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죽여주는 여자] 리뷰: 노인 성매매, 코피노, 트랜스젠더…우리가 외면한 현실들 ★★★☆

16.10.04 19:44


24.jpg

[죽여주는 여자,2016]
감독:이재용
출연:윤여정, 전무송, 윤계상

줄거리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25.jpg

노인 성매매를 암시하는 예고편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의 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더 포괄적인 문제를 향해 다가선다. 바로 대한민국 사회가 알면서도 외면한 빈곤층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시선을 빌려 보다 냉철한 시각이 반영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죽여주는 여자]의 배경이 되는 서울은 분명 익숙한 곳이지만,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생소함을 부각해 주는 대목은 주인공 소영이 관여하게 되는 암암리에 진행되는 노인 성매매 현장이다. 

노인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이뤄지는 매매 장면과 행위가 이뤄지는 모텔촌의 모습이 장소에 따라 디테일하게 그려지는 장면, 성구매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행위를 소영이 직접 하게 되는 대목은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과 같다. 보통 영화에 등장하는 베드신과 달리 영화 속 노인들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방식이 일반 성행위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위는 사랑 또는 욕망을 통해 이뤄지는 남녀 간의 행위라기보다는 자신의 남아있는 젊음과 욕구를 조금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처절한 탐욕으로 그려진다. 그것은 이후 소영이 관여하게 되는 노인들의 안락사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더는 자신들의 욕구마저 마음껏 풀 수 없게 된 노인들은 결국 죽음을 택하게 되고, '쾌락'을 선사했던 그녀에게 죽음을 부탁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블랙 유머지만, 이재용 감독은 이를 흥미적 관점에서 다루기보다는 씁쓸하고 어두운 현실 반영적 측면으로 담담하게 완성한다. 이를 통해 그려진 [죽여주는 여자]의 노인의 성(性)은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의 방황으로 해석된다. 

26.jpg

죽음에 대한 현실적인 반영은 영화와 함께 묘사되는 대한민국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춘 사회적 소외계층을 향한 시각으로도 연결된다. 제한된 일을 해야만 하는 장애인 청년, 보수적 사회와 종교 논리에 의해 죄인 취급당하는 트랜스젠더 그리고 이기적인 한국 남성에 의해 버림받은 코피노 소년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극 중 캐릭터로 등장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이 하나둘씩 부각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산만할 수도 있는 골칫거리로 묘사하기보다는 가족과 같은 따뜻한 정서를 만드는 요인으로 사용한다. 어둡고 씁쓸한 현실이지만, 모성애의 마음으로 품으려 하는 소영을 통해 긍정과 부정의 현실 모두를 반영하려 한다. 

여기에는 또 한 번의 씁쓸한 한국 현대사가 외면한 아픔의 역사가 담겨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성장 중심의 한국 사회가 외면했던 인권적인 문제로 "저 사람에게도 말 못한 사연이 있다."라는 극 중 대사가 말해주듯이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상처로 연계되기까지를 의미심장하게 그려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씁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유의 담담한 대사 톤과 연기로 정서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윤여정과 배우들의 연기가 씁쓸한 현실 속에 인간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불러온다. 담담한 시각 속에서 따뜻한 드라마와 사회적 풍자를 적절하게 담아낸 이재용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죽여주는 여자]는 10월 6일 개봉한다. 

☞관련기사: (인터뷰)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연기인생 가장 힘든 역할이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무비라이징 바로가기 www.hrising.com/movie/
 
(사진=KAFA/CGV아트하우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