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리뷰: 남북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작았던 김기덕의 '그물' ★★☆
16.10.05 12:05
[그물,2016]
감독:김기덕
출연:류승범, 김영민, 이원근, 최귀화
줄거리
배가 그물에 걸려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철우’. 남측 정보요원들은 철우를 수상히 여겨 감시하기 시작하는데… 북에 남겨진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남한에서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 그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인가 김기덕 감독은 과거 데뷔작 시절의 정서와 연출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물] 이전의 작품인 [일대일]의 경우 설정과 캐릭터를 통한 상징성은 분명했지만, 영화의 기본적인 정서와 전개 방식은 그와 대비될 정도로 투박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그의 과거 작품이었던 [악어][야생동물 보호구역][수취인불명]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부터 [피에타]까지 성숙한 연출력을 통해 보편화한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았던 근래 행보와는 다소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그가 왜 다시 투박함을 지향하는지 알수 없지만, 근래 들어 그의 관심사가 국가라는 거대한 존재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게 한다. [일대일]이 국가의 부패를, 제작을 맡은 [메이드 인 차이나]가 국가간 국민들의 정서와 인식을, [스톱]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준비중인 판타지 작품인 [무신]이 고대 국가의 종교 문제를 다루고 있듯이, [그물]은 오랫동안 이어진 남북 간의 정치적 문제를 개인의 시각을 통해 깊이 있게 다루려 한다.
한동안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선보인 그의 세계관이 현실적인 시각이 반영된 정치와 국가적 문제와 만났다는 점에서 정서적인 투박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마 그 점에서 김기덕 감독은 새로운 실험과 적응기를 갖고 있는 중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물] 또한 그러한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남북한의 정치적 억압과 이념이 힘없는 개인을 어떻게 억압하는지를 그리려 했지만, 특유의 우화적 방식과 현실적인 시각에서 방황하는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다. 우화적인 시각에서 봤을때, 정치적인 현실성과 그에 해당하는 영화적 스케일에 대한 표현 방식탓에 어설프다는 느낌이 강하며, 현실적인 시각에서 봤을때는 캐릭터들의 일관적인 태도와 지나친 풍자와 우화에 기대 개연성을 잃어버린채 맴돌고 있는 전개 방식이 몰입도를 방해한다.
정치, 이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도 평범하게 다뤄진 편이다. 물론, 저예산 영화와 표현 방식의 특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랬다면 영화가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배경에서 진행될 수 있는 그만의 시각과 개성이 분명하게 담긴 이야기를 다루는 게 훨씬 나았다. 남과 북의 정보 요원들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주인공 철우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했더라면 그의 연출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적은 제작비로 규모가 큰 국가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접근하려 한 연출 의도는 어설픈 인상만 남기고 있어 지나친 과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유의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연출력을 통해 남과 북의 정치, 사회 이념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도발적인 설정은 여전히 김기덕만의 장점이 담겨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색체와 판타지는 여전하지만 정치, 국가와 같은 스케일이 큰 배경과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기에는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인상만 남겼다.
[그물]은 10월 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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