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리뷰: '주의 사항' 절대 원조와 비교하지 마세요 ★★
16.09.12 18:19
[벤허,2016]
감독: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잭 휴스턴, 모건 프리먼, 토비 켑벨, 로드리고 산토로, 나자닌 보니아디
줄거리
로마 제국 시대, 예루살렘의 귀족 벤허는 로마군 사령관이 되어 돌아온 형제와도 같은 친구 메살라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메살라의 배신으로 벤허는 가문의 몰락과 함께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5년간의 노예 생활 끝에 돌아온 벤허는 복수를 결심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에스더의 만류로 갈등한다. 이에 간악한 복수가 아닌 진정한 승리를 위해 제국에 맞서 목숨을 건 전차 경주를 준비하는데…
[벤허] 리메이크의 연출을 맡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방대하고 서사적인 원작을 2시간의 간편한 이야기로 줄이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초반 각본 작업이 매우 고되었다고 토로했다. 윌리엄 와일더 감독의 1959년 작품이 222분인 점을 고려해 본다면 [벤허]의 방대함을 줄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최선의 선택은 걸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를 완성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현대적 특성이 담긴 무난한 영화를 만드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나이트 워치][원티드][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통해 강렬한 비주얼을 선보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장기를 생각해 본다면 그 점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완벽함을 잃더라도, 어느 정도 기본을 유지하며 절묘한 편집과 영상미를 통해 새로운 [벤허]만의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얼마 전 리뷰를 통해 [고산자:대동여지도]의 편집과 지나친 분량 낭비를 지적했다면 2016년 버전의 [벤허]는 그 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다. 지나친 생략과 편집의 난립으로 인해 이야기의 개연성이 실종되며 이도 저도 아닌 이해 불가의 졸작을 낳게 된 것이다.
티무르 감독 입장에서 윌리엄 와일더 감독의 [벤허]와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티무르 감독은 [벤허]가 장시간의 분량을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봤어야 했다. 스펙터클한 영상미와 볼거리는 둘째 치더라도 긴 전개 과정속에 치밀한 전개와 개연성이 잡힌 이야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정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각본의 힘이 [벤허]가 지닌 최대 강점이다.
명확해 보이는 선과 악의 대립 구도, 복수와 용서의 의미가 담긴 주제, 예수로 상징되는 기독교적인 정서, 노예에서 영웅이 되어가는 극적인 과정을 그럴듯하게 연결시킨 이야기의 설득력은 [벤허]가 놓치지 않으려는 이야기의 기본 구도였다. 티무르의 [벤허]는 이러한 기본 요소들 중 무엇을 취하고 잃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했지만, 이 부분에서 방황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관객이 친밀하게 바라봐야 할 주인공 벤허에 대한 공감 도가 깊이 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데 있다. 주연을 맡은 잭 휴스턴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면도 있지만, 큰 문제는 벤허의 상대역인 메살라가 선과악의 위치에 분명히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1959년 [벤허]가 둘 사이의 친밀도를 간략하게 그려낸 것과 다르게 이번 버전은 필요 이상으로 둘 사이의 우정을 비중 있게 그리려 한다. '형제' 이상의 관계로 둘 사이를 묘사하려 한 에피소드가 지속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발생되는 대목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메살라의 캐릭터가 독하면서도, 악한 모습이 부각되어야 하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다루려 한 탓에 벤허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할 드라마의 시선이 분산되고 만다.
벤허가 노예에서 마차 경주자로 인생 역전을 하는 극적인 대목은 설득력 있는 요소가 원작에 있었지만, 이 부분은 생략된다. 여기에 예수 그리스도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용서와 구원의 가치를 깨닫는 주제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지만 성의없는 간략한 묘사로 마무리된다. [벤허]의 기초가 기독교적인 사상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종교적인 강조가 현대의 관객들에게 부담이 될수 있다 느껴져 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하더라도 이 주제관을 어떻게든 깊이 있게 다루려는 시도가 있어야 했다.
2016년 [벤허]는 설정의 설득력과 캐릭터의 특성을 살려줘야 할 개연성을 무시한 생략과 편집을 반복한다. 빠른 전개라는 명분하에 시도된 과감한 편집은 [벤허]가 가지고 있었던 여러 장점적인 요소를 가져가 버린다. 주인공이 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이유와 무엇을 위해 싸우는 지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제 아무리 화려하고 역동적인 비주얼에 장점을 둔 긴박한 전차 경주 장면을 완성했다 한들 캐릭터 간의 대립 관계과 복수의 의미가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서사적인 정서와 작품이 지닌 주제관을 잃어버린 [벤허]는 원작과 다른 충격(?)적인 결말을 내놓으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졸작 리메이크의 정점을 찍게 된다. 새로운 결말을 통해 좀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내놓으려는 의도가 담겨있었지만, 연결성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낸 결말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벤허]는 9월 1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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