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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영화'

12.08.14 16:00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낄 것이다. 우리는 유년시절부터 시험을 통해 등위를 매기고, 남들이 말하는 소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죽어라 공부했다. 같은 반 학우들은 친구이긴 했지만 암묵적인 경쟁자들이었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경쟁을 배워왔고 사회시스템이 그러했다.

요즘 각 방송사에서 내세우는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치 우리사회를 대변이라도 하듯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 휴먼 서바이벌, 가창력, 창의력, 재능까지… 사회시스템 자체가 누군가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현실이기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행 자체가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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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에도 물론 서바이벌은 존재한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서바이벌을 주제로 한 영화들 말이다.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같나? 상관없다. 이제부터 알아 볼 영화들은 무슨 이유로 모였든지 간에 오직!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영화들을 모아보았다.


배틀로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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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후카사쿠 긴지
출연 : 기타노 다케시, 후지와라 타츠야, 마에다 아키
개봉 : 2002. 04. 04 / 122분

[줄거리]
실업률이 15%, 1천만명의 실업자 등 극심한 사회혼란을 겪고 있는 일본
심각해지는 학급붕괴와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이런 혼란상을 이겨 낼 수 있는 강력한 생존 능력의 소유자로 만들기 '신세기교육개혁법(BR법)'이 공표된다. BR법은 전국의 중학교 3학년 중에서 매년 한 학급을 행동범위가 제한된 일반인이 없는 장소에 이송하여 한 사람씩 지도와 일정의 음식, 그리고 여러 가지 무기 중 한가지씩을 나눠 주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게 한다는 법률이다.

제한 시간 3일 동안 위법 행위에 구애 받지 않고 서로를 죽이되, 규칙을 어길 경우에는 특수 목걸이가 폭파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 수학여행을 위장하여 무인도에 도착한 학생들은 마치 게임처럼 진행되는 상황에 경악하지만, 생존을 위해 결국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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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은 현대인이 즐기는 게임의 법칙을 적절히 조합하여 신세대의 구미를 자극했었다. 감시를 위해 목에 착용한 목걸이는 게임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고 각자에게 지급된 무기를 통한 살인은 컴퓨터 게임에서 승리의 원동력 역할을 하는 무기를 표현한다. 웬만한 영상과 게임으로는 눈썹 하나 깜짝이지 않을 정도로 폭력에 내성을 갖고 있는 현대의 아이들에게 더 강렬하고 잔인한 영상으로 무장한 <배틀로얄>을 모방하는 신종 범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영화다.

교정대신 무인도에서 책 대신 무기를 들고 교우간에 우정을 나누는 대신 죽음을 선물하는 피 묻은 교복은 파격적이다 못해 코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영화적 소재가 주는 비웃음보다는 영화가 제시하고 점차 대두되는 학원가 문제점의 올바른 인식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칼을 든 소년과 소녀가 과연 정부가 원하는 진정한, 강인한 어른상을 구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꼭두각시인가? 정부, 즉 어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형에 불과한지. 설사 그러한 과격한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진 강한 어른이 된다 하여도 그들이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오직 피 묻은 교복뿐이다. 감독의 어떠한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인지 할 순 없지만 그의 발상은 너무나 과민하였고 그가 만들어낸 영화 속 소재는 영화에서만 가능하길 바랄 뿐이다.


데스 레이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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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폴 W.S. 앤더슨
출연 : 제이슨 스타뎀, 타이리즈 깁슨,
개봉 : 2008. 10. 16 / 104분

