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볼까?" 10월 5, 6일 개봉작 영화 별점, 간단평 모음
16.10.07 14:07
숨 쉴 여유도 주지 않는 질식 공포물 [맨 인 더 다크]
[맨 인 더 다크, 2016]
감독:페데 알바레즈
출연:제인 레비, 딜런 미네트, 스티븐 랭, 다니엘 조바토
줄거리
10대 빈집털이범 록키, 알렉스, 머니는 밑바닥 삶을 청산하기 위해 눈 먼 노인을 겨냥한 마지막 한 탕을 준비한다. 노인이 잠 든 사이 거액의 현금을 쟁취하려던 순간 마침내 그가 깨어나게 되고, 이들의 치밀한 계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전 속에서 모두 역전되기 시작하는데…
간단평
영화는 악인들이 더 위험한 악인을 만나게 된다는 설정을 통해 예측불허의 전개를 통한 긴장감을 극대화하려 한다. 만만하게 보였던 맹인 노인의 정체가 세 명의 10대 빈집털이범들이 감당하기 힘든 무서운 존재란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된다. 집안을 쳐들어온 주인공들이 졸지에 갇혀버린 신세가 되면서 [맨 인 더 다크]는 맹인 노인과 이들이 집안에서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빈집털이범들의 시점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점으로 연결되어, 맹인 노인에게 쫓기게 되는 극도의 공포 적 심리를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노인의 예측불허 적인 행동과 집안의 특수한 구조의 비밀을 모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지속하는 압박에 긴장감을 느끼게 되며, 주인공들의 숨죽이는 상황에 절로 동참하게 된다.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폐쇄형 서스펜서 추격극의 전개를 이어가던 영화는 이 과정에서 소규모의 다양한 반전과 충격적인 진실을 주인공들이 마주하게 하면서, [맨 인 더 다크]가 단순한 서스펜서 스릴러물이 아닌 공포물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유령이 등장하지 않지만, 결국엔 인간의 본능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며, 마지막까진 긴장의 끈과 섬뜩한 기운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블데드]리메이크를 잔혹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두었던 것처럼, [맨 인더 다크]를 철저하게 폐쇄형 서스펜서물로 유지한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영리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맹인 노인을 연기한 스티븐 랭의 섬뜩한 오감 연기와 잔인한 폭력이 단연 압권이다. 맹인 이지만 근육질의 외형과 분노, 절망감, 복수, 잔인함이 섞인 내면을 지닌 그는 인간이 지닌 최악의 본성 그대로를 반영하며 [맨 인 더 다크]의 공포의 강도를 최고도로 높여주기에 이른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노인 성매매, 코피노, 트랜스젠더…우리가 외면한 현실들 [죽여주는 여자]
[죽여주는 여자, 2016]
감독:이재용
출연:윤여정, 전무송, 윤계상
줄거리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로 입 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 힘들지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간단평
[죽여주는 여자]의 배경이 되는 서울은 분명 익숙한 곳이지만,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생소함을 부각해 주는 대목은 주인공 소영이 관여하게 되는 암암리에 진행되는 노인 성매매 현장이다.
노인들이 모여있는 공원에서 이뤄지는 매매 장면과 행위가 이뤄지는 모텔촌의 모습이 장소에 따라 디테일하게 그려지는 장면, 성구매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행위를 소영이 직접 하게 되는 대목은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과 같다. 보통 영화에 등장하는 베드신과 달리 영화 속 노인들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방식이 일반 성행위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춘 사회적 소외계층을 향한 시각도 인상깊게 그려진다. 제한된 일을 해야만 하는 장애인 청년, 보수적 사회와 종교 논리에 의해 죄인 취급당하는 트랜스젠더 그리고 이기적인 한국 남성에 의해 버림받은 코피노 소년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극 중 캐릭터로 등장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이 하나둘씩 부각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산만할 수도 있는 골칫거리로 묘사하기보다는 가족과 같은 따뜻한 정서를 만드는 요인으로 사용한다. 어둡고 씁쓸한 현실이지만, 모성애의 마음으로 품으려 하는 소영을 통해 긍정과 부정의 현실 모두를 반영하려 한다.
여기에는 또 한 번의 씁쓸한 한국 현대사가 외면한 아픔의 역사가 담겨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성장 중심의 한국 사회가 외면했던 인권적인 문제로 "저 사람에게도 말 못한 사연이 있다."라는 극 중 대사가 말해주듯이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상처로 연계되기까지를 의미심장하게 그려낸다.
