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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유혹] 리뷰: 임수정과 유연석의 인생게임 (★★★)

15.06.01 09:23



[은밀한 유혹, 2015]
감독:윤재구
출연:임수정, 유연석, 이경영

줄거리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며 하루하루 희망을 잃어가던 ‘지연’(임수정). 그런 그녀 앞에 젊고 유능한 비서 ‘성열’(유연석)이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바꿀 거대한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바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마카오 카지노 그룹의 ‘회장’(이경영)을 사로잡아 그의 전 재산을 상속받는 것. 단, 성공 시 그 재산의 절반을 ‘성열’과 나누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달콤한 만큼 위험한 제안이지만 매력적인 ‘성열’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지연’은 마침내 ‘회장’의 호화 요트에 오른다. 세 사람 사이에 감도는 미묘한 긴장과 의심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 되던 계획은,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어긋나게 되는데…


[은밀한 유혹]은 1950년대 프랑스 작가 카트린 아를레의 미스테리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원작이 완전범죄소설의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만큼, 영화 또한 원작이 지닌 색채와 주제를 그대로 이어받아 영화만이 지니고 있는 독보적인 해석을 하려 한다.

영화는 마카오와 부산이라는 거대한 도시적 공간을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주 배경은 바다위의 요트, 부산의 대저택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외형적인 배경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적인 배경을 택함으로써 폐쇄, 위압적인 실내 공간이 가져다주는 긴장감, 인물의 심리, 드라마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커스 피에로 출신에서 자수성가해 마카오의 큰 손이 된 회장, 회장의 버려진 자식에서 비서로 채용돼 승승장구하는 성열, 성열의 요구로 마카오의 시궁창을 벗어나게 된 지연은 이 야망의 드라마의 핵심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신데렐라'가 지니고 있는 '신분상승'이라는 '속물'적 근성에 기인한 캐릭터들로 자신이 이룬 것을 누리거나 이루려 하는 인물들이다. 모두 다 각자만의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지만, 누군가 파멸하게 되는 비극의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은밀한 유혹]은 이 캐릭터 간의 관계와 심리를 장르적 변형을 통해 이야기한다. 전반부에 지연은 성열과의 거래를 통해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회장과 지연은 처음에는 대립관계에 서게 되지만 결국에는 서로에게 '연민의 정'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와 섬세한 성격, 자상한 마음씨를 지닌 성열에 '끌림'을 느끼게 되고,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면서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삼각관계는 로맨스 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이들 각자가 언제든 대립할 수 있는 관계임을 암시하며 아무것도 없는 바다 위를 떠돌고 있는 요트의 내부와 조화를 이뤄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게 된다. 잔잔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영화는 중반부 갑작스러운 반전을 통해 스릴러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이제 초점은 폐쇄된 요트를 벗어나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는 외부 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핵심인물들은 자신들의 비밀을 숨겨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우아함, 아름다움, 사랑이라는 '포장된 가식'속에 가려졌던 자신들의 추악한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과 예측불허의 반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영화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개를 이어나가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와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들이 모두 다 하나의 복선이자 한편의 거대한 계획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은밀한 유혹]의 뼈대와 같은 기본 구조는 완벽한 스릴러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구조였다.
 
복잡한 심경, 내적 갈등과 상황에 따라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켜 위기를 대처하는 '지연'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임수정의 연기도 이같은 긴장감을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좀 더 완벽한 스릴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디테일 하나까지 치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은밀한 유혹]은 눈에 보이는 큰 틀(이야기, 연기, 촬영)에만 신경 써 핵심이 되어야 할 세심한 부분들을 무시해 버렸다.

우선 드라마에서 스릴러로 넘어가기에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영화는 소설이 원작임을 강조하려는 듯 초반부터 문구 체적인 대사, 상징적인 장면,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하지만 그것은 배우들 간 연기에 선을 그어 버리는 오점으로 연결된다. 박철민, 도희와 같은 가벼운 이미지를 지닌 조연 진들에게는 이러한 설정이 어색할 따름이며, 영화의 큰 축을 차지하는 유연석 마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문구 체적 대사를 읊으며 진중한 표정을 보여주는 과정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 이러한 순간들의 이어짐은 긴장감이 있어야 할 스릴러적인 분위기에 방해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긴장감 넘치던 이야기가 후반부 들어서 급하게 진행돼 그 스스로 긴장감을 놓쳐버린 점이 아쉽다. 아무리 좋은 복선과 구조를 지닌 이야기라 할지라도 끈기있는 연출력이 바탕이 되어야 정점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는지 초반에 보여준 요트 안 심리 묘사와 전혀 다른 성급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는 우연이 반복되고, 인물들은 너무 쉽게 감정에 치우쳐 침착하던 모습을 잃어버리고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행동에 보는 이들마저 당황하게 할 정도다. 두뇌 싸움을 하던 배역들이 액션 연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에서는 그동안의 공들었던 이야기가 무의미해 지게 된다. 후반부 결말도 현실성과 동떨어진 허점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너무 급마무리 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좋은 설계와 구조를 가졌지만, 마무리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연출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반부까지 잘 유지된 치밀한 구성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신을 보여주며 위기를 대처하는 임수정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후반부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은밀한 유혹]은 6월 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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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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