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브릿지] 리뷰: 스필버그+톰 행크스+코엔 형제=명품 시대극 ★★★★
15.10.22 18:01
[스파이 브릿지,2015]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출연:톰 행크스, 마크 라일런스, 오스틴 스토웰
줄거리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오른 1957년,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은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당시 미국에선 전기기술자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술을 소련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간첩죄로 사형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반공운동이 극에 달했던 단적인 예로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일이었다. 여론과 국민의 질타 속에서도 제임스 도노반은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아벨의 변호에 최선을 다한다. 때마침 소련에서 붙잡힌 CIA 첩보기 조종사의 소식이 전해지고 제임스 도노반은 그를 구출하기 위해 스파이 맞교환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비밀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스파이 브릿지]는 소련 국경 내에서 폭파된 미국 U2기 조종사의 귀환 과정에서 있었던 역사적 비화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단순해 보이는 포로 교환 형식의 이야기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를 긴장감 넘치는 냉전 스파이물, 협상 스릴러, 재기 넘치는 영웅 드라마로 완성했다.
[스파이 브릿지]는 오프닝부터 인상적인 전개와 화면으로 시선을 압도시킨다. 소련 스파이 아벨이 FBI 요원들에게 체포당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장면은, 적국에 침투한 스파이의 치밀하면서도 냉철한 움직임을 한 인간의 일상의 삶처럼 그려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게 한다.
브루클린의 허름한 방에서 스케치하는 장면, 강변 공원 벤치의 암호를 찾는 과정, FBI와의 추격전, 체포전 자료를 은폐하는 장면은 첩보물 특유의 정보전(戰)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 방식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세심한 연출력과 코엔 형제의 디테일한 각본, 그리고 마크 라이런스의 냉철한 연기가 조화를 이룬 장면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함께 묘한 쾌감을 선사한 명장면이다.
스파이 영화의 전개로 강렬한 시작을 알린 영화는 곧이어 법정 영화의 분위기로 넘어가게 된다.
보험 전문 변호사인 제임스 도노반의 프로다운 일처리와 가족을 우선시하는 아버지의 인간미를 부각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관객에게 메인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심어주려 한다. 이어서 이 주인공이 다소 민감한 스파이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는 과정은 극적인 전개로 그려지게 된다. 스파이 임이 확실해진 자신의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 대중, 언론에 맞서는 제임스 도노반의 모습은 시대의 평향적인 시대에 맞서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제임스 도노반과 루돌프 아벨을 마주하고 변호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그려진다. 의뢰인의 스파이 행위를 따지기보다는 그의 인간미와 행위를 존중하며 이념적 시각에 의해 잊혀진 미국의 정의와 가치관을 언급해 한 개인의 인권을 위해 변호하는 장면은 영화가 지닌 주제이기도 하다.
이렇듯 스파이물과 법정 드라마 사이의 서사적 구조를 유지하던 영화는 중반부에 들어와 정치 물이 어우러진 시대극으로 넘어오게 된다. 한 개인의 시점에서 진행된 서사가 국가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건이 되면서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당시의 시대상과 정치적 상황을 이해할 약간의 역사적 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동서로 분단된 독일의 시대상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불안한 동독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 미국과 사회주의 국가의 중심임을 강조하려는 소련,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동독의 대립이 사건의 주요 배경이다.
스필버그는 이를 통해 국가 간의 대립과 경쟁이 개인의 인권과 존엄을 유린하는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그린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집단적 광기에 빠진 나치가 유대인들을 핍박했던 것처럼 군인, 유학생 그리고 스파이로 대변되는 개인들이 국가간 주도권 싸움의 우위를 잡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셈이다.
개인의 인권과 가족을 위해 싸우던 도노반은 삼국의 운명이 놓여진 정치적 싸움의 현실에 서게 된다. 그러나 그는 미국 대표가 아닌 정치적 포로로 붙잡힌 조종사, 유학생, 스파이와 같은 개인들의 안전과 평화를 담보로 한 민간 자격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개인의 존엄성을 위해 국가라는 거대 세력과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된다.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아픔이 함께 한 동베를린을 배경으로 24시간 동안 소련, 동독 그리고 미국 CIA의 본부를 오가며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협상을 완성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물론 지나치게 세세한 역사적 상황과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각국의 입장을 대변한 방대한 대사들 탓에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이다.
[스파이 브리짓]은 혼란스럽고 어두운 냉전 시대의 중심에서 '인류애'를 발휘한 한 개인의 활약을 그렸다. 영웅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인물이지만 역사 속의 숨겨진 인물이었던 제임스 도노반을 철저히 평범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시대의 변화 속에 신념을 지키려 한 개인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는 사건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무고한 인명을 구해낸 숨겨진 영웅이 있었다. 톰 행크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력에 남을만한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를 연기하며 시대의 운명을 바꾼 믿음직한 '포레스트 검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파이 특유의 냉철함과 평범한 일반 노인의 삶을 동시에 보여주며 시대의 희생양인 '루돌프 아벨'을 연기한 마크 라이런스의 열연은 [스파이 브릿지]의 전체를 대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코엔 형제 그리고 최고의 출연진이 조화를 이룬 [스파이 브리짓]은 영화계의 천재들이 이뤄낸 명품 시대극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20세기 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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