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에 가려진 ‘악당의 사연’
12.10.23 09:58
흔히 사람들은 정의의 히어로가 악을 물리치는 모습에 열광한다. 어렸을 적 동네 아이들끼리 모였을 때도 항상 서로 정의의 주인공 역을 하려고 싸우기 일쑤였고, 악당 역을 맡은 쪽은 울먹이며 히어로의 먹잇감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런 인식 때문에 우리는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악역이 없는 히어로가 과연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을까? 조커가 없는 배트맨, 그린 고블린이 없는 스파이더맨은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데, 그렇다면 히어로 뒤에 숨겨진 ‘악당의 사연’,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악당의 특징
먼저, 우리가 영화에서 늘 보던 악당들의 특징을 보면 의외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악당은 항상 큰 꿈과 야망을 품고 있다.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는 욕망의 화신으로 표현되며, 공통 주제인 세계정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2. 목표 달성을 위해서 연구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등, 전에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3. 날마다 노력을 거듭하면서 꿈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마저도 버릴 수 있는 비정함을 가졌다.
4. 실패해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성공할 때까지 도전하며, 덤으로 최후가 아니면 절대 죽지 않는 강철의 심장을 가졌다.
5. 조직적인 행동을 한다.
절대 혼자 움직이는 법이 없고, 히어로에게 당해도 늘 더 많은 인원수를 충원하는 압도적인 재력을 보여준다.
6. 잘 웃는다.
악당에겐 특유의 웃음이 있는데, 보스가 웃으면 부하들도 따라 웃는 특성이 있다. 가끔 잘못 웃으면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영웅의 특징
그렇다면, 우리가 늘 보아왔던 영웅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1.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그렇다. 히어로는 항상 소박한 삶을 살고 있고, 힘들어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면서도 무엇을 이뤄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결여되어있다.
2. 상대의 꿈을 저지하는 것이 삶의 보람이다.
항상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동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악당만 나타나면 그 꿈을 짓밟는데 열중한다.
3. 단독으로 움직이거나 소수의 인원으로 행동한다.
히어로는 무리를 짓지 않고 개인행동을 하길 좋아한다.
4. 항상 수동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악당을 먼저 찾아 나서는 법은 없다. 언제나 일이 터지고 나면 그제야 방어에 나선다.
5. 언제나 화가 나 있다.
항상 심각한 표정으로 멋진 표정 연출에만 신경을 쓴다.
-악당이 없는 히어로의 삶
악당은 히어로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히어로는 악당이 없다면 개점휴업을 면할 수 없다.
아이언맨같은 경우는 원래의 대기업 CEO로 돌아가 가끔씩 수트를 만드는 재미로 살겠지만,
스파이더맨은 예전처럼 피자 배달을 하거나, 슈퍼맨은 기자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내다가
결국은 사이좋게 늙어가는 처지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처럼 히어로는 악당이 없다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불운한 존재다.
이런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악당과 히어로인데, 악당이 나쁘면 나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히어로는 빛이 난다. 배트맨과 조커를 예로 들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비난과 손가락질만 해댔던 악당들의 모습을 지금 다시 한번 보게 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 히어로에 가려진 악당의 사연에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