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비밀스런 두 남매의 관계
12.08.10 15:01
항상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말 없이 곁에 있어주기 때문에 가족을 우선시 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가족이 없어서, 아니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외로워 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 사랑을 모르는 누나, 사랑을 훔치는 소년. 두 남매의 가슴 시린 비밀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시스터이다.
- “누나를 지켜 주면 엄마가 돌아올 거야.”
아름다운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리조트. 12살 시몽은 관광객들의 옷과 스키, 가방을 훔쳐 살아간다. 그의 누나 루이는 동생에게 용돈을 받아가며 남자친구와 놀기 바쁘다. 위태로운 하루 하루가 이어지는 시몽에게 어느 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영국여인이 나타나고 시몽은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엄마를 그리워 한다. 어느 날, 시몽의 도둑질이 발각되고, 시몽과 누나의 비밀마저 드러나는데… 시몽은 따뜻한 엄마 품을 찾을 수 있을까?
- 누가 이 아이를 이 위태로운 삶으로 몰아넣었는가?
이 영화를 보면 내용이나 느낌 설정에서부터 작년에 ‘다르덴 감독’이 만든 <자전거 탄 소년>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이 영화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은곰상’을 수상하고 올해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개막식으로 선정될 만큼 감성적인 영화이다. 무미건조한듯한 영상 속에서 잔인한 듯 하지만 무덤덤하게 그려지는 한 아이의 삶. 그리고 하나의 희망의 빛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 철없는 누나와 애 어른 같은 동생 ‘시몽’
보통 가족애를 다룬 영화를 보면 누나가 돈을 벌고 동생이 철없는 역할을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12살짜리 아이가 도둑질을 해가며 생활비를 벌고 철없는 누나는 동생이 벌어온 돈으로 남자친구하고 놀기에 급급하다. 이런 철없는 누나와 애 어른 같은 동생, 정말 보면 볼수록 답답해지고 콩가루 집안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시선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동생인 ‘시몽’도 또한 누나도 타인들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없으니깐 없는 대로 살아야지 하는 마음처럼 말이다. 하지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누나는 동생한테 애정이 없어 보이고 죄책감 또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동생은 이런 누나라도 있다는게 행복하다는 듯 자기가 훔쳐서 번 돈을 누나에게 주고 자기한테 애정이 없어 보여도 최선을 다해서 애정을 표현하려 한다.
가족들은 아이들을 왜 이렇게 방치해 두었을까? 아무도 이 아이가 잘 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지적해 주지 않는다. 올바르게 인도해주지도 않는다. 그나마 도둑질한 물건을 팔면서 만난 상인들에게서 이러면 안 된다고 주의를 들을 뿐. 하지만 동생의 입장에서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수단이니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영화 또한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보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움과 한숨, 그리고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 두 배우의 명연기
무뚝뚝한 듯 자신이 지켜야할 누나 ‘시스터’ 하나만을 보고 살아온 ‘시몽’에겐 이것이 일상이다. 시몽을 연기한 ‘케이시 모텟 클레인’ 이란 어린 배우는 이 모든 것을 정말 시몽처럼 연기해 주었다. 그의 표정에서 12살의 나이에 이런 돈 위주로 돌아가는 삶에 익숙해진 듯한 애 어른 같은 표정과 누나와 함께 있을 때 유일하게 아이 같은 표정을 한 얼굴에 다 담아내었다.
<미션 임파서블> 에서 인상적인 킬러로 초반에 나왔던 누나 역의 ‘레아 세이두’는 비밀을 가진 여자로써 철없지만 신비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동생과 누나의 관계가 매우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과연 이 둘의 관계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영화 <시스터>는 무미건조한 듯 보여도 영화 내내 아이의 고단한 삶을 따라가는 동안 쉽게 긴장을 내려 놓을 수 없다. ‘시몽’ 의 안타까움과 한줄기의 빛으로 전해주는 희망 이 모든 것들을 영화 안에서 모두 느낄 수 있다. 이들에게 내려진 삶은 고단하고 힘들어 보일지 몰라도 동생과 누나는 쉽게 서로를 놓을 수 없다. 배우들의 명연기와 무심한 듯 섬세한 연출력, 그 감정의 메시지와 남매의 비밀스런 관계까지 모두 놓칠 수 없는 영화이다.
<시스타> 누나 하나만을 보며 살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 누가 어떻게 이 12살짜리를 힘든 삶을 살게 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만나보길 바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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