이 단체로 훔쳐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엄청난 공포가 밀려올 것이다. 보통은 스타들을 광적으로 따라다니는 팬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훔쳐보기'의 경향이다.


- 에로틱 속 묵직한 공포가 공존하는 영화 <침실의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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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배우 제이크는 어느 날 호화스러운 독신자이자 동료 배우인 샘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그의 집 거실에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을 발견하고 이웃집의 글로리아의 침실을 엿보게 되는데, 또 다른 사람이 글로리아를 엿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남자가 글로리아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제이크는 글로리아를 보호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엿보기와 에로틱 그리고 공포라는 소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요소들이다. 이런 음침하고 무거운 공통점을 가진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 포르노의 거장 틴토 브라스 감독의 <모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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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지 마... 다 보여줄게"

로라는 타마소와 약혼을 한 사이다. 타마소와의 결혼 전에 관계를 갖고 싶었던 로라는 타마소를 유혹하지만 정절을 중요시하는 타마소는 이를 거절한다. 결혼식 날이 점점 다가올 수록 로라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지기만 하고, 타마소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결국 로라는 타마소와의 결혼을 취소하고 낯선 남자와 여행을 떠나버린다.

<모넬라>는 풋풋함과 경쾌함을 갖춘 관음증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관음과 풋풋함? 그리고 경쾌함? 이 상반된 이미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영화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이밖에 오래된 훔쳐보기의 전설 <선녀와 나무꾼>, 여주인공의 자위를 훔쳐보는 <수취인불명>등의 한국영화도 있다는 사실!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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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없이 CCTV에 감시 당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몰래 카메라의 주인공이 되어버리는 이 피곤한 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안전한 나만의 공간이다.
 
몰래 엿보기, 전부 보여지는 것이 아닌 일부분만의 것을 보는 것. 그 행위 자체만으로 우리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넓어지기 때문에 그 호기심을 뿌리치기란 힘든 일.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올 땐, 영화관에서 주인공들을 훔쳐보는 것으로 대신 관음증을 해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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