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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리뷰:우리는 '조폭'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15.1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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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2015]
감독:우민호
출연:이병헌,조승우,백윤식

줄거리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뒷거래의 판을 짠 이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다. 더 큰 성공을 원한 안상구는 이들의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준비하다 발각되고, 이 일로 폐인이 되어 버려진다. 빽 없고 족보가 없어 늘 승진을 눈 앞에 두고 주저 앉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마침내 대선을 앞둔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비자금 파일을 가로챈 안상구 때문에 수사는 종결되고, 우장훈은 책임을 떠안고 좌천된다.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무족보 검사 우장훈. 그리고 비자금 스캔들을 덮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와 재벌, 그들의 설계자 이강희. 과연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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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반영한 풍자극은 현실에서 느끼지 못할 대리만족을 가져다주기 마련… 하지만 그 풍자가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라면 섬뜩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은 그런 작품이었다. 분명 가상의 인물, 공간, 단체가 등장하지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 그 자체였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진짜' 권력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을 돕는 자, 그들에게 먹히는 자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 지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한 핵심이었다. 

안타깝게도 '걸작'이 될 수도 있었던 원작은 결말을 코앞에 둔 채 미완성으로 끝나버렸고, 작가가 완성하지 못한 결말의 종지부를 찍는것이 영화의 주 임무다. 

영화 [내부자들]이 묘사한 세계는 자연 생태계를 연상시키는 먹이사슬 구조다. 

대한민국의 강력한 권력을 지닌 정치권을 한정한 야생 세계를 보는듯 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들을 조종하는 배후 세력과 지배층이 존재한다. 여론을 움직이는 논설주간과 이들에게 비자금을 건네는 기업인이 그들이며, 이들간에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된다. 

이들만의 이샹적인 세상이 설계되는 가운데 지배층의 서열에 오르지 못한 학연, 혈연에 밀린 검사, 큰 꿈을 지향하던 조폭이 이들의 먹잇감이 된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배층, 이들을 끌어내리려는 피지배계층의 대결이 [내부자들]의 생태계며 이들간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영화가 지향하는 대립이다. 

'無 족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장훈 검사, 대한민국의 여론을 쥐고 흔들며 정치적 야망을 꿈꾸는 논설주간 이강희, 더 큰 이익과 명예를 위해 움직이는 전직 정치 깡패 안상구가 우리가 보게될 생태계의 '짐승'들이다. 

[내부자들]의 특이점은 이 각기다른 위치에 있는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성격, 개성을 동일시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 완벽한 선은 없으며, 자신의 이익, 욕망,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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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의 흥미와 긴장감은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한 이 캐릭터들의 물고 물리는 전략적 계획에 있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았지만, 생존과 야망을 위해서는 배신을 반복할 수도 있다. 

영화는 이러한 이들의 관계를 조폭영화, 정치물, 수사 영화의 묘미를 통해 그려내며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이어간다. 

이를 통해 영화적 재미를 끌어내는 동시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 구조의 실체를 하나씩 드러낸다. 그리고 이 권력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노력이 너무나도 쉽지 않음을 보여주며 정의와 현실의 간극을 냉정하게 표현한다. 가끔 터지는 유머도 볼만한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운 대립 방식과 달리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갈등이 최고조여야 할 후반부는 너무나 급격한 전개를 이어가고 만다. 빠른 전개라 하기에는 갈등 구조가 너무 쉽게 풀리고 복선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숨이 고를 정도다. 사건에 대한 설명과 기본 전개가 어느 정도 필요한 와중에 인물 간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극대화하는 요소도 원작보다는 조금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백윤식의 '이강희'의 존재감과 성향이 더욱 크게 부각되어야 했지만, 권력자의 모습으로만 단순하게 부각시킨 모습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 반적을 통해 이 아쉬움을 단번에 해결, 중후반부의 허술한 구조가 사실은 이를 위한 복선이었음을 드러낸다. 결말은 원작이 이뤄내지 못한 숙제를 풀이한 동시에 영화가 지니고 있는 주제,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조폭' 권력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어 큰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조승우와 백윤식이 무난한 연기를 펼친 가운데, 이병헌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동안의 논란에 대한 속죄의 의미가 담긴듯한 열연을 펼쳐 [내부자들]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해냈다. 

대한민국 권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내부자들]은 11월 1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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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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