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리뷰:깊은 감동이 담긴 '아메리칸 드림' 로맨스★★★★
16.04.18 16:39
[브루클린,2015]
감독:존 크로울리
출연:시얼샤 로넌,에모리 코헨,돔놀 글리슨,짐 브로드 벤트
줄거리
낯선 뉴욕 브루클린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에일리스(시얼샤 로넌). 낮에는 고급 백화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에서 공부하며 브루클린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일랜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린다. 한편, 공동 생활을 하는 아일랜드 커뮤니티 여성들의 도움과 격려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에일리스는 이탈리아계 청년 토니(에모리 코헨)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점차 독립적이고 세련된 뉴요커로 변해간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날아온 언니의 부고. 급히 고향으로 날아간 에일리스는 그곳에서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짐(돔놀 글리슨)과의 만남으로 흔들리게 되는데…
미국의 이민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 대부분은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현실을 조명하려 한다. 때로는 그것이 고도성장과 거대 자본을 형성한 미국 사회의 이면과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성장의 틀을 이끈 이민자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부각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인 갱스터물로 표현되는 냉정한 아메리칸 드림 영화에 [브루클린]은 여성의 시각에서 정의되는 이민사를 로맨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내려 하고 있다.
여성 이민자의 시각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현실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브루클린]은 2015년에 개봉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민자]와 많이 비교된다. [이민자]가 대공황 이전 이민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20년대 이민자들의 처절한 '생존'에 주목했다면, [브루클린]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50년대 이민자들의 '정착'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브루클린]은 [이민자]보다 밝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이민과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긍정과 희망적인 시각으로 정의하려 했다.
그러나 [브루클린]이 다루는 '긍정의 메시지'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인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면에는 향수병으로 대변되는 외로움과 20대 초반 여성이 낯선 세상의 진출로 인해 느끼게 되는 두려움이 내포돼 있어, 이민사에 대한 어두운 현실과 슬픔을 보다 더 감성적인 분위기로 표현하려 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브루클린]은 그동안 이민사를 투박한 감성으로 풀어낸 영화들과 달리 부드러운 정서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깊이 있고 성숙하게 담아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주인공 에일리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한 영화는 그녀가 접하게 되는 공간,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여성 이민자인 그녀가 지닌 심리를 유심 있게 부각하려 한다. 여객선을 시작으로 일터인 백화점, 거주지인 하숙집, 브루클린의 거리, 아일랜드의 풍경은 이 영화가 지닌 배경의 일부로 [브루클린]이 지닌 섬세한 정서의 중요 부분이 된다. 이 곳은 에일리스가 지닌 외로움이 강조되는 곳이자 영화의 주제이자 메인인 로맨스가 완성되는 애틋한 정서가 담긴 공간이다.
그 때문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과 브루클린 이민자들의 거주지는 어둡거나 암울하지 않다. 외로움, 좌절과 같은 자본주의의 온상이 묻어난 곳이지만, 낭만과 인간미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그려져 기회의 땅 미국의 또 다른 이면을 상징하는 곳이 된다. 이곳에서 에일리스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민 여성들 그리고 운명처럼 다가온 타국의 이민 남성과의 만남을 통해 외로움과 향수병을 극복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브루클린]의 로맨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특별한 정서와 주제를 지녔다는 점에서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 여성의 아름답고 가슴 벅찬 성장기이자 여성으로 대변된 이민자들의 삶과 정의를 보다 더 의미있게 조명했기 때문이다.
애틋한 로맨스 드라마의 기본적인 전개를 유지한 [브루클린]은 이탈리아 이민 남성 토니, 고향 아일랜드 남성 짐과의 삼각관계를 통해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형성하는 듯한 인상을 가져다 주지만 에일리스가 본인의 정체성을 깨닫고 운명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을 통해 여성이 아닌 성인으로 성장한 그녀의 모습을 부각하려 한 영화임을 일깨워준다. 이는 곧 지금의 미국을 구축한 이민자 세대의 자주성과 용기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는 개척, 정착 정신과 관련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주인공 에일리스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의 풍부한 감성이 돋보인 연기는 [브루클린]만이 지닌 내면적인 감성을 아름답게 전달하는 마침표가 된다. 그녀가 선보인 에일리스는 낮선곳에 정착해 향수병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달해 주는 존재로 그들에게 있어 [브루클린]을 기억에 남는 특별한 영화로 인식시켜 줄 것이다.
[브루클린]은 4월 2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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