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우주의 크리스마스] 허이재 "연예계 은퇴 후회…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16.10.11 20:08
"여전히 앳되세요."
외모에 대한 칭찬으로 첫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곧바로 특유의 환한 미소로 말없이 답해주었다. 어엿한 30대 여배우로 돌아온 그녀지만, 여전히 [해바라기]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 공백 기간으로 인한 복귀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많이 느껴질 법 했지만,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에서는 데뷔작의 평가를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신인 배우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유망주로 불리던 신인 시절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으로 연예계를 떠나야 했기에, 이번 복귀는 멈춰있던 그때의 시간을 다시 카운트해야 할 때였다.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설레는 신인의 마음으로 스크린 복귀작 [우주의 크리스마스]의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인가?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 귀한 날을 이렇게 인터뷰 일정에 맞추다니 정말(?) 기분이 좋다. (웃음)
-조금만 더 버티시기 바란다. (웃음) 오랜만의 복귀인 만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한다.
알겠다.(웃음)
-복귀작으로 [우주의 크리스마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선택'이라는 영화 속 주제가 지금의 나에게 큰 공감을 주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인생의 선택을 하지 않나?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선택의 의미를 인상 깊게 담고 있다. 잔잔한 분위기와 세 명의 같은 이름과 운명을 지닌 인물들이 만났다는 판타지적인 영화의 색체가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허이재 씨에게 먼저 출연 제안을 했나?
아니다. 우연히 이 영화의 각본을 접하게 되었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마침 영화의 출연진을 오픈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다 하셔서 곧바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오래 연기를 쉬어서 그런지 나에 대해서 잘 모르시더라. (웃음)
-연기를 다시 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떨렸다. 반대로 설레기도 했다. 이 설렘 때문에 촬영 현장과 연기 활동을 지속한 것에 대해 감사했고, 내자신이 이렇게 연기를 하고 싶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26세의 우주를 맡았다. 우주는 고뇌에 차있고, 어두운 모습이 강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26세의 우주에 접근하기 위해 내 안에 캐릭터와 같은 공통점이 있는지를 찾아 공감하려 했다. [우주의 크리스마스]의 성우주는 직업적인 면모보다는 캐릭터의 소소한 모습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내 안에 있는 성우주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며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잔의 커피를 마실 때도 (그녀 앞에는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캬라멜 마끼야또가 놓여져 있었다.) 선택이라는 걸 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러한 선택을 통해 채워지고, 결정되는 것이다. 26세의 성우주는 초반 그러한 선택에 갈등하게 되지만 결국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택하게 된다. 그 점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분들 간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 영화 촬영이 짧게 진행되어서 그런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연기 때 보다는 촬영장에서 틈틈이 쉬면서 만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게 많았다.
-출연진 중 나잇대로 보면 중간자이다. 김지수와 막내인 윤소미 간의 관계에서 중간 교류 역할을 해줬을 것 같다.
지수 언니를 연기 선배로써 굉장히 존경하는 동시에 팬으로서도 좋아했다. 그 때문인지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언니와 사적인 교류를 나누기 보다는 촬영장에 놀러가 연기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언니가 나를 보고는 "왜 왔니?"라고 물으시길래 "그냥 왔어요."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내 대답에 살짝 쳐다만 보시더라. (웃음) 막내인 소미는 너무 이쁜 데다 착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담겨 있어 좋았다. 소미와 사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눴으며, 내가 공감했던 선택에 관한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우주의 크리스마스]의 막내 배우 윤소미
-윤소미 배우 덕분에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느낌은 없었나?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러한 애정이 느껴지더라. 소미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하고 있는지 알것 같았다.
-예전 인터뷰서 자신이 출연한 장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출연분을 똑바로 본 편인가?
혼자 있을 때 똑바로 봤다. (웃음) 이상하게 내 작품 할 때도 그렇고 일상 생활에서도 내가 배우이고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그런걸 느낄때는 시사회장, 시상식장, 기자간담회 인터뷰를 할때 느끼게 된다. 작품에서는 무엇을 연기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 보니 그나마 덜한 편인데, 시상식장 같은 곳에 설때는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와 같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웃음) 그 상태서 멍하게 있다가 사진까지 찍히게되니 힘들더라. 배우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평가를 받고 주목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것 같다.
-감독님과 연기에 있어서 따로 논의한 부분은 없었나?
은퇴 후 초기에 있었던 삶과 고민, 갈등에 대해 많이 나누며 이야기했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특별하게 주문하신 건 없었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함께 걷자는 것이 우리 촬영의 목표였다.
