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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상회] 리뷰: '성칠'씨 만큼 까칠한 관객의 시선에서 본 영화 (★★☆)

15.03.30 01:10

 
 
[장수상회, 2015]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줄거리
틈만 나면 버럭,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박근형). 장수마트를 지켜온 오랜 모범 직원인 그는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은 넘쳐도 배려심, 다정함 따윈 잊은 지 오래다. 그런 성칠의 앞집으로 이사 온 고운 외모의 ‘금님’(윤여정). 퉁명스러운 공세에도 언제나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소녀 같은 그녀의 모습에 성칠은 당혹스러워 하고, 그런 그에게 갑작스레 금님은 저녁을 먹자고 제안한다. 장수마트 사장 ‘장수’(조진웅)는 비밀리에 성칠에게 첫 데이트를 위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온 동네 사람들은 물론 금님의 딸 ‘민정’(한지민)까지 알게 된다.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성칠은 어색하고 서툴지만, 금님과의 설레는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성칠이 금님과의 중요한 약속을 잊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뒤늦게 약속 장소에서 금님을 애타게 찾던 성칠은 자신만 몰랐던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장수상회]는 분명 따뜻하고 정겨운 영화다. 주연인 박근형, 윤여정의 연기는 단연 돋보였으며, 노년의 사랑을 현세대의 흐름에 맞춰 표현한 설정도 재미있고 귀엽다. 후반부 반전과 따뜻한 가족 드라마의 전개가 조금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 충분히 감동적으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장수상회]는 흥행 할수 있는 영화의 요건은 갖추었다. 감동, 유머를 적절하게 배분하려 노력했으며 가족 단위의 관객이라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모든 영화라고 해서 지나치게 완벽할 필요는 없다. 조금은 억지스럽다 한들 관객을 만족하게 할 만한 수준의 '목적'이 분명한 영화라면 그것만이라도 된 것이다.
 
만약 이 작품이 신인 감독의 작품이었다면 이 영화에 대한 본 기자의 반응은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문제는 이 작품이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영화에 굵고 굵직한 기록을 완성한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란 점이었다. 그의 전작과 관련해 일부 비평가, 팬들은 완성도에 불만을 제기하고는 했지만, 적어도 그는 작품의 재미에 대한 목적과 방향성은 확실하게 연출해 대중의 호응만큼은 절묘하게 이끌어내는 능력 있는 연출자라 생각한다. 그 점에서 [장수상회]는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행보이자 그의 장점이 빛을 볼 기회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결론에 해당되는 감상 포인트를 미리 말하자면 [장수상회]는 따뜻한 정서와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해야 한다. 그 외 이야기 세세한 흐름, 전개 방식, 일부 감초급 조연 배우의 활약, 그리고 더욱 뜻깊은 메시지와 정서를 기대했다면 실망을 금치 않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강제규 감독이 연출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길 바란다. [장수상회]는 이 작품이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세밀함 면에서는 매우 빈약한 결과물이었다.
 
우선,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를 어떤 유형의 영화로 완성하고 싶었던 것일까? 출연진의 면모와 소재만 놓고 봤을 때 이 영화는 장수상회를 배경으로 따뜻함과 유머러스함이 공존한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최종 마침표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그 결과를 위해서는 박근형과 윤여정을 중심으로 완성되는 애틋한 정서, 감초 조연들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완성되는 휴머니즘, 치밀하게 계산된 각본, 연출의 묘미가 필요하다. 그 점에 있어 얼마 전 개봉한 [국제시장]은 [장수상회]가 참고할 만한 좋은 본보기를 지닌 작품이다. 단순해 보이는 웃음과 드라마를 추구하는듯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인생에 대한 애환과 공감을 말하고 있었고 관객들은 그 점에 감동하게 된다.
 
