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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리뷰: '아우라' 연기로 완성된 핏빛 '아수라장' ★★☆

16.09.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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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2016]
감독:김성수
출연: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줄거리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되어 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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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남성미를 지닌 출연진과 [비트] [무사]로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연 김성수 감독의 조화는 그 누구도 재연하기 힘든 완벽한 지옥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싸늘한 어둠과 핏빛 빗물이 내리는 도시 속에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의 처절한 사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막히게 만드는 위압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위압감이 시종일관 지속된다면 보는 입장에서의 기분은 그리 편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한도경의 한탄한 듯한 독백으로 시작된 [아수라]는 재개발 여파로 사실상 '슬럼가'가 되어버린 가상의 도시 '안남'을 배경으로 개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폐단과 비극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려 한다. 현실속 부정부패의 은유적인 풍자로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아수라]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씬시티]와 같은 암흑의 공간속 도시 우화를 지향한다. 그만큼 배경이 되는 세계는 꿈과 희망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보기 힘든 암울한 공간으로 표현된다.

범인보다는 돈과 이익을 위해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드는 경찰들, 권력과 이익을 위해 폭력과 결탁하는 정치인, 정의라는 명분으로 '악(惡)'보다 더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검찰의 모습은 악인들의 지옥도를 형성시키기는 정점이 된다. [아수라]는 이러한 악인들의 물고 물리는 사투속에서 부패 형사 한도경을 중심인물로 설정한다. 

박성배의 뒷일을 수습하다 검찰의 타깃이 된 그는 양쪽의 이익에서 희생당하다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영화는 한도경 역할을 맡은 정우성의 악랄한 모습과 양쪽에서 이용당하는 그의 몸부림을 통해 긴장감이 서려 있는 액션 스릴러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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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폭력의 수위는 핏빛 화면에 익숙해져야 할 만큼 잔인하다. 주먹, 도끼, 몽둥이 등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쓰러져 있는 사람을 향해 돌진하는 자비없는 카 체이싱 까지 추가되면서 한국 영화서 좀처럼 보기 힘든 거칠고 투박한 영상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눈빛과 목소리의 톤부터 악랄하게 변신한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의 변신은 무서울 정도다.

132분의 시간을 더러운 암투와 폭력으로 낭비하며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하는 [아수라]지만, 아무리 강렬한 장면과 비주얼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익숙해지면 금방 질리기 마련. 변함없는 일관된 방식의 전개를 고집하다 중반부터 미지근한 느낌을 주게 된다. 강렬한 장면을 보여주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걸맞는 폭력의 강도를 조절했어야 했지만, 김성수 감독은 지나치게 초반부터 중반까지 강도 높은 폭력을 유지하려 한다.  

강렬한 영상미를 더욱 풍부하게 해줘야 할 이야기 전개 방식도 너무나 전형적으로 끌고간 점도 아쉽다. 이야기 자체도 일반 갱스터, 비리 경찰이 등장하는 영화의 전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라 이야기 흐름을 통한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아무리 인물들이 악인들이라 하더라도 행동에 이유가 있듯이, [아수라]는 그러한 세세한 묘사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기본 이야기의 부실함 속에 [아수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아무런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채 일관된 분위기를 지속 이어나간다. 그 때문에 강렬한 영상속에 펼쳐지는 액션과 처절함 속에는 아무런 여운이 남지 않는다. 

기본 이야기과 연출력의 아쉬움 속에 대한민국 최고의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들이 보여주는 '아우라' 같은 연기만이 영화가 지향하고자 한 하드보일드한 차가운 느낌을 오랫동안 지속시켜 준다. 

[아수라]는 9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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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사나이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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