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잡다한 생각] 스즈키와 '캐나다 베이컨'
12.07.06 17:02
며칠전 스즈키라 불리우는 일본인 아저씨의 행동이 논란이 되었다.
다름아닌 이 아저씨는 일본의 대표적 극우 운동가중 한 사람인데, 이번 우리나라에 입국해 종로 일본 대사관 앞에 놓여져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 이라 불리우는 말뚝을 박는 대담함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본 극우단체의 행동을 많이 봐왔지만 국내로 들어와 이런 만행을 보여주는건 아마 최초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정치-국제적인 수준높은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독도는
한국땅이고, 위안부 문제를 나몰라라 하는 일본의 행동에 격분하는건 기본이다. 단지 극단적 성향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자니 가끔 영화서 보는 막무가내의 캐릭터를 보는것 같아서다.
우리에게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 <식코> 같은 다큐를 만드는 '미국의 불만쟁이 甲'으로 알려진 마이클 무어는 한번 실사영화를 만든적이 있었다.
<캐나다 베이컨>이란 작품이 그것인데, 소련과의 냉전이 끝나면서 미 행정부는 심각한 내부문제에 시달리면서 지지율 추락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모든 여론 기관을 이용해 이웃 나라인 캐나다를 새로운 적대국으로 지정해 모든 관심을 그곳에 돌리려 한다.
결국 이러한 정부의 전략에 제대로 걸려든 주인공 부머는 냉전 종식으로 망한 무기 공장의 직원이자 열혈 애국시민 이었으니, 부머는 친구들과 바로 이웃동네인 캐나다를 향해 복수를 하러 쳐들어 간다.
그들이 감행한 복수는 다름아닌 '쓰레기 투척' 이었다. 즉, 깨끗하기로 소문난 캐나다를 쓰레기로 더럽혀 망하게 한다는 시덥지 않지만 나름 애국적인 명분(?)이 있는 테러였다.
<캐나다 베이컨>은 냉전과도 같은 광기와 공포적 심리를 이용하고 이에 당하는 미국인들의 이면을 풍자한 코미디 물이다. 극우와 극좌와 같은 극단적 성향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공포와 분노라는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면서때로는 이성이 통하지 않게 된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국가를 위한다는 가치관이 지배할뿐 그것을 위해서 막장스러운 무슨 일을 한다해도 애국심으로 인식되어 지는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한 본질을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는데 유용히 쓰인다.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분노, 미국의 소련- 후세인 공포증 이나 일본의 대동아공영권과 같은 광적인 망상이 만든 분노가 그것이다.
현실의 스즈키와 영화속의 부머의 공통점은 바로 그 분노에 사로 잡혔다는 점이다. 비록 부머의 분노는 귀엽지만 스즈키는너무나 비호감 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스즈키와 같은 극우인사들은 위안부 할머님들과 함께 전쟁의 역사가 만든 피해자들일수도 있다. 그것을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불행한 인간들이란 점이 더 비참하지만 말이다.
<그점에서 볼 때 ‘스즈키’와 같은 사람들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학살의 본성을 숨긴 전직 나치 장교의 캐릭터와 더 어울린것 같다. >
돌이켜 본다면 현재의 이러한 극단성은 ‘중복-애국가 ’ ‘메카시즘’ 처럼 다시 이념 논쟁으로 회귀하고 있는 최근의 한국 정치의 현 주소와도 무관하지 않은것 같다. 물론 극단적 정치이념을 선동하는 사람은 막아야 겠지만, 그걸 막는다고 사회 전체를 들쑤셔서 한 가지 이념을 강조하는 것 또한 주의해야할 극단성 이다. 어쨌든 외국인 극우인사가 버린 씁쓸한 쓰레기에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해봤다.
*P.S: 일본의 한 감독이 만든 극우 관련 다큐에서는 이들의 이런 행동을 ‘취미 생활’ 이라는 색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 즉 소일 거리와 사회에 더 이상 자신이 설 자리가 없는 분들이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이라 하는데… 스즈키상, 부디 건전한 취미생활을 찾으시길 바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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