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여왕] 리뷰:오지랖 아줌마가 만들어낸 고시원 미스터리 스릴러 ★★★
16.08.22 16:23
[범죄의 여왕,2016]
감독:이요섭
출연:박지영,조복래.김대현,허정도,백수장,이솜
줄거리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이 120만원이나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음을 감지하고 미경의 남다른 '촉'이 발동하는데…
'족구'와 '복학생'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만으로도 놀라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 광화문 시네마의 다음 관심사는 '아줌마'였다. 어머니로 대변된 가족군의 대표적인 일원이자, 일상의 평범함을 상징한 캐릭터인 만큼 이를 특별하겐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다.
대개 이런 아줌마 캐릭터를 특별하게 다루는 방식에는 가정의 틀을 벗어난 '일탈'적인 성격이 강한 인물로 묘사되기 마련이지만, [범죄의 여왕]의 주인공 미경은 오지랖 넓고 아들에게 악착같이 헌신적인 어머니의 전형을 지닌 평범한 캐릭터다. 하지만 영화는 자칫 평범한 묘사로 끝날수 있는 이 아줌마 캐릭터에게 은밀한 매력을 선사하며, 영화의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평범한 아줌마가 지닌 오지랖과 악착같은 성격을 '진실 게임'에 연결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완성하려 한다.
[범죄의 여왕]의 흥밋거리는 바로 아줌마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야기 전개와 독특한 주변 캐릭터들 간의 조화에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범죄의 여왕]의 스릴러 구조와 추리 과정은 밋밋한 편이다. 120만 원이 넘는 수도요금을 주인공만 의심하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의문의 대상에 대해 비밀을 파헤쳐 범죄를 증명하는 과정에는 그 흔한 반전도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고 우연이 많다. 영화의 제목과 홍보 자료에 있는 추리와 스릴러적인 요소를 조금이라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애초에 [범죄의 여왕]은 추리, 스릴러물로 나아갈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족구왕]에서 보여준 유머 방식의 일부와 청춘의 현실을 조명하며 정겨운 여운이 담긴 그들만의 스릴러를 추구하려 한 것이다. 미지근한 추리와 전개는 바로 고시원 청춘들의 삶의 고뇌를 다양하게 풀어내기 위함이며, 등장 인물들의 면모를 상징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통해 완성한 이야기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개성 강한 캐릭터와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악착같은 면모와 모든 인물에 모성애를 느끼는 주인공 미경은 전형적인 아줌마의 표상이지만, 배우 박지영은 이 캐릭터에 특유의 인간미와 관능적인 외형을 더하며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준다. 여기에 거리낌 없이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성격은 미경의 존재감이 이야기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그녀의 시선을 통해 마주치게 되는 인간 군상들이 고시원의 다양한 인생들이란 점에서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미경이 고시촌 한량 인생 개태(조복래)와 콤비를 이루며, 고시촌에 갇혀있는 인생들과 마주치는 장면들은 시종일관 웃음과 서글픈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진실 파헤치기와 거리가 먼 삶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한다. 콤플렉스와 열등감에 사로잡힌 만년 고시생, 고시원에 빠져나오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층, 미래에 대해 포기한 인생 그리고 88만 원 세대의 표상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각각의 개성을 통해 현실적인 공감을 만들어낸다.
[범죄의 여왕]은 이러한 청춘 군상의 모습을 B급 유머와 현실 풍자로 그려내며,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작품이다. 대체로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보일수 있지만, 고시촌의 모든 군상에게 도시락과 저녁을 차려주려는 엄마 같은 마음씨를 베푸는 미경의 모습을 통해 아픈 청춘에 진심어린 위로와 응원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범죄의 여왕]은 8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콘텐츠판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