-촬영장인 강원도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나는 원래 촬영장에서 오랫동안 있으면서 참여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동네를 배회하며 그곳에서 일상생활을 보냈다. 동네 책방에서 책읽고, 식당에서 식사하고, 숙소에 틀어박히며 거의 재미있게 놀았다. 3주 동안 그곳의 주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웃음)
-아직도 앳된 모습이다. 어떻게 관리했나?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진짜 관리를 잘 안 한다. 회사에서도 너무 관리 안 하는 애로 유명하다. (웃음) 오히려 성격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든 것 같다. 내가 성격이 좀 단순한 편이다. 복잡한 걸 못하는 편이어서 예민하지도 않다. 안좋거나 속상한 일이 있다해도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 않는 편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력을 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 노력한다. 아마도 이런 긍정적인 자세 때문에 앳된 모습이 유지되는 것 아닐까?
-극 중 주인공들은 그림에 조예가 깊은 예술적 재능이 한가지씩 있다. 허이재 씨도 그와 비슷한 재능이나 취미가 있으신지?
없다.(웃음) 심은진 언니는 실제로 작업실을 빌려 그림을 그린다 한다. 나는 그림과 같은 그러한 창작 예술을 감상하는 걸 좋아한다. 창작자가 무엇에 느낌을 받고 이것을 완성하려 했는지를 유심 있게 바라보려 한다. 그림 자체 보다는 그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 호감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소소하게 그려지는 영화를 좋아한다.
-당연히 영화도 좋아할 것 같다. 영화는 극장에서 직접 보는 편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소규모 영화 같은걸 좋아한다. 일반 영화는 IPTV를 통해 편하게 본다 (웃음).
-최근에 본 영화는?
[곡성]을 봤다. 개인적으로 약간 하드코어한 작품을 좋아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걸 버거워하더라. 그러고 보니 내 영화 취향이 조금 독특한 편이다. 이 작품을 보고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예전에 사람들하고 [김복남 살인사건]을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많이들 힘들어하더라. (웃음)
-요즘 여배우분들이 '걸크러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곡성][김복남 살인사건]을 좋아한다면 직접 그런 역할도 연기하고 싶은지?
나는 작품 선택에있어서 캐릭터보다는 각본에 우선을 두고 선택한다. 그다음은 감독님, 배우분 순이다. '걸크러쉬'한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의외로 아주 평범하고 특색없는 캐릭터 역할을 맡고싶다. 아마 회사 사람들은 싫어하겠지? (웃음)
-출연작들을 살펴보다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이번 [우주의 크리스 마스]를 포함해 전작 [19][걸프렌즈]의 공통점이 세 명의 주인공을 포함한다. 작품 선택의 우선 점이 여러 명의 주인공이 함께 나오는 작품인가?
(크게 웃음) 조금 엉뚱하면서도 예리한 질문이다. 소소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많은 분들이 허이재 하면 [해바라기]의 최희주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다. 애정이 가는 캐릭터지만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캐릭터이지 않은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것을 꼭 극복해야 할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캐릭터이지 않은가?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의 캐릭터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고 좋아해 준다는 점에서 굳이 [해바라기]의 캐릭터를 능가할 또다른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캐릭터의 비중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유독 튀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우주의 크리스마스]에서의 세 명의 우주 캐릭터들이 비중 있게 그려지지 않았을까?
-예전 인터뷰를 보니 이 세계(연예계)는 냉정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힘들어서 힘들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기분을 풀기 위해 여러 즐거운 일도 하고 가끔 돌발 행동을 저지르고는 한다.
-돌발행동이 있었나?
일찍 결혼 발표한 거. (웃음) 결국 결말이 좋지 않았지만, 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공백 기간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평범한 일상생활을 했다. 그래서 대중의 관심을 벗어난 시기였기에 오히려 더 평범할 게 없었다. 이혼 발표 기사가 났을 때도 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있던 터라 모든 것이 평범했다. 그런데 나중에 검색어 순위에 오른 걸 보고 너무 놀라웠다.
-그 시기에도 연기를 하고 싶었나?
그랬다. 그래서 마음이 간절했다. 이렇게 내가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투덜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릴 때 보다 더 책임감이 더 드는 것 같았다.
-요즘 일정은?
요즘 드라마 일정 탓에 너무 바쁘다. 그래서 내 사생활이 없더라. 함께 출연한 진예솔 언니와 나눈 대화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웃음) 어제는 우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계속 나오더라. 그래서 감독님이 눈물 좀 줄이라 했는데, 슬픈 걸 어떡해 참아. (웃음) 각본이 너무 위기일발의 상황이어서 감정이 절로 느껴지더라.
-관객들이 [우주의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길 바라나?
자신들의 삶에 대입해서 보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지금도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에서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많은 공감과 위로를 가져 줄 것이다.
허이재의 스크린 복귀작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10월 13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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