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다크 나이트 라이즈' 때문에 발생한 살인사건

12.08.03 13:31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되자 마자 이게 무슨 일인가? 개봉하자 마자 최단 시간 최다 관객동원에 성공한 이 영화가 최단시간 살인사건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극장에서 한 남성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있던 관객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 것. 1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범인은 방독면을 쓰고 나타나 영화 속 악당인 ‘베인’을 연상시키는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1.jpg

이런 일들이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런 모방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영화 역사상 최초로 모방범죄를 일으킨 영화가 1971년 스텐리 큐브릭이 만든 <시계태엽 오렌지> 라는 영화이다.

 
2.jpg

큐브릭이 담아낸 영화 속 폭력은 당대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무시무시했고 영국에서는 실제로 영화를 흉내 낸 청소년들의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1973년에는 영화의 주인공과 똑같은 흰색 유니폼을 입은 갱들이 어린 소년을 칼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하고, 영화 주인공들처럼 영화의 주제곡을 부르며 십대 소녀를 강간하기도 했다. 모방범죄가 계속해서 벌어지자 영국은 결국 <시계태엽 오렌지>의 상영을 이후 20여 년이 넘게 금지해버렸다.

 
3.jpg

또한 마틴 스콜세지의 1976년작 <택시 드라이버>의 영화를 보고 존 힝클리 주니어는 자신을 영화 속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정신착란에 빠져서 영화의 주연배우 중 하나였던 조디 포스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1981년에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이 범죄는 영화 속에서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이 대통령 후보 암살 계획을 세웠던 걸 흉내낸 범죄였다.

 
4.jpg

그게 끝이 아니었다. 1995년 뉴욕의 지하철 승차권 매표소에서 <머니 트레인>의 주인공들을 흉내낸 2명의 범인이 가연성물질을 살포한 뒤 성냥불을 켜들고 위협하다가 매표소가 불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2004년에는 14살의 중학교 소년이 <아메리칸 사이코>와 <양들의 침묵>을 보고 같은 반 학생을 찔러 죽인 일도 있었다.

 
5.jpg

1996년 국내에서도 한 남성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칼리포니아>의 내용 전개를 따라 25차례의 강도 및 성추행을 저지르다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영화 속의 내용을 현실로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고 범행 내용을 조목조목 일기에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칼리포니아> 주인공처럼 멋있게 자살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뱀파이어와 하이틴 로맨스를 결합시킨 <트와일라잇> 시리즈 역시 인기에 걸맞은 사건들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거주하던 20대 커플은 영화 속 뱀파이어를 모방해 홈리스를 집으로 끌어들여 팔에 상처를 입혔고 흡혈을 시도한 것이다. 이렇게 로맨스 영화를 보고도 모방범죄가 생기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액션영화는 어쩔 수 없다 치자, 어떡해 로맨스 영화까지 모방범죄가 일어나는 것일까. 이젠 어떤 영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까지 온 것 같다.

 
6.jpg

1999년에 탄생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매트릭스> 시리즈 역시 모방범죄 혹은 살인조장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0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 청년이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 처럼 검은색 가죽코트 복장을 하고 영화 소품과 비슷한 총으로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변호인은 살인범이 “영화 매트릭스에 너무 빠져 있었다” 고 말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범죄가 영화를 통해서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위의 범죄들은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렸다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모방범죄도 존재한다.

 
7.jpg

어렸을 적 <슈퍼맨>을 본 기억이 나는가?
사실 <슈퍼맨>을 흉내 내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다친 소년들에 대한 기사가 종종 신문에 실리곤 했다. 슈퍼맨을 따라서 망토 하나 어깨에 걸치고 팔을 쭉 내밀며 여기 저기서 떨어져 내리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렇게 다 큰 성인이나 청소년들도 목숨을 담보로 한 이런 바보짓들을 종종 벌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구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이자 영화평론가인 심영섭씨는 이런 모방 범죄자들의 상태를 “자기애적 전이(Narcissistic Transference)”라고 설명했다. “보통 관객들은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거나 공감을 하는 정도에서 머문다. 하지만 이런 수준이 지나치면 ‘주인공=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방범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통한 모방범죄가 꼭 영화의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속의 폭력성도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줄여나가면 되는 것, 오히려 미국 내 총기규제의 문제로 들어가는 것이 더 합당한 선택일 것이다. 모방범죄를 그저 영화의 심의나 규제를 강화하는 식의 대처보다는 본질에 접근해 앞으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무비라이징 movierising@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