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워할 수 없는 '순정파 스토커' [나홀로 휴가]의 박혁권
16.09.08 20:07
7일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혁권을 만났다. 출연작마다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가 담긴 캐릭터를 창조하는 그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스토커지만 슬픈 사연을 지닌 남자의 모습을 공감 있게 담아내며 그만의 매력을 한층 부각시켜 주었다. 영화와 관련한 뒷이야기, 감독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단상, 영화 속 파격적인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 그리고 인간미 있는 캐릭터를 지속적해서 만들어 내는 그만의 연기 철학에 대해 유심히 들어봤다.
-장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다. 어쩌다 기르게 되었나?
현재 찍고 있는 영화 때문에 기르게 되었다. 오히려 짧은 머리였을 때가 더 편한 것 같다.
-조재현 감독이 출연 제의를 했을 때 소감은?
처음에는 '설마 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웃음) 재현 선배는 드라마 [펀치]를 할 때 친해지게 되었고, 대기실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선배가 준비 중인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너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아직 각본도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나를 생각해주신 마음에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영화가 실제 제작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연기 선배 조재현과 감독 조재현은 어떤 점이 달랐나?
특별히 달랐던 건 없었다. 감독님은 매우 합리적인 분이시다. 같이 연기할 때도 느꼈지만, 이번 영화 작업을 진행하며 옆에서 지켜봤을 때도 나도 저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다. 특히 이번 영화가 직접 제작, 연출한 작품이었기에 제작비 관리와 촬영 일정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하게 임했다.
-어떤 점 때문에 합리적이라 말하는가?
촬영을 하다 보면 날씨, 장소와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는데, 감독님은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빠르게 판단한다.
-각본을 처음 접했을 때 기분은?
실제로 감독님이 이 시나리오를 7시간 만에 완성했다고 하셨다. 듣기로는 그분은 독수리 타법으로 작업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게 참 놀랍고 경이로웠다. (웃음)
-영화 속 강재 캐릭터는 애초부터 본인을 염두에 두고 쓴 거였나?
아니다. 원래는 조재현 선배가 직접 출연까지 하려고 했다. 그런데 [펀치]에서 나를 만나면서부터 "네가 해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나에 대해 묻고는 "조재현보다 박혁권이 훨씬 낫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나에게 제안을 하셨다.(웃음) 그분의 합리적인 선택이었길 바란다. (웃음)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한 여자에 대한 집착이 담긴 이야기가 가능한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나이를 들어서도 사랑의 감정을 지속해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영화는 성인 남성들의 결혼에 대한 단상과 허무함을 '결혼 계약제'같은 농담으로 풀이하면서도 여기에 대한 문제를 비중 있게 그리고 있다. 영화가 언급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결혼을 안 해 봤지만, 한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성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지 않나? 영화 속 대사는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현명해 져야 하며, 인간적으로 성숙한 면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재가 장롱 속에 오랫동안 갇혀있는 장면이 실감 났는데, 정말로 장시간 갇혀서 연기했나?
실제로는 3시간 정도 촬영했다. 영화처럼 장시간 갇혀있었던 건 아니고, 땀도 뿌려가며 연기한 거였는데 그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될 줄은 몰랐다. 장롱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실제 강재의 감정에 이입해서 연기했다. 신체적으로도 고통스럽고, 사랑에 대한 아픈 감정도 겹쳐있었기 때문에 강재에게는 매우 힘들었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노출씬 또는 파격적인 장면과 우스꽝스럽게 망가진 장면들이 많다. 이와 관련한 촬영 중 에피소드는?
사람들에게 내 몸을 보여준다는 거 자체가 미안했다. (웃음) 특히 목욕탕 씬의 경우에는 카메라가 넘어지고 두 남녀의 음성만 나오는 장면인데, 그것도 모르고 윤주 배우와 열심히 연기했다. 나중에 동시 녹음한 후배가 화면에 나오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했냐고 물어보더라 (웃음) 그래도 열심히 하려 했다.
-특별출연 배우들이 많다. 대부분 알고 있는 동료들이라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박철민 형님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영화에서는 편집된 부분인데, 철민 형님이 술자리에서 넘어지는 애드립 장면이 있었다. 그때 함께 옆에 있던 여배우분도 함께 넘어졌다. 그러다 여배우분께서 꼬리뼈를 다쳐서 바로 병원행을 가게 되었다. 감독님과 제작진 모두 긴장했고, 철민이 형님도 많이 죄송스러워 했다.
-주인공 강재처럼 나홀로 여행을 해본 적이 있나?
있다. 최근에 쿠바로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러면서 느낀 게 내가 별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웃음) 예약하기도 어려웠고, 짐을 쌓고 풀었다 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계획하고 떠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귀찮더라. (웃음)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장면은?
강재가 시영의 집에 들어가기 전 아파트 계단과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다. 망설이는 모습과 전단을 보고 때어내는 장면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제 촬영할 때는 동선도 짧았고, 길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길게 묘사돼서 흥미로웠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도 그렇고, 이번 영화 속 강재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연기하는 캐릭터를 인간미가 담긴 인물로 만드는 장기가 있는 것 같은데, 평소 본인이 추구하는 연기 철학과 주관이 있는지?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으며 연구하는 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쫌이라도 덜 미움받고 싶다는 생각을 캐릭터에게 주입한다. 그게 캐릭터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조재현 감독님이 또 영화 출연 제안을 한다면?
(곰곰이 생각하다) 봐서…(웃음)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 윤주 씨는 어떤 배우인가?
재능이 많은 친구다. 그리고 너무나 착한 친구다. 연기가 사람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좋은 성품이 묻어난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좀 더 여우처럼 영악한 모습도 가졌으면 좋겠다. (웃음) 그만큼 너무 착한 사람이다.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자면?
송강호 선배가 출연 중인 [택시운전사]에 출연중이다. 그리고 [사선에서]라는 영화의 촬영이 예정돼 있다. 이제 놀았으니까 열심히 일해야지(웃음)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이자 박혁권, 윤주 주연의 [나홀로 휴가]는 9월 22일 개봉한다.
-줄거리-
소문난 모범 가장 ‘강재’의 취미는 사진찍기다. 나 홀로 취미인 탓에 아내는 때때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출사 여행은 그녀가 남편에게 허락한 건실함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오늘도 강재는 홀로 제주도로 떠나왔다. 꽃, 바다, 해녀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잠시, 그의 카메라 렌즈가 단란해 보이는 한 가족을 좇고 있다. 불쑥, 클로즈업되는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 강재가 10년 전에 놓친 사랑 ‘시연’이다. 강재는 그녀를 잊지 못해 지금까지 쭉 그녀 주위를 맴돌며 몰래 바라보고 있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시연이 며칠째 직장과 집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묘연한 행방에 불안해진 강재는 기어코 그녀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마는데…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수현재엔터테인먼트/리틀빅픽처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