[줄거리]
무한파괴를 위한 질주!
2012년, 미국 경제가 붕괴되고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범죄율이 급격히 상승해 교도행정이 마비상태에 이르자, 사기업들이 영리 목적으로 모든 교도소를 운영하게 된다. 터미널 섬 교도소에서 인터넷으로 생방송되는 철창 격투는 목숨을 건 죄수들간의 결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터미널 섬은 이 시대의 콜로세움 죄수들은 이 시대의 검투사였던 것이다. 고대 로마인들이 그랬듯 곧 식상해진 오늘날의 시청자들은 더 많은 걸 요구하게 됐고, 그 결과 데스 레이스가 탄생했다.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전직 레이싱 선수 젠슨(제이슨 스테이섬)은 교도소장 헤네시(조앤 알렌)에게 무차별 파괴 레이싱 ‘데스 레이스’의 출전을 제안받는다. '데스 레이스'의 최고 인기 레이서인 프랑켄슈타인이 4승 후 사망하자 경기의 인기 하락을 우려한 헤네시는 프랑켄슈타인의 죽음을 숨기고 젠슨에게 프랑켄슈타인의 대역을 요구한 것. 또한 만약 1승을 올린다면 젠슨은 교도소에서 나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이에 레이싱 출전을 결심한 젠슨은 여성 파트너 케이스(나탈리 마르티네즈)의 도움을 받아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죽음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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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라면 목숨을 걸고 경주를 하는 이런 경주는 인권 문제로 결코 생기진 않을 것 같지만 그런 면을 떠나서 영화에 눈을 땔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는 상당하다. 일반적인 레이싱 영화처럼 아주 잘빠진 슈퍼카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살상전용으로 개조된 레이싱카들이 만드는 피 튀기는 액션은 슈퍼카의 액션을 훨씬 뛰어 넘는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잔인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잔인한 부분을 직접 비춰주지도 않고 영화 Saw나 Final Destination의 엽기성은 없다. 주연인 '제이슨 스타뎀'은 아드레날린24를 보면서 참 인상 깊었는데 이 영화에서 역시 그만의 특유의 분위기를 무서울 정도로 뿜어내서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교도소 소장은 사람 목숨을 돈벌이 도구로 생각하는 악역인데 '조안 알렌'이라는 배우이다. 본 시리즈를 본 분들이라면 CIA 국장 역을 했던 것으로 익숙할 것이다. 악랄한 소장과 주인공의 신경전도 이 영화에서 긴장을 더 해준다.

영화에선 크게 보면 레이싱은 셋으도 나눌 수 있는데 그 사이 사이의 이야기는 레이싱의 긴박감을 떨어뜨리지 않고 유연하게 잘 이어준다. 영화의 반전은 의외성을 가지면서도 복선을 충분히 깔아줬기에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또, 주인공의 화끈한 액션은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10억(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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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조민호
출연 : 박해일, 박희순, 신민아, 이민기, 정유미
개봉 : 2009. 08. 06 / 114분

[줄거리]
9명의 죽음, 1명의 생존자를 남긴 서바이벌 게임쇼

수십만의 신청자 중, 인터넷 방송국 주최의 10억 상금 서바이벌 게임쇼에 8명의 참가자가 초대된다. 바다, 사막, 밀림, 강으로 이어지는 육지 속의 무인도, 호주 퍼스(Perth). 마지막 한 명이 살아 남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서바이벌 게임쇼가 시작됐다.

그러나 게임쇼 7일 후... 8명의 참가자와 2명의 방송진행자 中 9명은 몰살되고 한 명의 생존자는 기억상실 상태로 호주 경찰에 의해 발견된다. 사막과 밀림을 배경으로 마지막 한 명이 살아 남을 때까지 멈출 수 없었던 미스터리 게임쇼. 그 곳에선 무엇이 일어난 것일까? 왜 그들은 목숨을 건 죽음의 게임쇼를 계속할 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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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바이벌 생존게임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아이디어들이 떠오를까. 세상과 격리된 낯선 장소에서 죽음을 맞는 탈락자들. 이상한 낌새를 간파한 생존자들은 힘을 합쳐 그곳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그 와중에 갈등으로 다투기도 하고, 의지도 하고, 연민의 감정도 키운다.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전략을 세워 쇼의 진행자에 대항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돈에 욕심을 내며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이들이 생기고, 또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 사람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리고 그 게임의 실체와 존재 이유가 밝혀진다. 대략 이런 식이 아닐까?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그 사이에 어떤 함정이 있으며, 어떻게 반전의 요소를 드러내나 하는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진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개는 이런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10 억>은 예상 가능한 여러 요소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10억>은 새로운 장르와 형식, 이국적인 볼거리, 다양한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야기와 전개 방식이 관습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여러 가지 한정된 상황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탓에 이야기 자체를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의 부재는 이 영화가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에 제동을 걸었다. TV에서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를 따라가는 마음으로 이들의 힘든 여정에 동참할 수는 있으나, 그것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은 <10억>이 지닌 객관적인 가능성과 기대에 반하는 행위다.


