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 리뷰: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투병기 (★★★☆)
15.04.15 10:48
[스틸 앨리스, 2014]
감독: 리처드 글랫저,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줄리안 무어,알렉 볼드윈,크리스틴 스튜어트,케이트 보스워스
감독: 리처드 글랫저,워시 웨스트모어랜드
출연: 줄리안 무어,알렉 볼드윈,크리스틴 스튜어트,케이트 보스워스
줄거리
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존경 받는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줄리안 무어)’. 어느 날 자신이 희귀성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앨리스. 하지만 소중한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당당히 삶에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세 아이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 존경 받는 교수로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줄리안 무어)’. 어느 날 자신이 희귀성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는 앨리스. 하지만 소중한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기 위해 당당히 삶에 맞서기로 결심하는데…
[스틸 앨리스]는 줄리안 무어에게 제 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선물하며 화제가 되었던 작품. 처음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극 중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실감 나게 연기했기에 받았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본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예상을 빗나가게 하였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는 개인의 심리, 마지막까지 자신의 고귀함을 잃지 않으려는 처절한 사투는 그동안 편견으로만 바라본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스틸 앨리스]지만 영화 속 알츠하이머 투병기는 기대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동안의 알츠하이머 소재의 영화들이 대상자의 가족, 친구, 주변인들의 시선에서만 그려졌던 것과 달리 영화는 철저히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가 그려내는 알츠하이머는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훨씬 서글프다.
쉬운 단어를 기억 못 하거나, 익숙했던 길을 잃어버리고, 집에서까지 방황하게 되는 장면이 앨리스의 시선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알츠하이머의 무서움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가장 비극적인 상황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고, 가족에게까지 외면을 당하게 되는 순간이다. 한때 세상에 존경받는 교수이자 명석한 두뇌를 가졌던 그녀였지만, 알츠하이머는 한순간에 그녀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가정에서도 다정한 엄마로 사랑받던 그녀는 유전으로 2세에게까지 알츠하이머가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마저 그녀를 대하기를 어려워한다.
[스틸 앨리스]속 알츠하이머 묘사는 너무나 현실적 이어서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그녀의 대사처럼 주변 모든 사람에게 소외당하면서 외롭게 죽어가야만 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통해 알츠하이머의 공포는 관객에게 체감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냉정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스틸 앨리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름다우면서도 숭고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앨리스라는 한 개인의 내면을 깊게 투영하면서, 알츠하이머에 걸려 죽어가고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의 투병기가 억압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하는 사투와 비슷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작품 속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자신의 병에 괴로워하고 절망하는 것과 달리 앨리스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대처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과 같은 스마트기기와 팔찌 같은 표식으로 기억을 되내이며 가족의 도움과 사랑으로 투병하지만, 서서히 치유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스틸 앨리스]는 투병의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며 마지막까지 잃어버리지 않을 소중한'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그녀의 사투를 부각하려 한다. 그녀의 이러한 사투를 응원하려는 듯 따뜻한 분위기의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은 영화 속 앨리스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며 자연스러운 공감과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그 과정에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을 맞이하게 되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자 엄마로 남겨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투병 과정을 통해 그려진 막내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관계가 그중 하나다.
둘은 [스틸 앨리스]의 가장 핵심적인 관계이자 드라마를 형성하는 중요 인물들이다. 초반 장래를 놓고 대립하던 관계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고 공감하며 이해하게 되는 과정으로 변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는 아이러니하게도 두 모녀를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고통스러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딸은 차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리디아는 앨리스가 남기려 한 소중한 무언가를 상징하며, 지금의 앨리스의 고귀함을 기억해줄 '증인'인 셈이다.
두려움과 강인함을 오가는 앨리스의 내적 변화를 생생하게 표현한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단순한 작품 속 열연을 떠나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녀가 연기한 알츠하이머 환자는 죽어가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싸워나가는 고귀한 사람들로 묘사돼 일상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달리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며 불치병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적인 용기를 전해준다.
철저하게 인물의 심리에 기반을 둔 전개 탓에 다소 느리게 진행돼 주변 인물들의 역할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고, 일정한 이야기를 고집한 탓에 긴장감도 다소 무뎌져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앨리스라는 한 개인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 영화인 만큼 캐릭터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며 감상해야 한다.
[스틸 앨리스]는 영화의 공동 각본가이자 연출을 맡은 故 리처드 글랫저 감독의 마지막 유작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루게릭병 환자였던 감독은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며 영화의 작업에 정성을 쏟았고, 그러한 노력 덕분에 모두에게 전할 소중한 메시지가 담긴 가치있는 유산을 남기게 되었다. 불치병에 굴복할 수 있어도 절망과 싸워 존엄을 지켜낼 용기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말이다.
[스틸 앨리스]는 4월 3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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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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