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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소녀'에서 '스릴러의 여인'으로 돌아온 엠마 왓슨

15.10.06 12:10

아역 배우 출신의 스타라는 명성은 당사자에게 입장에서는 때고 싶은 꼬리표일 것이다.

성인이 됐는데도 아직도 '아이 같다'라는 말을 그 누가 좋아할까? 여기에 이른 나이에 전 세계 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 인기에 일찍 취한 나머지 과거의 명성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사라진 추억 속의 스타들은 즐비하다. 그러한 사례 탓에 일부 아역스타들은 성인이 된 시기에 평범한 일반인의 길을 택하거나, 또는 아역의 구례를 벗어나 성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 위한 파격 변신을 시도한다. 

물론 그 파격 변신이 예상치 못한 경력 단절이라는 위험부담을 초래할 수 있기에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그 점에서 볼 때 엠마 왓슨은 여타의 아역 출신들과 달리 무난한 행보를 성인이 된 지금까지 잘 유지해온 케이스다. 

[해리포터] 시리즈부터 귀여운 꼬마 아가씨로 사랑받던 그녀였지만, 서서히 소녀에서 여인의 모습을 보이면서부터 가십 매체들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보도했다. 그 때문에 의도치 않은 여러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난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소신 있는 활동을 선보이며, 성숙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여러 여성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하였다. 2014년 UN 양성평등 홍보대사를 역임하게 된 사례가 말해주듯이,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월드 스타라는 명성과 지적 관심사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일깨우는 사회적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으로서의 소신 있는 행보를 대외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는 그녀의 당찬 행보는 연기 면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종료 이후 여전히 10대 소녀 캐릭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매력적인 페이스를 통해 새로운 연기 형태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에서 미스터리 소녀 '안젤라'로 


2014년 개봉한 영화 [노아] 이후 그녀가 선택한 차기작은 오는 10월 개봉을 앞둔 스릴러 영화 [리그레션]이었다. 스페인의 천재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신작에서  엠마 왓슨의 역할은 이번에도 10대 소녀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이야기 설정에서의 모습은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해리포터] 이후 그녀가 보여준 소녀들은 청순, 당돌함, 발랄한 성격을 지녔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모습은 두려움과 같은 어둠이 가득한 모습이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의 줄거리와 소재부터가 만만치 않은 내용이다. 

[리그레션]은 1980년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미스터리 실화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소녀에게 발생한 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시작으로 사건을 추적하던 경찰은 사건의 배경에 마을 사람들이 연계된 정황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악마 숭배와 같은 원시적이면서 충격적인 배경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피해자는 있고 범인은 없는 사건, 그리고 모두가 비밀을 감춘 대다수의 용의자, 어긋난 욕망이 만들어낸 사건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담겨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엠마 왓슨이 연기한 소녀 안젤라가 있었다.

안젤라는 [리그레션]의 시작인 동시에 끝을 장식하는 주요 인물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스릴러 장르에서 사건의 비밀을 쥔 여성 캐릭터는 의미심장한 상징성을 띄고 있다.


순수하지만 차가운 눈. 그 눈 속에는 슬픔, 상처, 비밀과 같은 정서가 담겨 있지만, 그 이면에는 추악한 본질과 거짓이 존재한다. 그 본질은 그녀 스스로가 만들어낸 '거짓'인 동시에 알지 말아야 했던 '진실'로 사건을 추적하던 모든 이들의 끝을 허망하게 만든다. 

팜므파탈 형 악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리그레션]의 안젤라는 엠마 왓슨의 청순한 외모로 대변되면서 전혀 다른 정서를 불러오기에 이른다. 

어여쁘고 연약한 소녀의 슬픔에 주인공과 관객은 동화되지만, 거대하면서도 어두운 사건의 배경과 마주하게 되면서 점차 이 존재는 두려운 인물로 인식된다. 사건의 진실과 비밀을 쥐고 있지만, 그 진실을 확인했을 때의 충격은 배가 될 것이다. 과연 그녀는 철저한 약자였을까? 아니면 일부러 비밀을 숨기려 한 악녀였을까? 

예고편에서조차 특유의 미소를 보여주지 못한 채 진지함과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한 엠마 왓슨 소녀는 어둠과 비밀을 간직한 두려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녀만의 소녀는 미스터리 장르를 위해 특화되었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그것은 '스릴러 천재'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만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연이은 스릴러 행보

재미있게도 엠마 왓슨의 이후의 출연작에는 스릴러 계열의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다. [콜로니아]와 [서클]이 그것이다. 

[콜로니아] 또한 [리그레션]과 같은 충격 실화지만 그 배경부터 남다르다.


1973년 칠레 피노체트 군부 독재 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비밀경찰에 납치된 남편을 구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들어가게 된 여성을 연기한 그녀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이미 공개된 티저 스틸에서 그녀는 교주 섀퍼(다니엘 니크비스트)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고 있다. 독재 정권 시절에 모두가 항거했던 시대인 만큼 [콜로니아]의 엠마 왓슨은 자신이 알게 된 추악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며 당시 시대사 지닌 저항의 의미를 더해 줄 예정이다. 

현재 촬영 중인 [더 서클]은 SF 스릴러물로 모든 것을 검색하고 서비스해 주는 IT 회사 더 서클를 배경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더 서클의 직원을 연기하며 개인의 사생활이 철저히 노출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톰 행크스, 카렌 길리언, 빌 팩스톤, 존 보예가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기대작이기도 하다. 

인권과 양성평등을 주장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대외적으로 확인해 주었던 그녀였기에, 연이어 참여한 스릴러 영화속 캐릭터는 묘하게 그녀의 행보와 연결된다. 어쩌면 그녀 내면의 소녀는 알게 모르게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언젠가 그녀를 부르는 수식어인 '헤르미온느'라는 꼬리표도 자연스럽게 때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소녀에서 스릴러 여신으로 변모해 가는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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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그레션][콜로니아] 보도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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