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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리뷰: 아프니까 청춘이다? 망가질수 있어서 청춘이다(★★★☆)

15.03.13 01:55

 
 
[스물, 2015]
감독: 이병헌
출연: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정소민, 이유비, 민효린, 정주연
 
줄거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절정의 백수,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쉴 틈 없이 준비하는 생활력 강한 재수생,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최강 스펙의 엄친아이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내기 대학생까지. 이 세명의 스무살 동갑내기 친구들은 인생의 가장 부끄러
운 순간을 함께하게 된다.

 
 
스무 살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른이 되는 시기이지만 설렘과 불안이 함께 동반된 나이였을 것이다. 10대 시절 못해본 것들을 마음껏 즐기고 접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스무 살은 아름다웠고 치열했으며 그리고 잊고 싶은 시기였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의미를 지닌 연령대지만, 신예 이병헌 감독은 "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라고 비웃는 듯 '스무 살'의 의미를 술자리 농담처럼 가볍게 즐길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스물]은 스무 살을 맞이한 세 명의 친구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를 지녔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 치호(김우빈),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노력하지만 가난한 가정환경에 경제난을 겪고 있는 동우(이준호), 엄친아지만 짝사랑 앓이를 하는 경제(강하늘). 이들은 이 시기 누구나 고민할 문제들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청춘들이다.
 
[스물]은 지나치게 세 주인공의 개성의 의지한 채 이야기 부분에서 다소 산만하면서도 중심점 없이 따로 노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치밀한 이야기 전개를 원했다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스물]의 산만함은 영화가 의도하고자 하는 유머와 가벼운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기초였다. 이병헌 감독은 이 난잡함을 의도적으로 만듦으로써 세 명의 캐릭터들이 마음껏 개인기를 선보이고 웃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했다. 
 
덕분에 [스물]의 배우들은 전형화된 자신들의 진중한 이미지들을 벗어던지고 스스럼없이 망가졌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우빈은 바람둥이적인 면모와 '찌질함' 그 자체를 재미있게 표현했으며, 강하늘은 순진한 모습의 전형을 보여주며 여러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이준호의 연기 또한 이들과 조화를 이루며 세 명의 남자 캐릭터 모두를 코믹한 조합으로 완성하는데 기여한다. 여배우들 또한 자신에 맞는 역할에 충실하며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를 가볍게 형성시켜준다.
 
 
배우들의 망가진 연기 못지않게 색다른 유머를 만들어내는 편집, 영상, 연출력, 대사 또한 일품이다. TV 드라마, CF의 명장면을 절묘하게 비틀며 패러디한 장면과 만화를 도입한 컬트적인 설정에는 절로 웃음이 튀어나온다. 대사는 노골적인 화장실 유머와 욕설을 남발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활기를 띠어준다.
 
지속하는 유머 적 설정에 간혹 진지한 드라마와 메시지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등장하지만, 영화는 끝날 때까지 유머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이는 근래의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감정이입을 강요한 듯한 작위적인 설정을 따라갔던 것과 달랐다. 대신 [스물]은 발칙한 유머 속에 청춘들이 지니고 있는 아픔, 불안, 고민을 담아내며 그 속에 배어있는 정서적 공감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려 한다.
 
바로 이것이 [스물]이 산만한 분위기에서도 이야기의 핵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정서적 공감은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핵심이자 메시지와 같아 산만함 속에서 중심 이야기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그 시절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웃고, 욕하고 바보짓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들만의 '비애'가 숨겨져 있었고 그 때문에 남모를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친구라는 공통된 비애를 가진 존재들이 있었기에 함께 망가지며 그 고통을 잊었고, 그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이라도 어른이 되는 방법을 배울수 있었다.
 
이처럼 [스물]은 그 시절, 우리의 철없는 행동과 방황이 바로 우리가 겪었던 성장통의 일부였다는 것을 말해주며 지금의 스무 살과 한때 스무 살이었던 모든 성인 관객들에게 수많은 공감을 불러올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청춘스타들의 과감한 '망가짐'과 패기 넘치는 젊은 신예 연출자가 만들어낸 패기 넘치는 코미디 [스물]은 3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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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상=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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