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우리 안에 숨겨진 '편견'과 '차별'

12.07.20 17:36


며칠 전 KBS 예능프로그램인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시청하던 중 나온 사연입니다. 동남아인을 닮은 이국적 외모로 무시와 경멸을 당하는 출연자가 등장해 외국인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태어난 본토 한국인. 하지만 "필리핀 베트남 파키스탄 멕시코 사람으로 오해 받는다"고 씁쓸하게 밝혔었죠.

이날 출연한 그의 친구 역시 "동남아인이 아니라 백인이었으면 그렇게까지 무시를 당했겠는가 생각했다"라며 우리사회가 직면한 외국인에 대한 이중잣대를 꼬집었는데요.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취업에 있기까지 차별을 당해야 했던 그를 보면서 사람들이 아무리 평등을 외쳐도 사회 깊숙이 박혀있는 차별은 아직도 누구네 발바닥에 박혀있는 무좀마냥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1.jpg

2.jpg
이 사연을 보면서 문득, 여러 차별에 관한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차별에 관한 내용, 어떤 영화였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헬프> 그녀들의 아슬아슬한 반란이 세상을 바꾼다!

3.jpg

미국의 1960년대는 격변의 시기였었죠. 공식적으로 흑인 노예제도가 폐지가 되었음에도 빈부 격차는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구분 짓는 주요한 잣대였죠. 특히 미시시피에서 흑인들의 위상은 백인 가정을 위해 제공되는 값싼 노동력에 가까웠습니다. 표면적인 계급적 구별이 사라졌을 뿐, 차별은 더욱 공고해졌었죠. 캐서린 스토킷의 <헬프> 는 차별의 한가운데서 폭력을 체감하면서도 묵묵히 백인 가정의 살림을 도맡아온 미시시피 흑인 가정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인종 차별이 일상의 풍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당대 미시시피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지닌 진지한 문제의식을 관객의 감상에 드라마틱하게 녹여내고 있죠. <헬프>는 지난 시대의 부조리를 반추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인종의 벽을 넘어서 소통한 어떤 여성들의 자아 찾기를 그린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결국 자립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종착됩니다. 흑인과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웅변이 아닌, 그 약자들이 자신의 진짜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과정을 뚝심 있고 사려 깊게 살피고 있죠. 물론 이 영화는 차별에 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헬프> 는 차별을 그리되, 차별을 웅변하지 않습니다. 백인 가정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견뎌내야 하는 흑인 가정부들이 사랑 받지 못하는 백인 아이들을 진심으로 끌어안는 광경 속에서 느껴지는 건 흑백의 구분이 아닌 체온의 공감을 말하고자 했죠. 눈물샘보다도 마음을 울리면서 따뜻하게 끓게 합니다.



<방가? 방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친근한 존재로 드러내고 싶었다.
 
4.jpg

사실 위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사연을 들고 나온 주인공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는 <방가?방가!> 이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방태식은 외모지상주의 시대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고, 종종 동남아인으로 오해를 받고 살아갑니다. 그 덕분에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진 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죠.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외모를 역이용해보고자 네팔, 방글라데시 등등 동남아 외국인노동자로 가장, 공장에 취직을 도모해보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단 하나 남은 국가가 다름 아닌 부탄. 우리나라에 거의 거주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태식은 부탄인 ‘방가’로 위장, 의자공장에 취직합니다. 생계를 위해 인종을 속이는 사기를 감행한 ‘방가’ 태식의 하루하루는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방가?방가!>의 인권적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꽤나 강력하죠. 청년실업자이면서 빚에 허덕이고 또 외모로 차별받은 태식은 사실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태식이 스스로 외국인노동자 행세를 하게 됐을 때, ‘방가’인 태식은 이중의 고초를 겪게 됩니다. 친구들과 공장 사람들을 속이는 동시에 또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차별을 감수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영화는 관객들에게 ‘나는 태식과는 다르다’는 안도감을 주면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외국인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만듭니다. 또 영화는 불법 체류자라는 것을 이용하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성추행, 임금체불, 과도한 업무량 등 사회적 차별을 꼬집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이중잣대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라는 장르에 버무려 가볍지 않게 혹은 무겁지 않게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돈 벌고 한국에서 밥 먹고 있으면 다 한국 사람입니다.” 임금을 체불을 당한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사장과 임원들 앞에서 이렇게 일갈하는 태식의 말이야말로 <방가?방가!>가 들려주고픈 뼈아픈 현실이 아닐까요?



