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뷰: 비밀로 간직했어야 할 영화 ★☆
15.10.07 19:51
[비밀,2015]
감독:박은경,이동하
출연:성동일,손호준,김유정,서예지
줄거리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 극적으로 범인을 검거한 형사 '상원'(성동일)은 홀로 남겨진 살인자의 딸을 데려다 키운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평온한 부녀 앞에 비밀을 쥔 의문의 남자 '철웅'(손호준)이 '정현'(김유정)의 선생님으로 나타나는데…
[비밀]은 모든 것의 발단인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대립과 비극을 예고한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린 문제적 설정(?)이기도 했다.
*이 부분(범죄 장면)에 대해서 다소 주관적 일 수도 있음을 전해드립니다.
살인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원망에서 시작된다.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전과자 출신의 남자는 자신의 울분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호소하다(택시 운전을 하며, 거친 욕설을 내뱉으면서 말이다) 한 여성 승객으로부터 핀잔을 듣게 된다. 그로 인해 남자는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게 되고 죄 없는 여성을 향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것도 야산에 있는 건물에 피해자를 가둬놓고, 시신 유기를 준비할 정도로 치밀한 계획까지 짜놓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중범죄적인 계획 살인이 여성에 대한 혐오와 분노에서 발생했다는 우발적 설정에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일상의 살인은 영화의 설정처럼 우발적인 상황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라는 매체가 범죄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조금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범죄를 다루는 만큼 '그 범죄가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살인범이란 어떤 자들인지?' 근원적으로 탐구하고 정의내리는 결론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악의적 범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볼 때 [비밀]의 살인 범죄에 대한 묘사는 무책임하다 느껴질 정도다. 오히려 살인 범죄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범인의 정신적인 성향과 과거의 상처가 범죄로 연결되는 여타의 연쇄 살인 영화와 달리 몇 시간 전에 생긴 여성에 대한 충동적 분노가 계획적인 잔혹 범죄로 연결되는 과정은 설득력 없는 불편한 폭력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적 설정대로라면 현실에 있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들 모두 잠재적인 연쇄 살인자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살인의 근원을 탐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러한 잔혹한 설정과 장면이 필요했는지가 의문이다.
이렇듯 살인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듯이 [비밀]은 '설득력'에 있어 심각한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해야 하는 각본은 지나칠 정도로 과잉 설정을 드러내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인물들은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 현실을 벗어난 과잉적인 행동을 일으켜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한다.
자신의 애인을 죽인 살인범과 눈빛이 똑같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목을 조르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죽일뻔한 당사자에게 뜬금없이 친구가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 황당함을 더해준다. 10년이란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죽은 애인에 지나친 집착과 망상에 시달리는 모습과 양부에게 복수의 감정을 느끼는 대목은 호기심 보다는 생뚱맞은 기분을 전해준다. 여기에 이별의 슬픔 속에서도 삶의 여유와 안정을 보여준 노부부가 느닷없이 극단적 결과를 선택하는 대목은 혼란만 가중하고 만다.
공식 줄거리대로 형사와 살인범의 딸의 부녀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죽은 애인에 집착하는 '민폐' 남자주인공에 큰 비중이 생기면서 영화의 긴장감과 핵심적인 스토리는 묻히게 된다. 부녀 관계,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너무 많은 중요 설정이 남발된 탓에 이야기는 산만해 지고 주제는 산으로 가고 만다.
과잉된 성격의 캐릭터와 이로인해 발생한 충동적 행동은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마저 상실시키는 무의미한 전개만 불러오게 되고, 배우들의 연기장면마저 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메인 주인공인 성동일과 김유정의 부녀 연기는 편집에 의해 끊긴 것 처럼 어딘가 맞지 않는 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손호준은 시종일관 한가지 표정과 감정으로 일관하며 연기력 부족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이러한 총체적 난국의 원인에는 작품의 방향성을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연출자에게 있기 마련. 놀랍게도 [비밀]은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을 한 작품이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연출자들인 만큼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보완해 최선의 결과물을 선택해야 했지만, 두 공동 연출자들이 너무 큰 욕심을 부린 탓인지 과잉된 설정의 남발만 가득하다.
두 연출자는 [비밀]을 통해 무엇을 이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살인을 소재로 했기에 이에 대한 근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죽은 애인을 그리워하는 남자의 슬픔만 시종일관 보여줬기에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이야기하려 한 것일까? 사형 제도와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을 높였기에 사형제도 부활을 찬성하는 영화인가? 그렇다면 대체 두 부녀의 관계와 대립은 왜 넣어서 혼란만 주는 것인가? 부성애가 담긴 드라마라고 하기에 영화가 빌려온 설정들은 너무 무겁고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산만함 속에서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정체성 없는 캐릭터들은 무게만 잡는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과 반전(?)이 등장하는 대목은 충격 대신에 실소를 불러오게 할 정도다. 개연성 없는 인물들이 무의미한 폼만 잡고 있으니 누가 이들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할까?
제대로 된 주제와 방향성마저 없었던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영원히 [비밀]로 묻혔어야 했다.
[비밀]은 10월 1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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