이에 반해 [장수상회]의 유머와 드라마는 그러한 공감을 자극할만한 정서와 목표 자체가 결여된 채 따로 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은 노년의 두 남녀지만, 젊은 조연들의 비중이 더 커 보이는 이상한 여운을 남긴다. 조연들의 높은 출연 비중과 개입이 필요 이상으로 높을 수도 있지만, 이들이 장르의 성격을 바꿔놓을 정도라면 꽤 심각하다. 김정태를 비롯한 일부 감초 조연진들의 연기가 웃기는데 치중되어 있지만, 이들의 유머 연기는 통제 불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과했으며 작품의 정서와 메시지와는 동떨어진 개인기 남발에 불과했다. 이러한 연기를 하는 조연진이 여러 명 있으니 영화의 분위기는 자연히 어수선하고 산만하다.
 
특히, 영화 중반 등장한 황우슬혜의 B급 액션 장면은 의도한 듯한 컬트 유머였는지 모르겠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흐름을 망치는 무리수이자 시간 낭비였다. 이 때문에 이 영화가 지향하려는 유머가 판타지인지 아니면 현실 기반인지 혼란을 주게 만든다. 여기에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PPL, 아이돌의 음악과 발연기, 일부 출연진의 감정 과잉 연기가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와야 할 감정 이입을 방해하고 있다. 박근형과 윤여정의 연기가 제 아무리 훌륭했다 한들 물과 기름 같은 정서적 분위기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총괄해야 할 각본, 편집도 문제다. [장수상회]는 후반부 반전을 통해 전반, 중반부의 가벼운 분위기를 뒤엎고 원래 추구하려 한 감동적 정서를 이끌어 내려 한다. 즉, 이 영화는 후반부를 통해 모든 것을 완성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이 후반부에 집착한 이야기를 완성하려 한 탓에 전반부와 중반부의 전개가 다소 억지스럽고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반전을 위한 단서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노골적으로 단서를 노출시켜 버리는 실수를 저질러 반전에 대한 강도를 약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반전을 통해 큰 여운적 결말을 남기고 싶었다면 단서 조차도 없는 별개의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치밀한 구성과 편집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했다. 이를 대신하는 것은 전반부에 언급한 기대 이하의 유머와 미지근한 이야기들뿐이다.
 
여기에 아파트 개발과 관련된 동네 주민 간의 갈등을 에피소드에 추가시켰는데 이 부분은 과거 세대와 현세대의 갈등, 충돌 같은 민감한 부분인지라 보는 이에 따라 약간은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결말은 언제나 그렇든 화해로 끝나지만 메시지적인 부분에서는 현세대에게 불편한 부분이다. 성칠과 금님의 연예를 도와주려 한 현세대의 노력은 결국 탐욕으로 정의될수 있는 것일까? 이들이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장면은 조금 거슬릴 정도다. 무엇보다 불안한 가정 관계와 현실에 걱정하는 현세대의 모습과 달리 이와 대비되는 노년 세대의 연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민감한 주제의식을 넘어간 채 강제규는 이를 '가족의 사랑'이라는 추상적 의미로 봉합하려 하고 있다. 
 
결국, 총체적인 문제는 연출이다. 물론 완벽한 작품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작품이어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이 대중의 수준에서 어느 정도 보장되는 오락물이었다면 즐겁게 감상하고 볼 수 있었으며 그것만으로도 강제규의 건재함은 충분히 확인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블록버스터와 같은 스케일적 작품을 오랫동안 연출했던 감독의 욕심이었을까? 유머, 연기, 드라마에서도 과잉의 감정을 표출한 욕심 탓에 [장수상회]와 같은 소박한 영화는 어느 코드와 장단에 맞춰야 할지 불분명해진 영화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그가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 영화의 방향, PPL과 같은 불안 요소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이 이번 작품서 너무 미미한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지금까지 [장수상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서 본 소감이었다. 비록 이 영화를 비판했지만, 영리한 관객들은 [장수상회]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띄는 문제점이 보인다 한들 결국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본 기자는 극 중 까칠한 '성칠'씨 만큼 이 영화의 단점만 확인하고만 '불행한 관객'중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호평적 분위기가 많았기에 본 기자의 반응은 '소수적 관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각자의 기대감은 서로 다르다. 그 모든 다른 취향을 가진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란 힘들지만 때로는 이러한 소수적 관점의 비판이 이후의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수상회]는 4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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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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