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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리뷰: 김혜수와 김고은의 성공적인 파격 변신 (★★★☆)

15.04.21 09:58

 
 
[차이나타운, 2015]
감독: 한준희
출연: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박보검
 
줄거리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 (김고은)인 아이. 아이는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 (김혜수)라 불리는 여자를 만난다. 엄마는 일영을 비롯해 쓸모 있는 아이들을 자신의 식구로 만들어 차이나타운을 지배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
다하지 않는 엄마가 일영에게는 유일하게 돌아갈 집이었다. 그리고 일영은 엄마에게 가장 쓸모 있는 아이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영은 엄마의 돈을 빌려간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난다. 그는 일영에게 엄마와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친절한 세상을 보여준다. 일영은 처음으로 차이나타운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 궁금해진다. 그런 일영의 변화를 감지한 엄마는 그녀에게 위험천만한 마지막 일을 준다.
 

영화는 엄마가 일영의 목을 칼에 겨누면서부터 시작된다. 큰 부상을 입은채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일영이지만 엄마는 얼굴에 피를 묻힌 채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용서와 같은 감성 따위는 메말랐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살벌함만이 존재하는 이곳, 바로 '차이나 타운'이다.
 
강렬한 오프닝이 말해주듯, [차이나타운]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인함과 살벌함의 기운이 가득한 하드보일드한 감성을 유지하는 갱스터 느와르물에 가깝다.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 플랫폼 안에 버려진 아기, 어린아이가 보는 앞에서 죽어가는 강아지를 삽으로 내치는 엄마, 한 손엔 칼 또 한 손엔 바나나 우유를 들고 있는 아이러니함, 언제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를 긴장감은 '따뜻한 감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함 그 자체다.
 
하지만 이러한 건조함은 영화만의 특징으로 이어지며 긴장감과 피를 부르는 잔인한 액션을 통해 [차이나타운]만이 지니고 있는 흥미를 완성한다.
 
[차이나타운]은 인물 간의 설정에서 7, 80년대를 풍미한 갱스터 패밀리 영화의 설정을 빌려와 이를 비틀어버리는 시도를 감행한다. 제아무리 냉정하고 배신이 가득한 범죄의 세계라 하더라도 패밀리나 동료가 당하면 그에 걸맞는 복수로 응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에서는 그러한 의리와 끈끈한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엄마' '오빠' '누나'라 부르는 하나의 조직이자 가정을 유지하는 '마가' 식구들에 편입되지만, 이 또한 겉모습만 가족일 뿐 쓸모가 없어지면 무조건 폐기처분 될 수 있는 불안한 위치이며,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언제든 배신해야 하는 관계다.
 
그러한 상황을 관객들에게도 체감시키기 위해 영화는 칼과 같은 날카로운 무기의 액션을 상세하게 다루며 언제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를 긴박한 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여기에 긴 설명을 하지 않고 함축된 이미지와 영상미, 인물의 표정, 건조하고 단순한 대로로 모든 상황을 대변하게 하는 함축적인 설정은 무게감을 더해준다.  
 
이러한 잔인한 세상을 완성한 창조자'엄마'는 이러한 살벌한 구도를 위에서부터 지켜보는 보스이자, 새끼 독수리를 남기고 둥지를 떠난 냉정한 어미 독수리다. 무표정한 얼굴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잔인한 성격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온 그녀는 자식들의 희생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악역인 동시에 생존한 자식들을 강인하게 키우려하는 '가장'과 같다.
 
주인공 일영은 엄마가 만든 이러한 자연의 법칙과 같은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몇 안 되는 아이 중 하나다. 일영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의 쓸모있는 아이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은 위험 천만해 보이는 동시에 여성의 '성'을 잃어버린 거친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버린다.
 
시종일관 유지되던 살벌한 긴장감이 새로운 국면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 시기는 일영이 악성 채무자의 아들 석현을 만나면서부터다.
 
거친 남성미를 선보이던 일영이 한순간 여성적인 면모를 보이게 되면서, 극의 분위기는 자연히 따뜻한 감성으로 연결되며 초반의 비정한 어둠을 맛봤던 관객들 마저 동화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휴식도 잠시 일영의 변화를 감지한 엄마가 행동에 들어가면서 영화는 살벌한 긴장감을 유발하기에 이른다. 이 상황을 통해 일영이 위기에 처하자  영화는 순식간에 '일영 VS 엄마'의 극단적 대립으로 전개된다.
 
 
거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싶었던 일영의 희망. 그러한 달콤한 희망조차 사치로 보며 일영에게 현실을 가르치려는 엄마. 살벌한 대결 구도로 이어가던 영화지만, 가족 영화의 감성과 정서를 자연스럽게 불러오며 예상치 못한 강렬한 드라마를 완성한다. 이러한 전개 속에 이뤄지는 잔인한 액션은 생생하게 그려지고 충격적인 장면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며 하드보일드한 분위기를 더한다.
 
조금이라도 감성적으로 나아가거나 힘을 덜 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차이나타운]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한 감성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고 특유의 묵직함을 밀고 나가는 뚝심을 발휘한다.
 
김혜수와 김고은은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고의 열연을 선보이며 여성적인 하드보일드물을 완성했다. 냉소,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 잔인한 정서가 서린 미소를 유지한 김혜수는 어느 남성배우들 못지않은 강렬한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보여주며 극의 중심에 위치한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살을 찌운 그녀지만 이상하리만큼 아름답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김고은은 거친 액션과 따뜻한 감성을 오가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긴장감과 서정적인 여운을 완성하며 극의 전반을 이끌어낸다. 이외에도 엄태구, 이수경, 고경표, 조현철, 이대연, 조복래 등의 조연들도 자신의 역할에서 최상의 연기를 선보이며 강렬한 드라마를 더한다. [차이나타운]은 주조연의 구분 없이 카리스마 연기의 향연을 보여준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하드보일드한 스타일과 분위기에 치중된 나머지 일부 캐릭터들의 이해 안 되는 행동, 설득력이 부족한 이야기 전개, 너무 쉽게 마무리되는 갈등 관계 등 핵심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놓쳐 장르적인 재미를 배가시키지 못한 부분은 너무 아쉽다. 강렬함, 긴장감, 그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일영 VS 엄마의 대결 구도를 좀 더 스릴있게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너무 크다.
 
[차이나타운]은 상업주의와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가 강한 근래 한국 영화의 흐름 속에 오랜만에 보기 드문 묵직함과 강렬한 여운을 남긴 드라마다. 재미있고 가벼운 영화가 유행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러한 '패기' 넘치는 작품이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입소문이 오고 간다면 다시한번 한국 영화의 전성기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대담한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개봉되었으면 한다.
 
[차이나타운]은 4월 2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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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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