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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되기까지...

12.08.24 14:20



8월 30일 개봉 예정작인 곽경택 감독의 <미운 오리 새끼>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감독이 지난 2011년에 출연한 예능TV프로 ‘기적의 오디션’에서 클래스를 맡았던 신인 연기자들에게 출연기회를 주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주연인 낙만 역할에는 오디션 신인 김준구가, 아버지 역할에는 배우 오달수가 출연합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흥행 보장이 없는 신인을 대거 캐스팅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 될 수 있으나, 곽 감독은 그들에게 기회를 선뜻 내주었습니다. 1987년 어리버리 ‘육방’의 파란만장한 성장 드라마로써 군인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곽경택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톱스타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큰 실망을 하겠지만 곽경택 감독만의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을 기대하고 본다면 잔잔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그러고 보면 곽경택 감독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가 감독이 되는 과정부터가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지금의 자타공인 대 감독이 되기까지의 그의 도전들. 그 도전들이 배우의 꿈을 가진 신예들에게는 큰 기회를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큰 기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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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포기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곽경택 감독. 아버지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꼭 시간을 내어 아들과 마주앉아 많은 얘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유난히 친했던 아버지를 비롯해 그의 사촌형제와 집안 사위들까지 주변사람은 모두 의사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전쟁 때 다 죽여도 의사는 죽이지 않는다.”며 의사를 권유하셨고, 그는 의사가 돼야만 밥줄이 생기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은 생각지도 않고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고신대 의대 재학 중 어느 날 그는 찡그리는 환자 얼굴을 평생 보고 살 생각을 하니 눈 앞이 막막했습니다. 의사에 대한 막연했던 꿈이 사라지자 점수 또한 떨어져갔습니다. 그는 평생 일관된 일보다는 다이나믹하고, 멋진 남녀들과 어울리며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 그는 TV광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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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를 찍고 싶었던 그는 1991년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 예술대 TV영화학과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TC스쿨에서 5년을 더 공부합니다. 시간이 흘러 졸업작품을 앞두고 그는 한국적인 것을 찍으려 애쓰며 부산 헌병대 방위병으로 복무할 때 이발병부터 감방간수까지 갖은 일을 했던 그의 경험을 끄집어 냅니다. 그리고 단편 <영창>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의 졸업작품은 ‘스튜던트 필름 아카데미상’의 영광을 그에게 안겨주며 그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줍니다.


마지막 도전이 비상의 시작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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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고국으로 귀국해 첫 작품 영화 <억수탕>을 찍습니다. 그는 유학파 출신답지 않게 소박한 동네 공중목욕탕을 무대로 하여 지나친 섹슈얼리티에 빠진 이 땅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경고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개봉 후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에는 참패하고 영화는 비디오가게 ‘쇼킹 누드탕’으로 성인물에 꼽히게 됩니다. 그리고 뒤이어 무속과 의사이야기를 결합한 영화 <닥터 K>를 찍었으나 이 영화 역시 흥행은 물론 평단에서까지 외면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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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전국 87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영화사를 새로 쓴 영화 <친구>. 그가 영화제작 두 차례에 실패한 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이 바로 <친구>입니다. 이 영화로 그는 흥행 감독으로 거듭났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장동건과 유오성은 톱스타 반열에 오릅니다. 게다가 영화 촬영지들은 관광명소가 되죠. 아직까지 수많은 리메이크와 패러디를 낳은 이 영화의 흥행 이후 그는 권상우, 주진모, 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과 그 스타일의 작품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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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친구> 이후의 영화들 <똥개>, <태풍>, <사랑>, <통증> 등이 흥행에는 실패하지만 그는 배우라면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감독으로 거듭나죠.


감독을 넘어 심사위원이자 동시에 스승 선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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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써 계속되는 도전을 하던 그는 어느덧 갑자기 스타 발굴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출연을 결정합니다. 이미 명망 있는 감독일뿐더러 평소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없던 그이기에 섭외 중에도 그의 승낙여부는 많은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처음에 그는 연기자 오디션을 대중의 취향에만 맞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다는 이유에 망설였지만 제작진의 진지한 태도에 섭외요청을 승낙했었죠. 그리고 ‘빛을 발하는 연기자를 보면 감독으로서 그만한 보람이 없다’며 신인 발굴 의지에 열을 올리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방송 이후 그는 독설 심사위원으로 많은 기사에 오르내렸지만 신인들을 데리고 가르치면서 무언가를 이끌어 내는 그의 훈훈한 모습과 때론 엄격한 가르침이 그를 멘토 같은 감독님으로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그의 도전, 다른 이에게 기회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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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기적의 오디션’에서 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다음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오는 30일 공개적으로 그 약속을 대중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그의 11번째 영화 <미운 오리 새끼>는 신인배우들을 파격 기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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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서 그와 인연을 맺은 김준구, 조지환, 문원주, 고영일, 정예진, 박혜선 등이 그 행운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감독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작품에 흥행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싶겠지만 신인들에게 배우로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모험일지도 모르는 배려를 함으로써 그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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