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후] 리뷰:가슴 아프지만 우아한 45년 간의 '슬픈 사랑'★★★★
16.04.28 16:06
[45년 후,2015]
감독:앤드류 헤이
출연: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
줄거리
로맨틱한 결혼 45주년 파티 준비에 여념이 없던 케이트(샬롯 램플링)와 제프(톰 커트니) 부부에게 남편 첫사랑의 시신이 알프스에서 발견되었다는 편지가 도착한다. 그날 이후, 제프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다락방에서 그녀의 사진을 찾아내며 온종일 과거를 추억한다. 첫사랑 소식에 흔들리는 남편을 보며 불안해지는 케이트. 하지만 제프는 오래전 첫사랑 이야기에 민감한 아내를 이해하기 어렵다. 45년을 함께 살았지만 서로가 낯설게 느껴지는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는데…
[45년후]는 위의 줄거리만 으로도 이 부부의 상황이 얼마나 괴로운 순간인지를 체감하게 한다. 모두에게 축하 받아야 할 45년의 결혼 생활이 젊은 시절 '짦은 사랑'의 기억으로 인해 위기를 맞게되는 이야기는 현실속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격하게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45년 후]는 한 평생을 같이 한 노 부부가 겪게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통해 사랑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 시종일관 애처롭지만 우아하다 못해 아름답게 느껴질 순간을 선사하며 사랑에 대한 깊은 공감과 교훈을 전달한다.
영화는 결혼 45주년 파티를 준비하는 케이트와 제프 부부의 일주일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제프의 첫사랑의 죽음과 관련한 문제의 편지가 도착한 이후 부부는 상반된 감정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옛 애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제프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고, 시신이 있는 스위스로 가기 위한 계획을 진행하는가 하면, 오래된 물건들이 담긴 다락방으로 자주 들락거리며 첫사랑에 대한 추억에 빠져있다.
케이트는 처음에 남편의 그러한 행동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지만, 계속되는 집착적 행동에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오랜 결혼 생활의 행복이 죽은 첫사랑의 기억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은 절망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45년 후]의 이러한 설정은 자칫 물리적 충돌과 극단적인 감정의 기복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있다.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 채 자신들의 내면에 담긴 감정을 최대한 억누른 채 대사, 표정과 같은 간접적인 행동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려 한다.
그러한 간접 행동에는 남녀 간 감정적 차이, 과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비애, 지나간 시간에 대한 허무와 같은 인생에 대한 깊은 의미와 교훈이 내포돼 있다. 이러한 행동은 노부부의 지나온 세월에 의해 형성된 품격을 느끼게 해주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랑에 대한 아픔과 여운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는 케이트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 형식을 유지하려 한다. 여성 특유의 미묘한 감정과 섬세함을 지니면서 지나간 사랑에 대한 추억을 들키려 하지 않으려는 남편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냉철하게 꿰뚫는 심리를 부드러우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내려 한다.
[45년 후]의 묘미는 바로 이러한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때로는 그것이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상미와 극의 절제된 분위기는 앤드류 헤이 감독의 냉철한 연출력이 아니었으면 완성되기 힘든 장면들이다.
케이트를 연기한 샬롯 램플링은 노년의 배우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절제된 감정 연기의 진수룰 통해 우아함의 가치를 전달한다. 남편의 첫사랑과 관련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남편 앞에 감정을 억누르려는 그녀의 연기는 [45년 후]가 강조하고 싶었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보다 의미 있게 담아낸 순간이었다.
배우자가 숨긴 진심을 덮어두려는 케이트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위대함과 포용력을 이야기하나 싶었던 영화는 'Smoke Gets In Your Eyes'에 맞춰 춤을 추다 끝내 눈물을 보이는 케이트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라는 가치가 가져다주는 아픔과 슬픔의 이면을 강렬하게 그려내며 깊은 뇌리를 남기게 된다.
톰 커트니가 연기한 남편 제프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을 한 평생 가슴 깊이 묻어둬야 했던 개인의 미묘한 심리를 공감 있게 연기한다. 성치 않은 몸 상태에도 담배를 피우며, 과거 회상에 집착하는 모습은 지나간 세월 앞에 처량해지는 개인의 심정을 감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두 배우의 관록의 연기를 토대로 서정적인 자연 풍경이 담긴 영상, 정적인 흐름과 전개, 단조롭지만 감성적인 대사는 극의 분위기를 정서적으로 형성해 케이트와 제프의 지나온 삶에 대한 회상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45년 후]를 우아함과 절제미가 담긴 감성 영화로 완성한다.
[45년 후]는 가슴 아픈 장면과 순간이 담긴 영화지만 현재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설령 영화의 주인공 처럼 가슴 아픈 순간을 맞이한다 한들 그로인해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의 우아하면서도 품격있는 연기가 바로 그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45년 후]는 5월 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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