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리뷰:정의가 무너진 시대를 대변하는 씁쓸한 걸작★★★★
15.11.30 17:29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2015]
감독:드니 빌뇌브
출연:에밀리 블런트,베니치오 델 토로,조슈 브롤린
줄거리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방탄조끼와 헬멧으로 중무장한 FBI 요원들과 S.W.A.T팀. 이들이 탄 차량 안에는 적막감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곧 마주하게 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베어 있다.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상륙을 앞둔 군인들의 모습처럼…
이윽고 이들은 평원에 있는 허름한 주택가를 기습한다. 진압 차량으로 집을 덮친 후 주택안에 있는 마약상들을 한순간에 제압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하며 안도할 때, 단순한 마약상들의 거점이라 생각한 아지트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이하:[시카리오])는 섬뜩한 기운이 내재한 무서운 범죄 영화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시카리오]는 멕시코 마약 조직 카르텔과의 대결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외 토픽뉴스를 통해 접한 카르텔의 잔혹성은 이미 유명하기로 소문나있다. 정부, 경찰 보다 막강한 권력과 힘을 자랑하는 그들은 마약, 매춘, 인신매매, 테러와 같은 범죄로 이익을 창출하며, 정경 유착과 같은 부패를 주도해 공개적인 살인, 잔인한 시신 유기를 통한 '공포'로 북중미를 비롯한 남미의 범죄를 주름잡고 있는 무서운 조직이다.
영화는 이러한 카르텔이 자행하는 공포를 현실감 있게 부각하며 실존하는 '악(惡)'의 공포와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시켜 주는 데 집중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멕시코의 국경도시 후아레즈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다. 카르텔의 중요 접선 책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FBI와 멕시코 경찰은 후아레즈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곳은 [블랙 호크 다운]의 모가디슈만큼 통제 불가의 위험이 잔재되어 있는 카르텔의 근거지다. [시카리오]는 이러한 적진의 한복판에 처음 입성한 여주인공 케이트의 시각을 통해 카르텔이 자행한 만행을 다큐를 보는 듯한 생생한 화면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길거리에 방치된 처형당한 시신들, 매수된 경찰들의 배신,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 누구나 카르텔의 일원으로 의심되는 위협적인 환경, FBI에게 과감하게 접근하는 카르텔의 습격… [시카리오]는 단 1%의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시종일관 최고조의 긴장감을 유지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전개를 이어나간다. 이는 곧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흥미 요소다.
이렇듯 위협적인 악(惡)의 존재가 부각된 만큼 이를 상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 또 한 유심 있게 그려진다. 카르텔을 상대하는 정예요원들의 활약을 그리는 전개를 예상하게 하지만 [시카리오]는 이러한 예상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케이티가 합류한 정예요원들은 카르텔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그들보다 더 악랄한 방식과 불법을 자행하는데, 이는 [제로 다크 서티]같은 정의의 이분법이 충돌하는 실화 물과 근래의 액션 영화가 추구하는 '안티 히어로' 캐릭터의 역할을 강조하는 작품들의 추세를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시카리오]가 그려낸 방식은 조금 다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악을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 악인의 길을 선택한 자들로 카르텔보다 더 악랄하고 무서운 괴물이 되어버린다. [시카리오]는 정의라는 명분이 탄생시킨 통제 불능의 '악'(惡)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의는 실현된 듯하지만 실체는 '복수'라는 개념이 낳은 또 다른 악의 탄생을 의미한다. [시카리오]는 카르텔과 같은 현실적 문제를 언급한 동시에 정의와 악의 상관관계와 같은 묵직한 질문과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생생한 영상미로 다뤄진 다큐같은 묘사 탓에 [시카리오]가 그려내는 정의의 타락은 이상하리만큼 섬뜩하게 다가온다.
초점을 벗어나지 않는 묵직한 이야기 흐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전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력, 각자의 캐릭터에 깊게 빠져든 배우들의 연기는 [시카리오]가 구축한 정의의 '죽음'이 가져다주는 섬뜩함을 전달하며 영화적 재미도 동반한다.
특히 베네치오 델 토로의 알레한드로는 [시카리오]의 전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로 델토로 특유의 섬뜩한 무표정 연기로 완성된다. 에밀리 블런트의 케이티 또 한 이에 지지 않으려는 저항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이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무기력한 이 시대의 서글픈 정서를 대변한다. 어쩌면 그것은 [시카리오]가 정의의 가치가 사라진 이 시대에 나온 불행하면서도 씁쓸한 '걸작'임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는 12월 3일 개봉한다.
P.S: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는 국제적인 호평과 흥행 성공에 힘입어 현재 속편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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