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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씬] '슬픈 청춘들의 외침' [칠수와 만수]의 옥상 씬

14.11.28 09:54

동두천 하우스 보이의 아들 칠수(박중훈)는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간 누나의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그는 칠 작업을 하는 만수(안성기)의 보조원으로 일한다. 숙련된 도공인 만수는 아버지가 반공법에 연루되어 장기복역 중이라서 해외취업을 하고도 외국에 나갈 수 없다. 초청장을 근거로 유학 준비를 하고 있는 미대생이라며 여대생 진아(배종옥)와 사귀던 칠수는 진아로부터 실연을 당하고 누나와의 연락도 끊긴다. '마이애미 해변'과 같은 화창한 미래를 꿈꾼 청춘들은 좌절된 희망을 뒤로 한채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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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 간판 작업을 마친 후, 서로의 과거를 나누며 마음에 두었던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옥외 광고탑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나의 장난이었지만, 이 상황을 옥상 아래의 사람들은 '자살소동'으로 오해를 하고 장난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이들의 이 행동은 경찰을 불러오고 각종 매스컴과 언론은 이들을 취재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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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람들의 관심에 재미를 느꼈던 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장난이었다고 해명하며 모두 돌아가라고 외친다. 하지만 높은 고층빌딩 아래의 세상 사람들은 이들의 외침을 '자살소동'으로 보고 반공법에 투옥된 만수의 아버지를 연계시켜 이들이 노동쟁의를 하고 있다고 단정을 지으려 헌다. 고층빌딩을 사이로 옥상과 지상이라는 큰 차이로 벌어진 세상과 이들의 관계는 소통불가와 괴리감이 존재할 뿐이다. 결국, 칠수와 만수는 마지막 응어리를 사람들 앞에서 쏟아내고 이들을 체포하려는 경찰들이 옥상에 올라오면서 상황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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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는 80년대의 현실을 '고백'하는 작품이면서도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영화였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고층빌딩을 꾸미는 '칠수와 만수'는 이 세상을 지탱하는 서민들의 모습이자 청춘을 상징한다. 이들의 꿈과 희망은 옥상과 지상의 소통 불과 만큼 괴리감만 줄 뿐이다. '사상'과'신분' 그리고 세상의 '고정관념과 인식'이 이들의 꿈을 좌절시키면서 최악의 상황에 몰린 이들의 마지막 하소연과 외침마저 세상은 들어주지 못할 뿐이고 이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자유를 만끽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외면당하는 현실. 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세상은 냉정하고 잔인한 곳이었다. 80년대의 정서와 분위기가 가득 담긴 작품이지만, [칠수와 만수]는 이상하리만큼 지금의 현실을 보는것 같은 착각을 준다. 물질 만능, 편견 어린 시선, 청춘의 꿈이 좌절될 수 밖에 없는 사회 제도 등 우리는 지금 외형만 2000년대인 80년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빌딩'이란 장소를 통해 지상과 옥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풍자와 우화로 그려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후반부는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영화속 '칠수와 만수'의 꿈은 좌절되었지만, 현실속 '칠수와 만수'들의 꿈은 좌절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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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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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칠수와 만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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