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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제니시스] 리뷰: 기억속의 [터미네이터]를 제거하라 (★★☆)

15.06.29 20:04


 
[터미네이터:제니시스, 2015]
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제이슨 클락, 에밀리아 크라크, 제이 코트니
 
줄거리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의 탄생을 막기 위해 스카이넷은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부하 카일 리스가 뒤를 따른다. 어린 사라 코너와 그녀를 보호하고 있던 T-800은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의 균열로 존 코너 역시 과거
로 오지만 그는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해있었던 것.. 이제 인류는 인간도 기계도 아닌 그 이상의 초월적인 존재, 사상 최강의 적에 맞서 전쟁을 벌여야만 한다.
 
 
[터미네이터]가 새롭게 돌아왔다.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터미네이터 2:심판의 날] 이후 3, 4편으로 이어졌던 시리즈는 이번 다섯 번째 작품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시작부터가 거대한 반전이었던 이번 시리즈의 결과물은 어땠을까?
 
[터미네이터]의 모든 시리즈를 감상하지 못했더라도 1, 2편을 기억한다면 [제니시스]는 반전의 연속이 지속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상세히 전할 수 없지만, 이는 시간 개념에 따른 변화와 1, 2편의 줄거리와 설정을 한 곳에 모은 시도로 대범하면서도 파격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임스 카메론이 완성한 원조 세계관에 대한 헌사적, 연계적 의미를 담아내려 했다. (추억의 명장면과 명대사가 일부 장면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그 때문인지 [제니시스]는 제임스 카메론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중요 인물인 사라 코너, 카일 리스, 존 코너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터미네이터에 가려져 그들의 특징과 인간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3편 [라이즈 오브 더 머신]과 4편 [미래전쟁의 시작]이 그러한 의도속에 세계관을 확장하려 했으나 원작과 동떨어진 전개와 설정 탓에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제니시스]는 원작 [터미네이터] 속 세계관을 기반으로 세 인물이 지녔을 심리와 뒷 이야기를 더욱 깊게 파고들며,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 관계를 완성하게 된다.
 
사라 코너는 1편의 주인공 보다는 2편의 여전사에 가까운 캐릭터로 그려졌다. 차이가 있다면, 2편의 사라 코너가 모성애를 기반으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것과 달리 [제니시스]의 사라 코너는 젊은 여성으로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려 하는 독립적인 여성에 가깝게 그려진다. 1편에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군인' 카일 리스는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특유의 용기와 군인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는 인물이다. 존 코너에 대한 충성심과 형제애를 지니고 있으며, 사라 코너에 대한 애정을 숨기며 그녀를 보호하려 하지만, 예상과 다른 그녀의 움직임에 보호자와 연인보다는 동료 관계에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존 코너는 더욱 미스터리한 존재로 부각된다. 미래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영웅이었으나 사이보그와 적의 계획을 쉽게 간파하는 이유? 사이보그들로 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는 만큼 진짜 위협을 당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호기심이 그것이다.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 터미네이터에 또한 마찬가지다. 전에 논란이 되었던 이번 작품에서의 역할은 사라 코너와 부녀지간이라 해도 무방한 관계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한다. 여기에 시간이 흐르면 노화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나이듬에 대한 그럴듯한 명분을 주게 된다. 이로인해 터미네이터가 지닌 상징성은 더욱 광범위해졌다.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사라 코너의 보호자 이자 아버지, 희생, 책임감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심지어 유머를 불러오는 인간미 까지 불러온다. 여기에 이번 작품의 미스터리한 '키'를 쥔 인물로 그려져 비중성 또 한 높다.
 
 
이처럼 기존 시리즈의 인물들에 대한 비중을 높여 보다 많은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늘리려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주요 인물에 대한 초점을 잊어버리게 하는 실수를 불러오게 된다.
 
3, 4명의 인물들이 크게 부각되는 드라마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산만한 구성과 초점이 이어지게 된다. 과거의 시리즈 속 인물들이 개성이나 역할이 분명했지만, 이번 작품 속 인물들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시리즈의 핵심적 주인공 터미네이터의 비중이 작아진 느낌을 주게 되고, 시리즈가 지닌 영향력과 메시지 또 한 미미해 지고 말았다. 이는 자연히 이야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니시스]의 핵심적인 이야기의 기반에는 미스터리와 평행 이론에 있다. 카일 리스는 타임머신 장치를 통해 과거로 이동하기 전 자신의 미래와 같은 데자뷔 현상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곧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단서이자 복선이 되는 식이다. 또 한 가장 큰 의문인 원조 터미네이터 T-800이 왜 기존의 과거보다 일찍 오게 되었는지 등 기존의 세계관을 뒤엎는 설정을 통해 영화에 대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평행적인 물리학 법칙에 따른 이야기 전개다. 이 방식은 관객들에게 다소 호불호를 줄 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나도 꼬여버린 시간적 설정으로 여러 인물이 하나의 시간대로 모인 것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했지만, 이를 물리적 법칙과 그에 따른 이론만 시종일관 읊어대는 것은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대한 해석 또한 생각보다 어려워 보다 면밀하고 단순하게 정리해 줬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도 크다. 인물이 많다 보니 이에 따른 시간대와 운명을 정리하는 과정도 산만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인물과 이야기의 산만함 속에서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화끈한 액션은 여전했다. 새로운 액션과 비주얼을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8, 90년대 원작 시리즈가 지닌 투박하고 거친 정서를 그대로 이어받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부분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기존의 T-800, T-1000 그리고 새로운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이 선보이는 박력 있는 액션도 좋았다. 이병헌이 연기한 T-1000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무미건조한 얼굴 속에 역동성과 잔인함, 지능까지 더한 면모를 보여주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터미네이터 2]의 영향력이 너무 강한 탓에 이를 능가할 메시지와 색채를 지닐 작품이 등장했으면 하는 팬들의 바람이 이번 영화의 제작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세계관과 설정이 기반이 된 시리즈를 내놓았으나,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터미네이터:제니시스]가 본래 추구하고자 한 방향을 완벽하게 잡아주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법칙을 동원해 완성한 이야기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제임스의 카메론 또 한 1편의 문제를 보완해, 2편이라는 걸작을 만들었던 것처럼 제작진 또 한 이번 1편의 문제점을 파악한다면 충분히 훌륭한 2편을 완성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관련기사: [터미네이터:제니시스] 후속 2, 3부작 개봉일 확정
 
완벽한 출발은 아니었으나, 여러 대범한 시도들이 눈에 띄어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다른 느낌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이번 시리즈를 맞이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향후 지금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재평가의 여지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터미네이터:제니시스]는 7월 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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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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