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소리]:구수하고 정감어린 한국식 SF 드라마★★★
16.01.15 17:58
[로봇,소리,2016]
감독:이호재
출연:이성민,이희준,이하늬,김원해,채수빈,심은경
줄거리
2003년 대구, 해관(이성민)의 하나뿐인 딸 유주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
라며 해관을 말리던 그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만난다. 해관은 목소리를 통해 대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로봇의 특별한 능력을 감지하고 딸 유주를 찾기 위해 동행에 나선다. 사라진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소리’가 기억해내는 유주의 흔적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둘. 한편, 사라진 로봇을 찾기 위해 해관과 ‘소리’를 향한 무리들의 감시망 역시 빠르게 조여오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들은 사라진 딸 유주를 찾을 수 있을까?
[로봇,소리]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인 배우 이성민의 주연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안정된 연기력과 다양한 개성을 선보이는 배우인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송강호,김윤석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중년 흥행 배우의 탄생을 기대해 볼 만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이성민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알릴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한 로봇 '소리'였다.
[로봇,소리]는 '아버지'인 중년 남자와 우주에서 추락한 인공지능 로봇의 우정과 교감을 그린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소리는 미국의 중동 진출과 NSA의 감청사건(에드워드 스노든 사태)과 같은 민감한 이슈를 지닌 캐릭터로 잃어버린 딸을 찾으려는 한국의 평범한 중년 남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영화는 90년대 대구의 정감 어린 동네를 시작으로 2013년 첨단 시대까지 어우르는 정서를 기반으로 소리와 해관이 운명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리는 갑자기 발생한 자의식으로 인해 인류의 폭력성을 혐오(혹은 미국에 대한 혐오)하게 되는 존재로 인류의 순수성 회복을 희망하는 존재다. 우연히 실종당한 딸을 찾게 다는 희망 하나만을 바라보는
해관과 우연한 만남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다가 그의 따뜻한 인간성을 확인하고 그에게 동화된다.
영화가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한국식 특유의 정감 어린 유머와 드라마다. 소리를 보고 '김칫독'처럼 생겼다며 신비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 전동 휠체어를 타며 한국의 골목길을 이동하는 장면, 다혈질적 성격을 지닌 해관의 속을 태우는 로봇 특유의 기계적 움직임과 소통 방식이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며 흥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약간의 과학적 용어와 설정이 더해지면서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로봇 SF 드라마라는 신선한 느낌까지 더해준다.
이처럼 조금은 진지해 보일 수 있는 주제를 지니고 있지만, [로봇,소리]는 순수한 유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무공해적인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야기 소재에서부터 조연진의 개성과 역할을 고려해 본다면 약간의 자극적 설정을 빌려올 법한 장면들이 가득하지만, 영화는 최대한 배우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데 집중한다. 전형적인 한국식 중년 아버지의 모습에서 깊이 있는 인간미를 담아낸 이성민의 연기는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불러오기에 충분했으며, 조연을 맡은 이하늬, 이희준도 자신이 맡은 배역을 과장하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게 연기하며 영화가 지니고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지켜내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분위기와 같은 외형적인 부분에서 여러 장점을 만들어 낸 [로봇,소리]지만 이야기의 완성도와 집중도 면에서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밋밋한 결과를 만들어내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주인공인 소리와 해관이 정서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모호하면서도 상징적인 장면이(소리가 홀로 남겨져 방황하는 장면) 등장해 둘의 관계가 너무 급진전으로 형성된 것 같은 인상을 가져다 준다.
이하늬와 이희준의 관계를 직접적인 대립적 관계로 만들지 못한 채 애매한 관계로 형성한 부분도 아쉽다. 둘은 분명 대립하는 관계지만,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하려는 의도 탓에 긴장감을 형성할 만큼의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두 사람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굳이 비중이 높았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핵심인 '딸 찾기'이야기를 중후반부터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극의 긴장감과 흥미를 반감시키는 부분은 중대한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영화의 슬픈 감성과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스토리인 만큼 좀 더 길게 끌었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지속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랬다면 영화의 마지막 소리의 한국 탈출 장면이 좀 더 드라마틱 하게 진행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문제의 부분을 슬픈 드라마로 채우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기에 아쉬움과 슬픔에 대한 강도는 관객마다 호불호의 반응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희귀한 가족적인 분위기의 SF 드라마를 무난하게 완성했다는 점은 칭찬할만한 부분이며, 이성민 이라는 배우의 단독 주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로봇,소리]는 1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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