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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리뷰: 충격과 전율의 '106분' 숨막히는 음악 영화 (★★★★☆)

15.02.26 20:28

 
 
[위플래쉬, 2014]
감독:데미언 차젤
출연: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폴 라이저, 멜리사 비노이스트
 
줄거리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는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J.K. 시몬스)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의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는데…
 
 
재즈계의 전설로 추앙받는 '버드' 찰리 파커. 무명 시절 그는 한 오디션 장에서 리듬 섹션과 박자도 못 맞추는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게 되고, 참다못한 드러머 조 존슨은 그에게 심벌즈를 내던진다. 혹자는 그 사건이 찰리 파커를 지금의 전설로 이끌게 한 계기라 말한다.
 
[위플래쉬]의 플렛처 교수는 그러한 일화를 제자들에게 말하며 "내가 존슨이 되어서 너희를 찰리 파커로 만들겠다" 라고 선언한다. 연주가 시작되고 플렛처 교수에게만 들리는 실수가 나오면 그만의 잔인한 독설이 시작된다. 그의 행동은 '가르침'의 차원을 넘어선 '인격 모독'이자 영혼을 파괴하는 폭력 그 자체다. 그 누구도 번접할수 없는 무서운 카리스마를 지닌 플렛처 앞에 제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숨죽이며 눈물을 삼킨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연주는 멈추지 않는다. 스승의 광기는 제자의 분노를 일깨우게 되고 그들이 완성한 연주는 영화의 러닝 타임 106분을 전율케 한다. 광기의 시간이 끝날 때 관객들은 그제야 숨을 돌린다. 하지만 스크린속의 '강렬함'이라 불리는 연주는 멈추지 않는다.
 
[위플래쉬]는 그 스스로 '버드'라 선언한 작품이었다.
 
올해 아카데미를 뒤흔든 [위플래쉬]는 놀라운 감흥과 여운을 동반한 음악 영화였다. 음악 영화라 해서 힐링과 같은 따뜻한 여운을 기대했다면 오산.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음악은 천재들이 내뿜는 광기가 만들어낸 통제불가의 강력한 시너지다.
 
화제작인 [나이트 크롤러] [버드맨] [폭스캐처]와 같은 작품들이 그랬듯이 [위플래쉬]는 인간의 깊은 내면에 박힌 광기의 흐름에 전개를 맡긴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모든 것들을 완성한 작품이었다. 그 중심에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괴물 같은 연기력을 선보인 J.K 시몬스와 마일즈 텔러가 있었다.
 
J.K 시몬스가 연기한 플렛처 교수는 양면의 얼굴을 지닌 인간이자, 사악한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다. 단 1초의 악기 소리만 듣고 연주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그는 잠재력 있는 단원을 제자로 스카우트하고 그들을 격려한다.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가차없는 독설과 폭력을 가한다. 여기에 포지션별 경쟁 체제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단원들을 긴장시킨다. 이러한 그의 잔인한 교육은 자신의 제자들을 전설로 키우려 하는 '참 스승'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여기까지 본다면 독설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일반 음악 영화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식의 상하 관계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를 연상시킬 것이다.
 
하지만 [위플래쉬]의 플렛처는 기존의 영화속 스승의 이상향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지녔다. 잔인한 교육 방식의 이면에는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수많은 제자들은 그의 이러한 교육에 희생되어 음악을 그만 접어야 했지만, 플렛처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다른 대체 제자들을 찾아내 똑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이용한다.
 
플렛처 교수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상급자 또는 성공한 리더의 어두운 이면을 상징한다. 세상의 존경을 얻는 글로벌 리더들의 이면에는 가학적인 소시오패스의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플렛처는 자신의 광기와 편집증으로 사람을 다루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인물이다. 그가 인간적인 면을 선보이는 부분은 자신이 미쳐있는 '음악'을 연주할 때이다. 아름답고 감성적인 음악속에 자신의 인간성을 철저히 숨겨야 했던 그는 위대한 예술인인 동시에 사람들을 잔인하게 다루는 악마 같은 리더다. 
 
 
영화는 그와 대립하는 앤드류를 통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완성한다. 마일즈 텔러가 연기하는 앤드류의 시선은 영화의 시점인 동시에 관객들에게 플렛처의 공포와 열정이 광기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체감케 하는 요소다.
 
초반 앤드류는 플렛처를 존경하며 그의 신임과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붇는다. 앤드류는 이상과 목표를 꿈꾸는 신입생의 전형으로 그의 꿈은 플렛처의 야망에 적절하게 사용된다. 그는 플렛처를 존경하고 자신의 목표로 삼지만, 자신의 이상향이 그를 배신하면서 본격적인 대립 관계를 이룬다. 아름다웠고 열정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극단적 상황에까지 치닫게 된다.
 
폭력과도 같은 엄청난 분노와 광기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 대립은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위플래쉬'를 비롯한 드럼이 중심이 되는 재즈 연주 음악으로 표현된다. [위플래쉬]의 음악은 아름다움과 순수한 열정과 거리가 먼 광기와 분노의 전율이다. 플렛처 교수와 앤드류가 호흡한 연주는 초반 완벽한 호흡으로 완성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 막히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플렛처의 독설과 폭력, 드러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앤드류, 광기에 치닫는 스승과 제자 등 여러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서 영화는 조금이나마 둘이 화해 할 수 있는 잔잔한 분위기를 등장시키지만, 이마저도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으로 연결된다.
 
이렇듯 언제 터질지 모를 인간의 극단적 심리 상황과 관계를 음악으로 풀이한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음악 영화의 역사에 남을 대미를 장식할 명장면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는 100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숨죽일 정도로 지켜봐야 했던 그동안의 긴박한 상황을 한 번에 정리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동시에 음악이 지닌 즉흥성, 열정, 광기, 호흡에 대한 의미를 모두 담아낸 상징적인 장면이다. 또한, 극단으로 향할 수 있었던 인간의 심리와 관계를 열정과 독보적 광기로 승화시킨 음악의 위대함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장면이다.
 
통제불가한 배우들의 심리를 데미언 차젤 감독은 적절한 계산과 연출로 통제하며 그들의 광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수준급의 연출력을 보여줬다.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위압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 조명과 카메라 구도에까지 신경 쓴 디테일한 영상미 또한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강렬한 드럼 비트를 사람의 심장 소리와 연결해 긴박한 상황과 심리를 체감케 한 음향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드럼 비트 소리를 각인시켜 준다. [위플래쉬]는 보는 이에 따라 드라마, 스릴러, 음악 영화, 성장 영화 등 다양한 장르 영화로 정의될 수 있는 장점적 요소를 고루 갖춰 지루하지 않은 전개를 보여주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속 등장인물들만큼 보는 이들까지 숨죽이게 하는 놀라운 위력을 지닌 [위플래쉬]는 한동안 극장에서 느끼지 못한 '전율'을 체험시켜줄 위대한 영화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플래쉬]는 3월 1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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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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