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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리뷰: '심청'과 '춘향'의 마음을 연기하는 수지의 열연★★☆

15.11.1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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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2015]
감독:이종필
출연:류승룡, 수지, 송새벽, 이동휘, 안재홍, 김남길

줄거리
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운 혼돈의 조선 말기.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그 앞에 소리가 하고 싶다는 소녀 ‘진채선’(배수지)이 나타난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의 아름다운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소리꾼의 꿈을 품어 온 채선. 그러나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선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채선은 포기하지 않고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녀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개최하는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의 소식이 들려오고 신재효는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남자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닌 채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채선이 여자임이 발각되면 모두가 죽음을 면치 못하는 위험 속, 채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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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는 배수지 본인에게 있어 감회가 남다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은 확실하다. 

그동안의 여러 연기 논란이 있었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돋보였다. 아직 혼자서 극을 이끌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와는 다른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류승룡과 좋은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성장의 가능성은 무궁했다. 

여러 작품서 빛나는 존재감을 보이며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 류승룡은 스스로 연기의 강도를 조절하며, 극 중 배우들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돋보였다. 그만큼 이 영화는 배수지의 연기와 존재감이 돋보여야 하는 작품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그녀가 부르게 되는 판소리가 의미 있게 그려져야 했다. '심청가'와'춘향전'을 영화의 메인 소재로 삼고 이를 통해 주인공 진채선의 삶과 연계시키는 이야기가 돋보였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판소리 심청가를 들으며 극복하고, 자신에게 희망을 준 판소리를 춘향이의 마음처럼 사랑하려는 열정이 아름답고 숭고하게 그려진다.

당시 여성에게 금기시된 판소리를 하기 위해 담장 너머로 배우며 연습하는 장면과 남장을 하면서까지 도전하려는 모습과 과정이 판소리에 대한 신비감과 흥미를 불러오며 [도리화가]만의 재미를 불러온다. 남성의 판소리가 불과 같은 열정과 힘이라면, 채선의 판소리는 물로 표현돼 이슬처럼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라는 상반된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영화만의 판소리 장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판소리가 이뤄지는 장면은 강가와 같은 아름다운 배경이 함께 하는 장소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여기에 판소리의 표정과 감정이 담긴 클로즈업, 연극 무대와 같은 즉흥 연기, 뮤지컬과 같은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 눈길을 끌게 한다. 무엇보다 이를 민초들의 정서와 삶으로 연계시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채 공연을 진행하는 장면은 영화가 강조하는 판소리의 특징이자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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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판소리와 주인공의 삶이라는 의미심장한 주제를 지닌 [도리화가]지만 결과는 원래의 의도와 한 참 벗어나고 만다. 이종필 감독은 판소리와 같은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재능은 갖고 있지만 이를 극적인 순간과 같은 흥미로운 요소로 표현하는 데에는 부족해 보인다.

대표적인 부분이 작품의 생명인 판소리를 감동의 도구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후반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춘향가를 부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은 판소리 대신 과도한 감정을 유도하는 OST 음악이 차지한다. 판소리에 다양한 감정과 의미를 대사로 표현했음에도 영상적인 부분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영화의 주 전개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다. 초반 채선의 판소리 성장과 삶에 초점을 맞추던 이야기가 후반부에 들어와서는 식상한 삼각관계로 이어지고 만다. 남자 주인공들과 아무런 감정의 정서를 공유하지 못한 상황애서 멜로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방식은 뜬금없을 정도다.

편집도 두서없이 진행돼 감정의 정서와 긴장감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들을 끊어 버리고 만다. 

때문에 이 영화가 금기를 깨기위해 판소리라는 도구로 꿈을 이루려 한 여인의 성장기와 이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한 여자와 두 남자 간의 삼각관계 인지 헷갈릴 정도다. 예고편을 보고 전자의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방황하는 영화의 시점 탓에 이야기는 혼란스럽지만, 판소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지와 배우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괜찮은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도리화가]는 11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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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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