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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리뷰:홍상수와 함께 취하는 시간 ★★★☆

15.09.22 15:41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5]
감독:홍상수
출연:정재영, 김민희, 윤여정, 기주봉 

줄거리
실수로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다음날 특강을 기다리며 들른 복원된 궁궐에서 윤희정(김민희)이라는 화가를 만난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 가서 윤의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회에다 소주를 많이 마신다. 거기서 가까워지는 두 사람. 다른 카페로 이동한 두 사람은 술을 더 마신다. 거기서 누군가의 질문 때문에 함은 자신의 결혼한 사실을 할 수 없이 말하게 되고, 윤은 함에게 많이 실망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홍상수 영화의 개성을 좋아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극명한 호불호를 불러올 수 있다. 

과거 그의 연출작처럼 똑같은 여운, 개성, 반복을 보여주는 작품인 탓에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 할수도 있어 싫증이 날 관객들도 더러 있을것이다. 거장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작품에 새로움이 없다는 말은 그 누구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을 제외한다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홍상수의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이를 처음 접해본 관객에게는 진귀한 체험을 가져다줄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일반 상업 영화의 전개와 방식에 익숙한 관객에게 있어서 이 영화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온 홍상수 영화만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그의 전작속 분위기를 많이 닮았다. [극장전]과 같은 1,2부식 진행, [오 수정]의 인물 입장에서의 시선 전환 그리고 [생활의 발견]을 연상시키는 일상에서의 현실적 데자뷰 등 이 그것인다. 새롭지는 않지만, 평범한 일상과 삶에 대한 남다른 성찰, 욕망에 관한 애정어린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 함춘수는 영화감독으로 홍상수 본인의 뒤틀린 자아를 연상시킨다. 춘수는 홍상수의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시를 방황하다 윤희정을 만나게 된다. 잠깐의 만남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진 춘수는 어떻게든 그녀를 오랫동안 붙잡으려한다. 술 한잔을 시작으로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지만, 의도치 않은 일로 인해 그와 그녀의 사이는 틀어지며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 

잠깐의 욕망이 허무한 하루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나 싶던 찰나, 갑자기 영화는 처음의 오프닝 장면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춘수가 수원에 오면서부터 희정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똑같이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앞서 본 장면과 다른 느낌을 준다. 카메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이를 비추고 있었고, 전편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엑스트라들이 다른 인물들로 교체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인물들의 성격, 대사였다. 전편의 인물들이 예의, 체면 탓에 욕망을 드러내지 않고 가식적인 모습만 보여줬다면, 이후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아예 대놓고 자신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분이 춘수와 희정을 한 화면에 두었을 때의 카메라 구도다. 전편의 이야기가 춘수의 모습을 정면으로 포착하고, 희정의 모습을 옆으로 잡아낸것과 다르게, 두 번째 이야기는 춘수와 희정이 함께 앞에 잡힌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거나 드러내는 에피소드의 분위기를 잠재적으로 표현한 설정이었다. 

같은 상황, 같은 인물, 비슷한 대사이지만 결국 어떤 본심을 드러냈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와 주제가 다르게 정의되고 이는 에피소드 마다 서로 다른 결말을 불러오게 된다. 이는마치 인물, 영화, 관객이 함께 호흡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과 같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너무나 홍상수 다운 작품이다. 욕망, 삶에 대한 그만의 성찰과 순수하게 바라본 우리의 일상을 비롯해 그의 영화의 전매특허인 배우들의 생생한 취중연기를 통해 우리들의 본 모습, 생각이 여과없이 그대로 그려진다.  

그점에서 볼 때 그 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다워서 좋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9월 2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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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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