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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리뷰:정우성과 김하늘도 살리지 못한 모호함★★☆

16.01.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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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2015]
감독:이윤정
출연:정우성, 김하늘, 배성우, 장영남

줄거리
교통사고 후, 지난 10년의 기억이 지워진 남자 ‘석원’(정우성). 친구, 가족, 심지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흐릿해진 석원은 병원에서 우연히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낯선 여자 ‘진영’(김하늘)을 만난다. 그녀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진영과 함께하며 새로운 행복을 느끼는 석원. 스마트폰에 놀라고, 김연아, 류현진도 모르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진영. 1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그와의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행복함도 잠시, 석원에게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지금의 행복이 깨어질까 두려운 진영은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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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1년 동명의 미장센 단편 영화제 출품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당시 영화의 연출을 맡았던 이윤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단편의 이야기를 장편 버전으로 완성했다. 원작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선다는 미스터리한 전개속에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 외로운 정서를 잘 담아낸 만큼 장편 버전은 추가적인 에피소드를 첨가해 원작이 말하고자 한 주제를 좀 더 분명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정우성, 김하늘은 분명 원작이 지닌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것 같다.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받아들이며 정체성을 찾으려하는 석원과 그의 주변을 맴돌며 자신만의 슬픔을 표출하며 알듯 모를듯 그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진영. 두 연인 캐릭터는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표상인 동시에 그들만의 연애가 얼마나 서글프고 현실적 인지를 체감하게 만드는 두 배우의 인상 깊은 앙상블이 만들어낸 최상의 결과였다. 

문제는 이 두 배우의 정서적 연기를 제대로 받치지 못한 추가된 에피소드가 지닌 부실한 각본과 주제의 방향성을 상실한 채 모호한 분위기만 강조한 감독의 연출이었다. 

원작자에게 장편의 연출을 맡겼다는 것은 원작이 지닌 특별한 정서를 인정하면서 그러한 독보적 세계관을 기준으로 한 월메이드한 상업 영화의 완성을 의미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나를 잊지 말아요]는 석원의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진 스릴러적인 특성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근본적인 사건과 마주하려는 미스터리 멜로물의 요소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미스터리와 멜로물의 진행이라는 동시다발적인 전개에서 불협화음을 보여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러움을 가져다 준다. 석원과 진영의 멜로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이는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인 기억찾기 과정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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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 석원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에 대해 여러개의 복선과 단서를 던지며 기억과 관련한 영화의 결말로 연결하려고 하지만 이와는 별개인 또 다른 진실찾기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두 연인의 로맨스가 진행되다가 난데없이 기억과 관련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법정 스릴러와 같은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추가돼 이야기의 산만함만 더해진다.      

영화의 핵심은 석원의 기억과 진실 찾기로 후반부에 대한 결말로 연결되지만 정리되지 않은 분산된 이야기들로 인해 영화가 말하고자 한 주제와 초점을 갖고 봐야 할 핵심적인 이야기에서 방황하고 만다. 때문에 반전을 의식해서 만든 결말의 강도는 약한 편이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했다면 석원과 진영의 멜로를 중심으로 기억 찾기 게임을 이어나가야 했다. 

멜로에 초점을 놓고 본 관객에 입장에서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의외의 광범위한 이야기들이 이어진 탓에 모호한 드라마를 본 기분만 가져다 줄 것이다. 원작자인 이윤정 감독은 단편 영화에 기인한 감성적인 연출을 고집한 탓에 핵심구조인 이야기의 뼈대와 주제를 분명하게 하지 못한 아쉬운 연출력을 선보였다.

이야기 보다는 정우성과 김하늘의 정서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한다면 그나마 영화가 말하고자 한 상실에 대한 주제와 애틋한 로맨스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다만 비슷한 주제를 지닌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다면 영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1월 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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