토너먼트(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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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콧 만
출연 : 로버트 갈라일, 켈리 후, 이안 소머할더
개봉 : 2010. 09. 02 / 95분

[줄거리]
30명의 킬러, 24시간의 게임! 최강 킬러들의 목숨을 건 게임이 시작된다!

7년에 한번, 천 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펼쳐지는 선택된 킬러들의 킬링 토너먼트!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폭 추적장치(GPS)를 몸에 삽입한 채, 피할 수 없는 게임을 시작하게 된 30명의 킬러들은 주어진 24시간 안에 모든 참가자를 제거해야만 하는 미션을 받게 된다.

룰은 단 하나!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게임이 시작된 이상, 살아 남아야만 한다!
우연히 킬러들의 토너먼트에 휘말리게 된 신부 맥커보이, 태생부터 킬러로 키워졌던 미모의 킬러 젠, 아내의 복수를 위해 다시 총을 든 전회 우승자 조슈아, 그리고 27인의 킬러들…… 단 한 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극한의 토너먼트에 참가한 최강 킬러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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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영화 취향이 가득한 <토너먼트>는 오로지 액션으로 한을 풀 듯 주인공들의 현란한 움직임에 치중한다. 여기에 킬러로서 자괴감에 빠진 라이 라이 젠, 신부지만 불확실한 믿음으로 고통 받는 맥커보이, 아내를 죽인 킬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슈아의 이야기, 그리고 죽음을 담보로 치르는 그들의 게임이 전세계 갑부들의 유희를 위해 펼쳐진다는 사실 등이 간간이 삽입된다. 그러나 액션이 메인 음식인 <토너먼트>에서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단지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이야기가 단조로운 건 영화의 단점이지만 생동감 있는 영상이 이 단점을 메운다. 90분 동안 액션의 쾌감을 얻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헝거게임(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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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게리 로스
출연 :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개봉 : 2012. 04. 05 / 142분

[줄거리]
무기는 단 하나! 모든 과정은 생중계된다!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운명뿐!
세상을 변화시킬 거대한 혁명의 불꽃이 타오른다!


12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게임’. 일년에 한번 각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두 명을 선발, 총 24명이 생존을 겨루게 되는 것. ‘헝거게임’의 추첨식에서 ‘캣니스’는 어린 여동생의 이름이 호명되자 동생을 대신해 참가를 자청하며 주목을 받는다. 과거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줬던 ‘피타’ 역시 선발되어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캣니스’는 금지구역에서 함께 사냥을 했던 ‘게일’에게 가족을 부탁하며 생존을 겨루게 될 판엠의 수도 ‘캐피톨’로 향한다.

세상을 변화시킬 거대한 혁명의 불꽃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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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의 섬뜩함은 칼부림에 있지 않다. 폭력 묘사 수위만 두고 보면 비교적 얌전한 영화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참가자들이 살상무기를 휘두르는 순간에도 자극적인 음향효과보다는 애잔한 음악을 사용하는 등 살육의 쾌락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헝거게임>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게임의 규칙 때문이다.

추첨 현장에 끌려가는 소년소녀들을 홀로코스트 영화처럼 찍어낸 초반부 장면이 그 무거운 굴레를 체감케 한다. 비범할 정도의 활쏘기 능력을 지녔다 한들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의 신세도 마찬가지다. '죽이거나 혹은 죽거나'라는 게임의 규칙에 복종해야 하는, 체스판의 말에 불과한 그녀는 판을 흔들어보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하지만 그녀가 게임메이커를 기만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잠시 동안만이다.

현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게임이나 다름없는 세상, 배부른 자와 배고픈 자의 갈등이 최고의 오락거리로 활용되는 세상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뿐이다. 다만 이런 관점이 원작에서 빌려온 것이 아닌, 감독의 창조적 역량의 일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주변인물이나 정치적 배경에 관한 설명을 과감히 생략한 감독의 결단력은 돋보이나, 감독만의 해석은 읽히지 않아 안타깝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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