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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리뷰] 돌직구 로맨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13.01.30 09:38

1997년작 <이보다 더 좋을수 없다>를 보며 '이런 병이 있었고 이 사람들도 고민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낀적이 있었다.  극중 잭 니컬슨은 결벽증과 편집증에 시달려 항상 식당의 앉은 자리에 앉아야 하고 늘 같은 음식을 시키고 자신이 갖고 다니는 숟가락으로 식사를 한다. 이러니 누가 이 사람을 좋아하겠나? 그러니 자연히 사랑하는 방법에 서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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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틱 코맨디에는 종종 이런 증세와 정신병을 보이는 캐릭터들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고는 한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이기적이고 진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인간적 연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들의 이런 컴플렉스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잔인해 보일수 있지만 이게 다 훈훈한 '힐링'해피엔딩을 위한 수순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주인공들도 조울증과 같은 정신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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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브래들리 쿠퍼)은 8개월 동안이나 정신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하게 된다. 그가 입원한 이유는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고(그것도 너무 심한 순간을..) 한 순간 감정이 폭발해 아내, 직장, 집은 물론 정신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멘붕'에 벗어나기 위해 팻은 '긍정의 힘'을 믿으며 아내와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아내와 자신은 법정에서 '접근금지'명령을 받은 상태이며 감정은 여전히 '통제불능'이고 주변인들은 '팻'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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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팻'의 인생에 어느날 한 여인이 다가오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멘붕' 펫을 구원해줄 천사같은 여자가 나타나야 하는 마당에 이 여자는 한마디로 '환장' 그 자체이다. 남편의 죽음 이후 외로움에 회사 내 모든 남녀 직원 할것없이 관계(?)를 맺었던 경력에 온갖 음담패설과 욕설을 뱉어내고 '팻'과 같은 감정 컨트롤이 안되는 증상까지 가지고 있다. 티파니와 팻은 종종 부딪치게 되지만 팻은 아내와의 화해에 티파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티파니는 자신과 댄스대회에 파트너로 출전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상영내내 시한폭탄 같은 영화이다. 남자 주인공이 언제 분노할지 여자 주인공이 언제 욕설을 뱉어낼지 한 마디로 언제 폭발할지 긴장하고 봐야한다. 때로는 그 강도가 생각보다 길어 보는내내 유머가 되면서 안쓰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 캐릭터들을 구하기 위한 해결책은 결국 '사랑'이니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들의 핵심적인 원인은 애정결핍 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특히 이 캐릭터들이 상처받는 방식을 사회적 문제와 편견과 연결시키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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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은 병원에 나오면서 아내와 회사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려하지만 '접근금지'라는 법은 그의 이러한 활동영역을 옭아매고 회사동료와 친구들은 그를 피하면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그런 '팻'을 의심의 눈초리로 종종 몰아세운다. 심지어 이웃들 마저 그에게 모멸감을 주기까지 한다. 그것은 극중 '걸레'라는 수치스러운 놀림을 받는 '티파니'도 마찬가지다. 외로움에 즐긴 음란했던 과거가 사람들의 입소문과 루머로 번지면서 헤픈여자가 되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지향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유머로 다룬다는 것은 꽤 쉽지가 않지만 영화는 이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실버라이닝..>은 이 문제를 영화의 뜻이기도 한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으로 둘의 위로와 사랑으로 해결하지만 영화가 보여준 문제제시는 꽤나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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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답게 다투는 남녀가 사랑하기 까지의 과정을 영화는 당연히 거치지만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이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패미니즘 정서를 넘어서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거침없이 말하며 "나는 변했고, 나 자신을 사랑해!!"라고 외치는 티파니는 여타의 청순한 여성 캐릭터들과 선을 긋고 발랄하고 도발적인 여성 캐릭터란 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 역할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이 매우 돋보였다. 여기에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한 '팻'의 아버지 캐릭터가 가장 독특한데 가부장적 이면서도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보다 미식축구를 너무 사랑해 가족과 재산을 내기에 올인하는 언제 튈지 모르는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로 그려져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언제튈지 모르는 주변인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은 단순 재미를 떠나 솔직함과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이 영화의 특징과 주제를 대변해 주고 있는 존재들인 셈이다. 위선속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과 달리 이 주변인들의 존재로 인해 주인공들은 상처를 치유받기 때문이다. 영화가 말하는 이들의 치유는 사랑뿐만 아닌 거짓없는 진실인 셈이다. 그 표현방식이 욕설과 B급적 표현이 함께하기에 이 영화는 리뷰 제목 그대로 '돌직구'를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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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게되면 또 하나의 특징에 눈이가게 되는데 특히 등장인물들이 모이는 장소와 공간들은 협소하게 연출하는 방식이다. 덩치가 큰 '팻'에게 다락방과 집안은 좁아보이며 두 주인공의 댄스연습장인 티파니의 거처는 홀 하나 달린 조그만 집이고 심지어 경기장 장면은 내부가 아닌 외부의 주차장만 다루는 점에서 영화를 소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좁은 세트와 배경은 캐릭터들의 불안정한 감정을 압박해 이를 돋보여 주는 강점을 보여주며 동시에 이를 치유하는 '힐링'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트의 디테일을 살린 연출력 거친 캐릭터들이 모여있는 영화를 아름답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유도하는데 감독인 데이빗.O.러셀의 재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과거 그가 연출한 <쓰리킹즈>에서의 MV같은 전쟁장면 표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의도적 방식은 외의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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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영화가 단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들이 주조연 구분없이 포진하다보니 이들의 재능을 발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발휘했는지 결말로 이어지는 해피엔딩 부분은 연결성이 부족해 느닷없이 끝난거처럼 느껴진다. 파격적인 재미와 볼거리를 보여주지만 기본적인 스토리의 완성이 조금 밋밋해 보여 아쉽게 느껴진다. 캐릭터들의 요소가 워낙 강한만큼 그만한 강렬한 이야기가 더 필요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전미 박스오피스에서 장기간 10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수많은 영화제와 시상식에 수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는데 특히 이번 70회 골든글로브에서 여주인공 제니퍼 로렌스가 여우주연상을 차지해 이번 아카데미에서의 선전도 기대하고 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이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될 작품중 최고의 기대작이며 2013년의 화제를 몰고올 외화임은 틀림없지만 그 여파가 한국에도 전해질지는 지켜봐야 겠다.
 
평점: ★★★ (별넷 만점)
 
P.S1: 영어를 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본 로맨틱 코미디물중 'Fu**'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다.
P.S2: 이 작품은 소설이 원작인데 영화화 과정을 추진한 사람은 고인이된 故시드니 폴락 감독이라고 한다.<아웃오브아프리카>를 연출하고 <슬라이딩 도어즈><더 리더>등 여러 유명작품들의 기획과 제작을 주도한 천재답게 이번 작품의 영화화를 타개한 2008년전에 추진했다니 그 선경지명이 대단했다는 것을 볼 수있다. 근데 이분은 고인이 되신 후에도 무려 5편 이상의 작품 제작에 참여한걸로 나오는데 정말 돌아가신거 맞는지 의심스럽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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