처음부터 끝까지 씁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유의 담담한 대사 톤과 연기로 정서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윤여정과 배우들의 연기가 씁쓸한 현실 속에 인간적인 정서를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불러온다. 담담한 시각 속에서 따뜻한 드라마와 사회적 풍자를 적절하게 담아낸 이재용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남북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작았던 김기덕의 '그물' [그물]
[그물,2016]
감독:김기덕
출연:류승범, 김영민, 이원근, 최귀화
줄거리
배가 그물에 걸려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철우’. 남측 정보요원들은 철우를 수상히 여겨 감시하기 시작하는데… 북에 남겨진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남한에서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 그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간단평
한동안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선보인 김기덕의 세계관이 현실적인 시각이 반영된 정치와 국가적 문제와 만났다는 점에서 정서적인 투박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마 그 점에서 김기덕 감독은 새로운 실험과 적응기를 갖고 있는 중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물] 또한 그러한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남북한의 정치적 억압과 이념이 힘없는 개인을 어떻게 억압하는지를 그리려 했지만, 특유의 우화적 방식과 현실적인 시각에서 방황하는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다. 우화적인 시각에서 봤을때, 정치적인 현실성과 그에 해당하는 영화적 스케일에 대한 표현 방식탓에 어설프다는 느낌이 강하며, 현실적인 시각에서 봤을때는 캐릭터들의 일관적인 태도와 지나친 풍자와 우화에 기대 개연성을 잃어버린채 맴돌고 있는 전개 방식이 몰입도를 방해한다.
정치, 이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도 평범하게 다뤄진 편이다. 물론, 저예산 영화와 표현 방식의 특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랬다면 영화가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배경에서 진행될 수 있는 그만의 시각과 개성이 분명하게 담긴 이야기를 다루는 게 훨씬 나았다. 남과 북의 정보 요원들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주인공 철우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했더라면 그의 연출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적은 제작비로 규모가 큰 국가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접근하려 한 연출 의도는 어설픈 인상만 남기고 있어 지나친 과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유의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연출력을 통해 남과 북의 정치, 사회 이념 간접적으로 풍자하는 도발적인 설정은 여전히 김기덕만의 장점이 담겨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색체와 판타지는 여전하지만 정치, 국가와 같은 스케일이 큰 배경과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기에는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인상만 남겼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잠입은 사람이 할짓이 아니다 [인필트레이터 : 잠입자들]
[인필트레이터 : 잠입자들, 2016]
감독:브래드 퍼맨
출연:브라이언 크랜스톤, 존 레귀자모, 다이앤 크루거, 에이미 라이언
줄거리
은퇴를 앞두고 거대한 마약 범죄 조직의 사건을 맡게 되는 특수요원 ‘밥 마주르’(브라이언 크랜스톤) 조직의 핵심인물을 체포하기 위해 성공한 사업가 ‘로버트 무셀라’로 위장하고 지하의 돈을 세탁해주며 그들의 신뢰를 얻는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무자비한 조직 안에서 무셀라는 최대 규모의 마약 유통을 담당하는 ‘로베르토 알케이노’(벤자민 브랫)와 둘도 없는 형제가 되지만 세계적인 은행 BCCI까지 조직에 깊게 연루되면서 순조롭던 잠입수사에 위기가 닥치는데…
간단평
마약 범죄 소탕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필트레이터:잠입자들](이하:[인필트레이터])는 브라이언 크랜스톤을 유명하게 만든 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마약 소탕을 위해 잠입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수사관을 맡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브라이언 크랜스톤의 능숙한 연기를 통해 스크린에서 펼쳐지게 되는 이야기는 자아를 완벽하게 속여야 하는 잠입수사에 관한 애환이다. 너무 깊숙이 범죄에 개입한 탓에 정체성을 혼동을 느끼는 대목과 범죄자와 정을 쌓아 심리적 갈등을 느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인물에 대한 공감을 가져오는 동시에 잠입수사가 가져다주는 긴장감 또한 최고의 볼거리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초점이 수사물과 심리극의 사이에서 방황한다는 점. 수사물 특유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영화가 종종 주인공의 내적 심리를 너무 유심있게 담으려 한 탓에 중반부 부터 전개가 느슨해지는 문제를 일으킨다. 복잡하게 얽힌 마약조직의 관계와 인물 구성을 제대로 설정해 두지 못해 사건 해결 과정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브라이언 크랜스톤의 연기와 후반부부터 본격화되는 작전이 나름의 흥미를 높여주며 무난한 결말을 끌어낸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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