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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리뷰: 그녀는 왜 4,000km를 걸어야 했나? (★★★★)

15.01.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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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2015]
감독:장 마크 발레
출연:리즈 위더스푼, 로라 던, 토머스 새도스키
 
줄거리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리즈 위더스푼)는 스스로 자
신의 삶을 파괴해간다.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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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첫 장면부터 '왜?'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4,000km를 걸어야 하는 하이킹, 그로 인해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이를 후회한 듯 소리를 지르며 자신이 신었던 부츠를 절벽 아래로 내던진다. 그리고 다시 기억한다. 잊고 싶었던 기억이자 지금의 여행을 하게 만든 상처들을… [와일드]는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에까지 이르는 4,286km의 하이킹(PTC 하이킹)에 나섰던 실존인물 세릴 스트레이드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불우했던 유년 시절과 방탕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그러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기 위해 하이킹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와일드]는 셰릴 처럼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치유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힐링 영화였을까?
 
영화는 포스터 문구속 '희망'이란 단어만큼 절대 아름답지 않다. 불우한 유년시절, 유일한 희망의 대상이었던 엄마의 죽음, 방황, 마약 그리고 이혼 등 주인공 셰릴은 그녀 자신이 만든 상처에 방황하고 있었고 이는 적나라한 영상으로 표현된다. 그런 와중에 우연하게 마트에서 보게 된 'PTC 하이킹'은 그녀 자신이 생각한 구원의 길이었다. 하지만 셰릴은 이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도하기에는 장거리 하이킹에 능숙하거나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배낭 메는 방법, 식수 확보 그리고 식량마저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모든 행동은 어설프다.
 
상처를 입은 사람이 여행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일반적인 로드 무비와 달리 [와일드]는 개인의 변화와 자아 성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주인공이 감행한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도 아니며, 나를 찾기 위한 여행도 아니다. 현실에서 고통받은 그녀는 이 여행을 통해 더 힘든 고난을 겪게 된다. [와일드]는 이 나약한 주인공의 시선에 집중하며, 그녀가 거친 하이킹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스스로 부딪혀 터득한 경험과 타인들의 도움으로 난관을 하나씩 극복하는 모습이 의외의 재미를 가져다주면서, 과거의 상처들을 기억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깊은 여운과 감동을 완성한다.
 
보는 이에 따라 달리 정의될 수 있지만, 본 기자의 시선에서는 [와일드]는 결코 위로가 되어 주거나 '힐링'을 할 수 있는 따뜻한 영화는 아니라 생각한다. 대신 그보다 더 강렬하고 뜻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란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와일드'라는 단어를 통해 알 수 있다.
 
'야생' '거친' '미개한' 등등의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셰릴의 암울했던 과거이자, 그녀가 원한 '엄마가 자랑스러워한 딸'로 되돌려줄 '순수' 이자 '성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의 셰릴은 '야생'의 짐승처럼 거친 삶을 살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여러 사람과 관계를 갖지만, 이마저도 치유가 되지 못한다. 그녀가 경험하게 된 진짜 야생은 이보다 더 심한 곳이다. 온갖 위험은 물론 육체적, 정신적 고통 등 현실의 아픔보다 더 심한 상처를 주는 곳이다. 언제든 포기 할 수 있는 여행이지만, 그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무수한 고난이 수반된 여행이지만, 야생에서의 고통이 현실의 상처를 견디게 해준 것이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지만, 야생의 생명처럼 더욱 강해지게 되었다. 인간의 아픈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 아픔을 모두 수용하며 강해질 수 있는 존재란 사실을 영화는 일깨워 준다.
 
지나치게 관조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복잡한 내면을 투박하게 묘사하며 몽환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설정이 어두우면서도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어둡고 투박한 표현마저 공감 있게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리즈 위더스푼의 열연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과감한 노출은 물론, 당시 셰릴이 느꼈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한 감성 어린 내면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산드라 블록이 [그래비티]를 혼자서 이끌었던 것만큼 [와일드]는 리즈 위더스푼이 전체를 이끈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열연 덕분에 우리는 '희망'이란' 허상'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힐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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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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