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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데이]리뷰:'헬조선'의 청춘은 아플수 밖에 없다★★★☆

16.03.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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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데이,2015]
감독:최정열
출연:지수, 김준면, 류준열, 김희찬

줄거리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 용비, 상우, 지공, 두만은 입대하는 상우의 배웅을 위해 오랜만에 뭉쳐 여행을 떠난다. 친구가 전부이고 제일인 용비, 대학 대신 군대를 택한 상우, 엄마에게 시달리는 재수생 지공, 낙하산 대학 야구부 두만은 각자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 포항의 한 바닷가. 어른이 된 기분에 한껏 들떠 있던 것도 잠시, 우연히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네 명은 순식간에 사건의 주범이 되어버린다. 무심한 경찰과 속 타는 부모들은 ‘진실’보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그리고 ‘세상에는 친구보다 지킬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하루는 속수무책 구겨져만 가고, 넷이라면 두려울 게 없었던 이들의 마음도 점차 무력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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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청춘들의 밝은 표정으로 시작된 영화는 갑자기 경찰에게 쫓기는 이들의 다급한 표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비극. 도로 위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스무 살의 청춘과 친구의 중상에 울먹이는 장면은 [글로리데이]가 조명하는 오늘날 청춘의 현실이다. 

열정적인 이미지의 청춘스타들을 출연시킨 [글로리데이]는 [스물]이 보여주었던 유쾌한 청춘물과는 반대의 노선을 지향한다. [글로리데이]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이 세상의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들이 겪게 되는 갈등, 배신 그리고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글로리데이]는 청춘 영화라기 보다는 작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사회파 드라마에 가깝다. 치기 어린 행동으로 시작된 일탈까지는 유쾌한 청춘 드라마의 단면이지만, 문제의 사건을 조명하는 부분에서는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선의를 위한 행동이라 생각한 순수한 의도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불러오게 되지만, 한 개인의 이기심에 의한 거짓으로 인해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다.

[글로리데이]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이들에게 세상의 부정함을 가르치게 되는 부패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이로 인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청춘들의 잔인한 운명이다. 

사건의 피해자이자 증인인 당사자의 거짓 증언으로 용의자가 된 이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강조하지만, 덜 성숙한 아이들 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고, 배후의 권력은 사건을 덮기 위해 이들을 치기 어린 범죄자로 몰아세우며 경찰을 압박한다. 이 상황에서 경찰과 부모는 적당한 타협을 통해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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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과정은 물질주의와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만연해진 한국 사회의 부정한 현실의 단면이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미래를 위해 배신과 거짓된 행위를 자행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이들 또한 어른들이 구축한 잘못된 길을 이어받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아무도 그들의 편에 서주질 않고,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은 채 그들을 폭력과 공포로 억압하려 들자, 주인공들은 사건의 책임을 전적으로 한 명의 인물에게 전가시키는 비열한 모습을 드러낸다. 단순한 영화 속 설정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이 장면은 정의가 무너지고 거짓에 순응하는 괴물 같은 사회에서 청춘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그들의 잔인한 성장기를 현실적으로 담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인 셈이다.

잔인할 정도로 청춘들의 편에 서주질 않는 냉정한 전개와 어두운 분위기를 통해 시종일관 안타까운 순간들을 유지하다 후반부를 통해 잔인하게 희생된 순수한 청춘의 모습을 아름답게 조명하려 한다. 모두가 부정한 어른이 될 수 밖에 없기에 진실하고 순수한 청춘은 추억으로 끝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편 [잔소리][염]등을 통해 현실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그려낸 최정열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신인답지 않은 냉철한 연출력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연을 맡은 지수, 김준면, 류준열, 김희찬 모두 각자의 배역을 잘 소화해 [글로리데이]를 가슴 아픈 청춘물로 만들어 내는 데 공헌했다. 

강렬한 연출과 연기가 조화를 이룬 [글로리데이]는 3월 2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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