<내 이름은 칸> "전 테러리스트가 아니에요."

5.jpg

칸은 발달장애를 가진 남자입니다. 바보라고 놀림 받지만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뒷바라지해온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칸은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가게 되죠. 그러다 아들 샘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싱글맘 만디라와 사랑에 빠져 가정까지 꾸리게 되죠. 하지만 9•11 테러 이후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칸의 가족은 갖은 오해를 사게 되고 결국 샘이 교내에서 비극적인 사고에 휘말리게 된 것. 칸은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칸의 소통의 기준은 모든 편견과 잣대를 벗어난 단지 좋은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과 나쁜 행동을 하는 나쁜 사람 단 두 가지뿐입니다.

마음을 울리는 칸의 진심의 힘은 한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 전 미국민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죠. 사랑하는 만디라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이웃에 살고 있는 백인 가족과 정을 나누며 또 다른 가족을 형성하는 칸의 모습에서 우리는 깊은 가족애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낯선 이국 땅에서의 이 같은 가족애는 만디라의 상처와 그를 만나는 사람들의 편견까지 치유하며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변모하게 하죠. 또한 테러리스트로 오인 받은 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자마자 태풍이 일어난 재난 지역으로 주저 없이 향한 칸의 행동은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견해보다는 순수하게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그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되찾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도가니> 우리는 여전히 미개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6.jpg

믿을 수 없지만,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입니다. 미술교사 인호는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학교 '자애학원'에 부임하게 되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호는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서슴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인호는 인권운동센터 간사 유진과 함께 사건을 언론에 고발하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건의 가해자와 책임자들이 대부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도 교단에 선다는 것입니다. 법조계의 솜방망이식 처벌과 언론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건은 금방 잊혀졌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이제 이 끔찍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악마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악마는 충분히 처벌받지 않았죠. 심지어 그 기억이 불과 채 10년도 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때 더욱 참담해집니다. 영화가 개봉되자 움직이는 경찰, 법원은 썩었고 종교는 글렀으며 학원은 미쳤습니다.

얼마 전 재판부에서 <도가니>의 실제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행정실장이 저항하거나 피해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장애인 피해자를 성폭행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하여 검찰의 구형(징역 7년, 위치추적 장치 부착 10년)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논란의 중심에 서자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벌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준 이 영화를 계기로 장애인의 편견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민자> 아메리칸 드림? 뼈아픈 현실…
 
7.jpg

LA 근교에 살고 있는 불법 이민자로 정원사 일을 하며 근면하게 살아가는 카를로스가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트럭을 도난 당하고 아들 루이스와 함께 트럭을 찾아 다니는 스토리 구조를 가진 <이민자>. 이 작품에는 자식의 미래를 위한 아버지의 헌신이 자아내는 감동 외에도 오늘날 미국 내에 살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의 상황 및 그들의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과 고단한 현실이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정원사라는 주어진 직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고 바른 삶을 살아가는 카를로스가 겪는 일련의 상황들은 단순히 미국내의 라티노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 넓게 보면, 현재 미국으로 이주해 살면서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수많은 이민자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2008년 미국인구조사에서 LA 거주자 중 라티노가 전체 인구에서 총 47%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었죠. 물론 여기에 불법 이민자들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보통 공사장 근처 골목에 모여 남부 전역의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비롯, 하루하루 일감을 기다리며 겨우 먹고 살만큼의 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명 미국사회에 큰 비중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이들의 권리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지만 지금은 그 어떤 나라보다 이민자들에게 차가운 사회제도와 필요한 노동력은 제공받으며 노동자로의 권한은 부여해주지 않는 이중적인 미국의 태도에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신랄한 비판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무비라이징 movierising@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